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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은 1년 만에 빠른 속도로 덩치를 키웠다. 미래 사업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진행했고 자본금을 1조 가까이 늘렸다. 경쟁력을 강화하고 덩치도 키웠지만, 이 과정에서 외부자금을 많이 끌어들이며 지배력은 오히려 축소됐다. LG는 국내 기업집단 중에서도 유독 내부지분율이 낮은 편인데 올해 더욱 하락하는 모습이다.
위기의 LG디스플레이, 그룹 지배력 하락에 영향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한 '2024년 집단별·소속회사별 내부지분율 현황'에 따르면 올해 LG그룹의 전체 자본금은 지난해(7조7749억원)보다 9009억원 늘어난 8조6508억원이다. 자본금은 불과 1년 새 11.6%나 증가했다. 10위권 안에 드는 국내 대기업집단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같은 기간 삼성과 SK, 현대차의 자본금 증가율은 각각 0.02%, 1.68%, 3.72%에 그쳤다. 지난해 공정자산 12조원 규모인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인수하며 몸집을 크게 불린 한화그룹 같은 특수사례를 제외하면 LG그룹의 자본금 증가율은 눈에 띄게 높다.
자본금이 현저히 늘어난 배경에는 LG디스플레이 유상증자가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 재원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1조3600억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2004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이후 첫 유상증자 결정이다. 그동안 LG전자로부터 차입하거나 회사채를 발행하는 전통적인 자금 조달 방식을 고수했던 만큼, 이례적이란 평가가 뒤따랐다. 다만 업황 부진에 고금리까지 맞닥뜨린 상황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자본금의 증가는 사업 역량을 키우기 위한 투자 활동을 활발히 전개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LG그룹의 지배력은 약화됐다. 올해 LG그룹 전체 내부지분율은 지난해(41.96%)보다 0.03%p 감소한 41.63%로 나타났다. 내부지분율은 전체 자본금에서 오너일가와 계열사 등이 보유한 비율이며 지배력을 나타내는 척도로 활용된다. LG그룹은 기업집단 중에서도 비율이 현저히 낮다.
주요 대기업집단의 내부지분율의 경우 △삼성 51.96% △LG 60.95% △현대차 57.54% △롯데 75.74% △한화 62.44% △HD현대 61.21% 등이다. 국내 대기업집단 78곳 가운데 LG그룹보다 내부지분율이 낮은 건 카카오(41.45%), 두산(34.39%), 한솔(32.51%), 현대해상보험(40.46%) 등 4곳뿐이다.
구광모 회장 체제가 본격화된 2018년 이후 LG그룹은 내부지분율 41∼42%대를 유지했다. 가뜩이나 낮은 내부지분율은 올해 들어 더 낮아졌다. 내부지분율은 외부 자본이 유입될수록 낮아지는 구조다. 그룹 외형을 키우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외부자금을 끌어다 쓴 게 내부지분율을 희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배력은 약하지만 지배구조 체제는 모범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LG그룹은 2003년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해 일찌감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소수 지분만으로 순환출자, 상호출자구조 등을 활용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던 기존 대기업 관행과 결별한 것이다.
현재는 ㈜LG가 LG전자(30.5%), LG화학(30.1%), LG생활건강(30.0%), LG유플러스(37.7%), LG CNS(49.9) 등 증간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핵심 계열사 지분을 모두 30% 이상씩 보유하고 ㈜LG 최대주주인 구 회장이 계열사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체제를 만들었다. LG그룹은 지주사 중심의 지배구조 선진화를 주도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기업공개 비율 18%, 자본금 90% 차지
또 다른 특징은 유난히 높은 상장사 의존도다. 올해 LG그룹은 60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여기서 기업공개(IPO)를 진행한 상장사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 11개다. 이들이 전체 계열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 수준이다.
LG그룹 전체 자본금에서 이들 상장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기업공개 비율은 89.1%를 기록했다. 그룹의 자본이 상장사에 쏠려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공정위가 지정한 전체 대기업집단의 자본금 대비 상장사 자본금 비중은 평균 40% 초반대다.
이런 가운데 정보기술(IT) 계열사 LG CNS가 IPO 작업을 추진 중이다. 내년에도 높은 상장사 의존도는 이어질 전망이다. LG CNS는 이달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 심사신청서를 제출했다.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LG CNS 상장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 CNS의 지분율을 살펴보면 ㈜LG 49.95%, 구 회장 1.12%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LG CNS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입성해 지분 가치가 올라간다면 절반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한 지주사에도, 구 회장에게도 유리한 상황이 조성된다. 특히 구 회장의 경우 추가적인 ㈜LG 지분 매입, 상속세 대출 상환 등에 여유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IPO를 통해 외부자금이 대거 유입될 경우 구 회장의 지분율 희석은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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