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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지주, 롯데글로벌로지스 IPO에 ‘부담’ 느끼는 이유

Numbers_ 2024. 11. 2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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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지주, 롯데글로벌로지스 IPO에 ‘부담’ 느끼는 이유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기업공개(IPO)는 유동성 위기를 헤쳐나가고 있는 롯데그룹 앞에 놓인 변수 중 하나다. 내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몸값이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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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맞은 가운데 물류 계열사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기업공개를 앞두고 재무적투자자(FI)와의 계약에 따른 비용 압박이 커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 사진 제공 = 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기업공개(IPO)는 유동성 위기를 헤쳐나가고 있는 롯데그룹 앞에 놓인 변수 중 하나다. 내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몸값이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밸류에 미치지 못할 경우, 대주주인 롯데지주와 호텔롯데가 그 손실을 메꿔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교군의 기업가치를 바탕으로 산출한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예상 공모가는 실제 FI의 풋옵션 행사가에 미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액 보전을 위한 롯데 측 출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달 24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통상 청구서 제출 후 상장까지 6개월가량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르면 내년 4월께 증시 입성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상장(예정) 주식수는 4164만4166주, 이중 공모(예정) 주식수는 1494만4322주다. 상장 대표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 공동 주관사는 KB증권이다.  


2017년부터 동행, FI의 오랜 기다림 


롯데글로벌로지스의 IPO는 롯데그룹 차원에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슈다. 2017년부터 FI로 참여하고 있는 엘엘에이치(LLH)의 엑시트(구주매출)도 그만큼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LLH가 보유한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한을 그간 세 차례나 미뤄왔다는 점도 압박을 더 하는 요소다. 최초 계약상 행사시기는 2021년 4~5월이었다. 그러나 롯데지주는 FI와 합의를 거듭한 끝에 이를 내년 1~2월로 연기한 상태다. 풋옵션은 LLH가 자신의 롯데글로벌로지스 소유 지분을 최대주주인 롯데지주(46.0%)와 호텔롯데(10.9%)에 사 가도록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계획대로 IPO에 성공한다 해도 안심하긴 이르다. 계약 약정에 따라 실제 공모가가 풋옵션 행사가격에 미달할 경우, 롯데지주는 차액을 물어줘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 CI / 사진 제공 = 롯데글로벌로지스


올해 6월 말 기준 LLH가 소유한 롯데글로벌로지스 주식 수는 747만2161주(21.9%·2대주주)다. 지난 2017년 총 2789억원을 들여 취득한 물량으로, LLH는 내년 IPO와 함께 전량 구주매출에 나설 예정이다. 이는 롯데글로벌로지스 전체 공모(예정) 주식수의 절반에 해당한다.  

2017년 당시 LLH는 총 3차례에 걸쳐 현재의 지분을 끌어모았다. 그해 2월 주주간거래를 통해 롯데글로벌로지스 주식 324만주(주당 3만8295원)를 1242억원에 취득한 게 시작이다. 이어 5월에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394만주(주당 3만8088원)를 1500억원에 확보했고, 곧바로 신주인수권까지 행사해 29만주(주당 1만6501원)를 추가했다.  

풋옵션은 이 과정에서 LLH가 최소한의 수익을 담보하기 위해 설정해 놓은 안전장치다. 풋옵션 행사 단가는 주당 평균취득단가(3만7337원)에 연복리 3%를 얹어 계산된다. 2017년으로부터 8년이 지난 시점인 내년 상반기 기준, 1주당 풋옵션 단가는 4만7298원이다. 이를 LLH 소유 주식(747만주)에 다시 적용하면 전체 풋옵션 행사가는 3534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FI의 손실을 보전해야 할 의무가 있는 롯데지주로선 공모가를 통한 구주매출이 해당 3543억원 보단 많아야, 비용 지출을 막을 수 있는 셈이다.  

일각에선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증시 입성에 실패할 경우를 간과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롯데지주가 LLH에 차액이 아닌 3543억원을 온전히 물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불거진 유동성 위기설에 롯데그룹이 주식 시장에서 곤욕을 치른 바 있는 만큼 경계를 늦출 수 없다는 우려다.  

 

피어그룹 비교해 보니..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자사 택배 브랜드인 ‘롯데택배’가 '2024 올해의 브랜드 대상'에서 택배 서비스 부문 1위를 수상했다고 지난 9월 밝혔다. 사진은 시상식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정진영 롯데글로벌로지스 Lastmile본부장(오른쪽), 전재호 한국소비자포럼 대표(왼쪽)의 모습 / 사진 제공 = 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막판 기업가치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피어그룹에 속하는 CJ대한통운과 한진의 상황으로 미뤄 봤을 때 롯데글로벌로지스의 IPO 레이스 역시 녹록지 않다. 대표적으로 주가수익비율(PER) 방식으로 산정한 예상 공모가는 풋옵션 가격을 밑돈다.  

최근 한 달간 비교기업의 PER은 CJ대한통운이 8.1배, 한진이 10.3배다. 두 평균인 9.2배를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올해 연간 예상 순이익 504억원(상반기 252억원의 연간환산액)에 곱하면 예상 기업가치는 4637억원 안팎이다. 이를 상장(예정) 주식수로 나눈 공모가는 1만1135원에 그친다. 풋옵션 행사가격인 4만7298원에 한참 못 미치는 값이다.

다만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체질 개선을 통한 성장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이 회사의 수익 성과는 두드러진다. 올 3분기 연결기준 이 회사의 누적 영업이익은 7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144% 늘어난 349억원으로 집계됐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상장을 위해 FI와 잘 협의하여 절차대로 성실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사업이 성장하고 있고 특히 3분기 영업이익 등 실적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