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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날' 고려아연, 국내외 기관·소액주주 표심 어디로

Numbers_ 2025. 1. 2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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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날' 고려아연, 국내외 기관·소액주주 표심 어디로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가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법원의 결정으로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이 불발됐다.기존 단순 투표 방식으로 표결에 부치면 의결권 지분이 더 많은 MBK파트너스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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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진화 기자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가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법원의 결정으로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이 불발됐다.

기존 단순 투표 방식으로 표결에 부치면 의결권 지분이 더 많은 MBK파트너스와 영풍에 유리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국민연금의 표를 얻는다는 전제 아래 최윤범 회장 일가의 의결권 지분이 44.1%로 MBK·영풍(46.7%)과 차이가 근소하기 때문이다.

최윤범 회장 '백기사' 지분 반드시 사수해야

MBK파트너스·영풍은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결정한 직후부터 기관투자가를 유력 지지층으로 끌어들어려 했다. MBK는 지난해 열린 간담회에서도 현대차, 한화 등 기존 최윤범 회장의 백기사로 알려진 회사들을 향해 "협력 관계는 유효할 것"이라며 척을 지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하기도 했다. 

MBK·영풍이 공개적으로 기관에 구애한 것은 고려아연의 주주 구성을 고려한 것이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와 무관한 기타 주주의 90% 이상이 국내외 기관인 까닭이다. 실제 작년 9월 MBK·영풍이 공개매수를 발표한 직후 현재까지 고려아연 주식을 가장 활발하게 매수한 집단도 기관이었다. 국내외 개인 주주들은 공개매수 때 상당수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총회 보통 결의는 의결권 기준으로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을 이끌어 내면 된다. 장형진 고문 일가와 MBK·영풍의 의결권 지분율은 46.7%로 관측된다. 3.3%의 의결권만 더 모으면 고려아연 경영권에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다. 

반대로 최 회장 일가의 의결권 지분(베인캐피탈 지분 포함)은 19.9%다. 30% 이상의 의결권이 최 회장 측 편에 서야 하기 때문에 MBK·영풍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수 싸움에 불리한 상황이다.

그러나 백기사가 이탈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성립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대차, LG화학, 한화, 트라피구라 등 기존 고려아연과 경영 협력을 맺어온 기관의 의결권 지분은 총 19%에 달한다. 우호 지분을 더한 최 회장 일가의 의결권 지분은 약 39%로 추산된다.

만약 국민연금(의결권 5.1%)이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준다면 의결권 지분은 44.1%로 MBK·영풍과 격차를 크게 좁힐 수 있다.  다만 이사 선임 안건의 표결은 안갯속이다. 최근 국민연금은 수탁자책임위원회를 열고 집중투표제를 비롯한 안건에 대한 표결을 확정했다.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 수 19명으로 상한 △분기 배당 △액면분할 등 현 경영진이 제안한 안건에 찬성하면서도 이사 선임 안에는 현 경영진이 추천한 후보 가운데 3명만 찬성했다. 국민연금이 반대한 후보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 

괄화 안은 의결권 기준 지분./그래픽=박진화 기자


집중투표제 정관 변경 강행하는 이유

나머지 10% 의결권을 쥔 주주들의 선택에 따라 양측의 희비가 갈린다. MBK·영풍은 표결 결과를 간접적으로 밝힌 국내외 총 19개 기관투자자들 중 16개 기관투자자들이 MBK·영풍 측 이사 후보들에게만 찬성표 행사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보유한 의결권은 1%가 조금 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유명 해외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 노르웨이 정부연기금 등도 MBK·영풍 측 이사 후보들에게만 찬성표를 던졌다. 

외국인 개인 주주들은 향방이 묘연하다. 투자 성향이 달라 하나의 속성으로 묶기 어렵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일반적으로 ISS, 글래스 루이스 등 공신력있는 글로벌 자문사의 보고서를 참고하는데 ISS는 현 경영진에, 글래스 루이스는 MBK·영풍에 유리한 의견을 내 혼란이 가중됐다는 설명이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참고하는 한국ESG기준원, 한국ESG연구소, 서스틴베스트 등 국내 자문사 역시 이사 선임에서 의견이 갈렸다. 한국ESG기준원과 서스틴베스트는 MBK·영풍 추천 이사에, 한국ESG연구소는 현 경영진 추천 이사 4명과 MBK·영풍 추천 이사 3명에 각각 찬성할 것을 권했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장기 투자 성향의 개인 투자자는 경영권 분쟁 소재가 지속되야 주가가 오른다고 판단해 MBK·영풍의 승리로 끝나지 않길 바랄 것"이라며 "스튜어드십코드가 정착된 기관들은 각자 세워둔 가이드라인에 맞춰 표결 방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이 제1-1호 의안인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은 그대로 강행한다고 밝혀 소액주주 표심에 어떻게 작용할지도 이목이 쏠렸다.

앞서 법원은 집중투표 방법으로 이사를 선임하는 안건의 상정을 막아달라는 취지로 영풍이 낸 신청을 인용했다. 이를 두고 고려아연은 법원이 집주투표제 도입까지 제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했다. 이번 이사 선임은 단순 투표로 하되, 집중투표제를 정관에 명시하기 위한 표결은 그대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집중투표제 취지가 소수 주주 권리 보호 강화에 있는 만큼 소액주주 표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이사회가 MBK와 영풍 중심으로 재편되면 집중투표제 도입을 다시 추진하기 어렵다"며 "최 회장 일가 입장에서 이번 임시 주총이 마지막 기회다"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