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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보다 공개매수 가격을 7% 인상한다고 밝힌 이날 JP모건 창구에서 대량 매수세가 확인됐다.
고려아연 전체 주주 가운데 약 18%는 외국인투자가다. 이들은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공표한 직후 개인투자자가 던진 물량을 받아내고 있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고려아연과 안정적으로 응찰에 대응할 것으로 관측되는 MBK 중 어느 쪽을 택할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장중 외국인들은 JP모건 창구를 통해 고려아연 주식 2만3314주를 사들였다. 오전 한때 JP모건은 매수 상위 창구에 오르기도 했다. 이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종전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인상했다.
외국인투자가는 MBK가 공개매수를 발표한 지난달 13일 JP모건 창구에서 1만5121주를 순매수한 뒤 지금까지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특히 최 회장 측이 자사주 매입을 통한 대항 공개매수를 결정하고 MBK 측이 공개매수 가격을 올린 지난 4일에는 동일 창구에서14만9040주를 사들였다. 앞서 10일에는 △모건스탠리(6661주) △씨티그룹(4343주) △골드만삭스(1797주) △메릴린치(971주) △맥쿼리증권(137주) 등에서 순매수가 발생했다.
외국인투자가는 MBK가 공개매수를 시작한 뒤 10일까지 1406억원 규모의 고려아연 주식을 매입했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1309억원), 연기금 등 기관(1228억원) 등이 던진 물량을 외국인들이 받아냈다. 현재 고려아연의 외국인 주주 비중은 약 18%로 적지 않은 수준이다.
전날까지 순매수한 외국계 기관은 고려아연, MBK 양측에 매수를 청할 수 있다.
다만 이날부터는 최 회장 측을 통해서만 응찰이 가능하다. MBK의 공개매수 기일은 오는 14일 종료된다. 주식은 매수 2거래일 이후 결제되며 12, 13일이 주말임을 감안하면 10일이 마지노선이었다. 즉 11일부터 거래를 살펴보면 고려아연과 MBK 가운데 어느 쪽으로 승기가 기울었는지 가늠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전날까지 고려아연 주식을 매입한 외국인 주주는 양측에 청약할 수 있어 아직 뚜렷한 승자가 보이지는 않는다.
가격과 수량 측면에서는 최 회장 측이 우세하다. 최 회장 측은 이달 4일 매입 가격을 MBK보다 높은 83만원으로 정했고, 이날 89만원으로 한 차례 인상했다. 이런 점에서는 판세를 이끌어가는 쪽은 최 회장 측이다.
공개매수에 성공하려면 제시한 가격이 시세보다 높아야 한다. 현재 고려아연 주가는 79만원이고 공개매수 가격은 MBK 83만원, 최 회장 측 89만원으로 양측 모두 성공 조건에 부합한다. 다만 시세차익만 본다면 최 회장 측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MBK-영풍은 최대 302만4881주를 매입할 계획이다. 여기에 대항해 최 회장 측은 베인캐피탈 수량까지 더해 총 414만657주를 매수할 것으로 보인다. 청약 경쟁이 치열할 경우 더 많은 수량을 사들이는 쪽이 우세할 수 밖에 없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마음 편히 응할 수 있도록 매수 물량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사실상 유통되는 고려아연 주식 물량 전부를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확대해 주주를 보호하고 자본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아직 넘어야 할 법적 허들이 있다. 영풍이 4일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영풍 측은 "임의적립금의 목적 전환을 위한 주주총회 결의가 선행되지 않는 한 고려아연이 자사주 취득을 위한 공개매수를 중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첫 심문 기일은 18일이다. 고려아연이 21일까지 자사주를 매입하기 때문에 공개매수 참여 의사가 있는 주주는 21일까지 주식을 매매해야 한다. 막바지까지 고심하는 외국인투자자가 있을 것으로 보여 18일 법원의 결정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MBK 연합은 공개매수에 필요한 자금 대부분을 이미 마련해 계좌에 넣어놓았다. 공개매수에 필요한 자금은 총 2조5141억원으로 차입금 879억원을 제외한 2조4261억원을 NH투자증권에 개설한 계좌에 예치했다. 주주가 공개매수를 청할 때 곧바로 인출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반면 최 회장 측은 3조6852억원 가운데 1조6545억원을 21일까지 계좌에 넣을 계획이다.
외국계 운용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운용자산 규모가 더 큰 쪽이 승산이 있다"며 "MBK가 '승자'라는 평판을 따내기 위해 또 다른 카드를 준비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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