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2개월 만에 ‘지주사 전환’ 철회한 이유는
▼기사원문 바로가기
빙그레, 2개월 만에 ‘지주사 전환’ 철회한 이유는
빙그레가 오는 5월로 예정했던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회사는 경영효율성과 장기 성장기반 마련을 위해 지주사 설립을 추진했지만, 업계는 김호연 회장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
www.numbers.co.kr
빙그레가 오는 5월로 예정했던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회사는 경영효율성과 장기 성장기반 마련을 위해 지주사 설립을 추진했지만, 업계는 김호연 회장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구조개편으로 해석하며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빙그레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보다 명확한 방안을 마련한 뒤 지주사 전환을 다시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빙그레는 지난 24일 이사회를 열고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 계획을 취소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22일 이사회에서 지주사 체제 전환을 결의한 지 2개월 만이다. 현재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과 미국, 중국, 베트남의 해외판매법인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빙그레의 최대주주는 김 회장(36.75%)이며 비영리법인 김구재단(2.03%), 김 회장의 자녀 3남매가 지분 100%를 보유한 물류회사 제때(1.99%), 현담문고(0.13%) 등이 주요주주다.
당초 빙그레는 생산·판매 부문을 담당하는 신설회사 ‘빙그레’와 투자사업 부문을 맡는 존속회사 ‘빙그레홀딩스(가칭)'로 분리할 계획이었다. 빙그레는 유가공 음료·식료품 생산 등 본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빙그레홀딩스는 기업 지배구조를 확립해 경영안정성을 높이고 장기적인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었다. 기존 지배구조는 ‘대주주→빙그레→자회사’였지만 지주사로 전환하면 ‘대주주→빙그레홀딩스→빙그레 및 자회사’ 체제로 바뀌게 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구조개편이 사실상 김 회장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빙그레홀딩스는 분할 이후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어 대주주가 이에 참여할 경우 자금 투입 없이 지주사 지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기존 빙그레 주주가 가진 주식을 지주사에 넘기고, 그 대가로 지주사 신주를 받는 구조다. 대주주는 지주사 지분율을 확대하는 동시에 지주사가 자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어 지배력 강화에 유리한 방식으로 평가된다.
특히 일반주주의 참여율이 낮을수록 대주주의 지배력은 공고해진다. 빙그레 소액주주들도 지주사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지만, 사업회사 지분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일반주주의 참여율이 낮을수록 대주주의 지분율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 실제로 현대백화점그룹도 지에프홀딩스를 중심으로 단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때 이 방식을 활용했다. 한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주주들은 지주사보다 성장성과 배당 측면에서 더 매력적인 사업회사 지분을 선호한다”며 “대주주는 자본을 적게 투입하고도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빙그레가 분할공시와 함께 주주가치 제고 방안으로 내세운 ‘자사주 소각’ 계획도 결과적으로 김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현재 빙그레가 보유한 자사주 100만9440주(10.25%)를 모두 소각하면 전체 발행주식 수가 줄어 김 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36.8%에서 40.9%로 상승하게 된다. 이는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인적분할, 지주사 전환 계획이 무산되면서 자사주 소각도 없던 일이 됐다.
빙그레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보완한 뒤 지주사 전환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다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한 결과 인적분할과 지주회사 전환 이전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보다 명확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향후 사업 전개 방향이 구체화된 후 다시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유리 기자 yrlee@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