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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집단이 설립하는 공익재단(비영리법인)은 서로 다른 시선을 품고 있다. 사회의 다양한 분야를 지원하는 활동으로 환영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그룹사 총수(동일인)를 비롯한 오너일가가 우회적 지배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따랐다. 기업들은 각종 필요에 재단법인을 늘리고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는 재단의 지분율 등 현황을 모니터링하며 감시를 이어가고 있다.
GS그룹은 최근 활발하게 재단을 운영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올 8월에 ‘GS문화재단’을 설립하면서 비영리법인 수를 늘렸다. 아울러 기존의 재단법인 남촌재단은 그룹 지주사인 ㈜GS의 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이에 지주사 대주주로 등재된 재단은 3개로 늘었고 그룹내 영향력도 커졌다.
GS그룹 재단, 지주사 지분 확보 눈길
GS그룹은 지주사 ㈜GS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구축한 기업집단이다. 동일인인 허창수 그룹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주주 명단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만 58명에 이를 정도다. 주주 명단에는 사회복지법인 동행복지재단을 비롯한 3개 비영리법인도 있다. GS그룹의 재단들이 보유한 지분은 많지 않지만 조금씩 보유량을 늘렸다.
GS그룹은 앞서 2006년 '남촌재단'과 'GS칼텍스재단'을 설립해 사회공헌 활동을 펼쳤다. 오너일가를 중심으로 사재를 출연하며 지원에 나섰다. 다만 지주사인 ㈜GS 주주로 들어오지는 않았다. 이후 기존의 관례를 깨고 처음으로 ㈜GS 주식을 획득한 비영리법인은 '사단법인 동행복지재단'이었다.
동행복지재단은 2015년 11월 저소득층 아동지원사업, 다문화가족 지원사업 등을 목적으로 서울시의 허가를 받아 설립됐다. 그해 12월 허동수 GS칼텍스 회장(현 명예회장)이 보유 중인 자사주 5만5000주(지분율 0.06%)를 기탁했다. 당시 주가 기준으로 28억원 규모에 달한다. 허 회장의 지분은 2.46%에서 2.4%로 떨어졌다.
허동수 회장은 이듬해 10월 동행복지재단에 60만주를 추가로 기부했다. 허씨 일가들도 이 같은 기부에 동참했다. 허 회장의 형제인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과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이 각각 25만주, 40만주를 증여했다. 허 회장의 작은아버지 허완구 승산 회장도 20만주를 넘겼다. 이에 따라 현재 보유 주식은 150만5000주(지분율 1.62%)로 집계됐다. 16일 종가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626억원 규모다.
아울러 GS그룹은 2020년에 '재단법인 허지영장학재단'을 세웠다. 동행복지재단을 세운 허동수 회장이 막내딸 고(故) 허지영씨의 이름을 따서 설립했다. 암 질환 관련 학생을 위한 장학사업이나 암 치료 연구자 지원을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허동수 회장은 재단에 주식 6만주(지분율 0.06%)를 재단에 증여했다. 이 과정에서 허 회장의 지분율은 1.81%에서 1.75%로 또다시 하락했다.
신규재단 설립·지주사 지분 확보…오너가 분주한 행보
GS그룹의 오너일가는 최근 재단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가고 있다. 특히 올해 신규 재단을 설립하거나 기존 재단이 지주사 대주주로 등재되는 등의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우선 그룹은 올 8월에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주도로 'GS문화재단'을 설립했다. GS문화재단은 우수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기획·지원하고 문화예술 생태계 조성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허태수 회장은 초대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앞서 설립했던 남촌재단도 뒤늦게 ㈜GS 주주로 등재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허창수 명예회장은 GS문화재단 설립과 비슷한 시기에 ㈜GS 주식 7만2700주(지분율 0.08%)를 기부하면서 동행복지재단과 허지영장학재단에 이어 지주사의 세번째 비영리법인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남촌재단은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이 선친인 고(故) 허준구 명예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사재를 출연해 설립했다. 허창수 명예회장은 그간 남촌재단에 꾸준히 GS건설 주식을 증여했다. 이를 통해 지분을 꾸준히 늘렸고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 120만1460주(지분율 1.4%)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2006년 설립한 GS칼텍스재단의 경우 다른 재단들과 달리 계열사 지분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GS그룹은 이처럼 오너 일가의 재단을 활용한 사례가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지주사와 함께 주요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면서 그룹에서 직간접적 영향력을 키우는 모습이다. 공정위가 발표한 내부지분율 현황에 따르면 올해 비영리법인의 지분율은 0.28%를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미약한 규모지만, 다수의 오너일가가 지주사 지분을 나눠가진 구조에서는 무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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