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위험자산처럼 움직이는 美 국채…안전자산 지위 의구심

Numbers_ 2025. 4. 1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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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자산처럼 움직이는 美 국채…안전자산 지위 의구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미국 국채 값이 폭락하고 기축통화인 달러화 가치가 급락했다. 그동안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받으며 미국 국채가 위험자산처럼 움직이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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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미국 국채 값이 폭락하고 기축통화인 달러화 가치가 급락했다. 그동안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받으며  미국 국채가 위험자산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트럼프 페이스북


11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장기물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고 달러 가치가 급락하면서 세계적 안전자산으로서 미 국채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인 주식, 가상자산과 10년 및 30년물 국채를 동시에 매도해서 더욱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채 가격은 9·11테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미국 신용등급 하락 때도 상승했다. 그러나 지난 2일 트럼프가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공개한 이후 미국증시는 약 7% 급락했고 30년물 국채 금리는 약 40bp(1bp=0.01%) 상승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증시와 국채 가격이 동시에 이러한 수준의 변동성을 보인 것은 1970년대 이후 다섯번째에 불과하다.

시장에서는 채권 시장 혼란이 트럼프가 지난 9일 상호관세 전격 유예를 발표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채 금리 급등은 트럼프가 공약으로 내세운 세금 인하와 재정적자 축소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트럼프가 유예 조치를 발표한 직후 장기물 국채 매도세가 진정됐지만 이후 국채 금리 상승세가 재개됐다. 

이날 30년물 국채 금리는 한때 4.99%까지 치솟았다. 이날 오후 수잔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필요할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개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가 공개되자 시장 심리가 어느 정도 진정되며 30년물 금리는 4.85% 수준까지 낮아졌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한 달러화 인덱스는 이틀 동안 약 3%나 급락했다. 

이날 닐 카슈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최근 시장 흐름이 미국이 더 이상 가장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그는 경제전문 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미 국채 금리 상승과 달러 가치 하락세가 통상적인 기대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통 관세가 이렇게 큰 폭으로 인상될 때는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인데 지금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것이 바뀌고 있다는 해석에 신빙성을 더한다”고 진단했다. 

카슈카리는 “전 세계 투자자들은 그동안 미국을 최고의 투자처로 여겨왔고 이것이 사실이라면 미국이 무역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며 “이 사실이 나타나는 방법 중 하나가 미국 내 자산군 전반의 수익률이 낮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무역 적자가 줄어든다면 투자자들이 미국이 더 이상 세계에서 투자하기 가장 매력적인 곳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것일 수 있고 이 경우 국채 수익률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ING의 패드릭 가비 금리 전략가는 “지금 미국 국채는 안전자산처럼 움직이고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만약 미국이 경기침체에 접어든다면 금리가 다시 하락할 여지는 있겠지만 현재 시점에서 미국 국채는 ‘흠집 난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국채는 이제 고통을 주는 거래 수단이 됐다”고 지적했다. 

매뉴라이프의 네이선 투프트 선임 포트폴리오매니저는 미 국채가 여전히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면서도 최근 투자자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겪은 도전은 미국 외부에서 촉발된 정책 또는 지정학적 동력에서 비롯됐는데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 결과 투자자들이 주식과 국채를 비롯한 미국 자산에 대한 확신을 잃고 있고 “일부 영구적 피해가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부 장관은 “지금 미국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문제를 가진 신흥시장처럼 취급받고 있다”며 “정부 부채와 적자, 외국 투자자에 대한 의존도 때문에 이는 다양한 악순환을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약 7조달러 규모의 미 국채, 19조달러의 미 주식, 5조달러의 미 기업 부채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전체 시장의 20~30%에 해당된다. 따라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을 동시에 매도할 경우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미 국채를 매도했거나 헤지펀드들이 현금 부족에 대응해 국채를 팔면서 최근의 금리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다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확실하지 않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최근의 국채 매도세가 “시스템적인 문제는 아니며 불편하지만 정상적인 디레버리징일 뿐”이라며 우려를 일축했다. 베센트는 장기 국채 수익률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최경미 기자 kmchoi@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