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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DCM] '10년 만에 복귀' 우리투자증권, 회사채 950억 '신고식'

Numbers_ 2025. 5. 1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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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DCM] '10년 만에 복귀' 우리투자증권, 회사채 950억 '신고식'

우리금융그룹 소속 증권사로서 10년 만에 시장에 복귀한 우리투자증권이 발 빠르게 회사채 신고식을 치렀다. 투자은행(IB) 업무가 가능해진 첫 달부터 기다렸다는 듯 여러 건의 회사채 인수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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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우리투자증권 사옥 /사진=우리투자증권


우리금융그룹 소속 증권사로서 10년 만에 시장에 복귀한 우리투자증권이 발 빠르게 회사채 신고식을 치렀다. 투자은행(IB) 업무가 가능해진 첫 달부터 기다렸다는 듯 여러 건의 회사채 인수단에 이름을 올리며 1000억원에 가까운 물량을 인수했다.

우리투자증권이 초대형 IB로의 도약을 선언하며 분주하게 영업을 확장하는 가운데, 기업금융의 명가로 명성을 떨쳤던 우리은행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증권신고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공모로 발행된 회사채 가운데 우리투자증권이 인수한 금액은 950억원이었다. 청약일이 올해 4월 중이었던 일반회사채를 비롯해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증권까지 집계한 실적이다. 자산유동화증권과 수요예측을 거치지 않은 거래는 제외했다.

이렇게 한 달 동안 우리투자증권을 인수단에 포함해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은 7곳이었다. 이 기간 회사채를 내놨던 기업이 모두 42곳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6개 기업 중 1개 꼴로 우리투자증권과 손을 잡고 자금 조달에 나섰던 셈이다.

거래별로 보면 우선 LX하우시스가 3년물로 발행한 1000억원어치 회사채 중 300억원의 인수를 우리투자증권이 맡았다. 이어 보령의 1140억원어치 3년물 회사채에서 200억원을 인수했다. 이밖에 △호텔신라 3년물 2600억원 △SK브로드밴드 10년물 300억원 △SK이노베이션 3년물 2900억원 △LX판토스 3년물 1000억원 등 4건의 회사채에서 각각 100억원씩 총 400억원을 우리투자증권이 인수했다. HL홀딩스가 발행한 3년물 490억원 중 50억원도 우리투자증권의 몫이었다.

우리투자증권의 회사채 인수량은 아직 시장 전체로 봤을 때 미미한 수준이다. 같은 달 조사 대상 공모 회사채의 총 발행량인 9조3830억원 가운데 1.0%에 그치는 점유율이다. 회사채 인수 실적이 있었던 27개 증권사 중 18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럼에도 우리투자증권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IB 업무를 시작할 수 있게 되자마자 회사채 시장에서 데뷔전을 치렀기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3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증권업과 인수업을 포함한 투자매매업 본인가를 받았다.

우리투자증권으로서는 출범과 동시에 투자매매업 변경 예비인가를 확보한 이후 8개월여 만의 본인가 획득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8월 한국포스증권과 우리종합금융과 합병하면서 만들어졌고, 우리금융지주의 100% 완전 자회사로 편입됐다.

우리투자증권이란 이름이 증권가에 다시 등장한 건 10년 만의 일이다. 우리금융으로서도 이를 통해 증권업에 다시 진출하게 됐다. 앞서 우리금융은 2014년 옛 우리투자증권을 NH농협금융에 매각했다. 이는 지금의 NH투자증권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투자증권의 회사채 발행은 전통적 IB 사업으로 분류되는 채권발행시장(DCM)부터 기반을 다지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인수 과정에서 역량을 입증한 뒤 회사채 주관사단에 합류하는 게 1차 목표가 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기업과의 커뮤니케이션 통로를 마련하고, IB 비즈니스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우리투자증권은 초대형 IB로 발돋움하겠다는 각오다. 먼저 2027년까지 자기자본을 2조원 이상으로 키우고, 출범 후 5년 차에는 3조원을 달성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올라서겠다는 청사진이다. 그리고 출범 10년 내에 초대형 IB 인가 요건인 4조원을 넘어 5조원의 자기자본 확보를 목표로 내세웠다.

이 과정에서 그룹 내 형님 격인 우리은행과의 역학 관계도 주목을 받는다. 10여년 전만 해도 기업금융에서 누구보다 두각을 드러내 온 은행이 바로 우리은행이었기 때문이다. 2010년 말까지 우리은행은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73조2194억원의 기업 대출금을 확보하고 있었다.

과거 우리은행의 성장을 이끌어 온 최대 강점은 기업금융이었다. 옛 전신 중 하나인 한일은행 시절부터 삼성그룹, 포스코 등의 주거래 은행으로서 탄탄한 입지를 자랑했다. 이런 기업금융의 내공은 지금도 우리은행의 버팀목이다. 금융감독원은 해마다 주채무 계열별 주채권 은행이란 이름으로 재벌 대기업들의 주거래 은행을 발표하는데, 지난해 역시 36개 그룹 중 최다인 11개를 우리은행이 마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DCM 등 정통 IB는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인데도, 우리투자증권이 라이선스 획득 직후부터 회사채 인수사가 된 건 그만큼 시장 진출 의지가 강하다는 방증"이라며 "특히 우리은행에 장기간 누적돼 온 기업금융 역량과 맞물리면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