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 한진칼 지분 확대] 정말 '단순 투자'일까…'호남 맹주·항공업' 복잡한 수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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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 한진칼 지분 확대] 정말 '단순 투자'일까…'호남 맹주·항공업' 복잡한 수읽기
호반그룹은 지난해 3월 11일부터 올해 4월 30일까지 총 84거래일에 나눠 지분을 사들였다. 지분 매입에 투입한 현금은 총 479억원에 달한다. 매입 목적을 '단순 투자'로 명시했지만 투자 기간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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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그룹은 지난해 3월 11일부터 올해 4월 30일까지 총 84거래일에 나눠 지분을 사들였다. 지분 매입에 투입한 현금은 총 479억원에 달한다. 매입 목적을 '단순 투자'로 명시했지만 투자 기간과 지분율을 보면 투자, 경영권 확보 등 여러 부분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14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반그룹이 공시한 지분 매입 목적은 ‘단순 투자’다. 다만 긴 기간에 걸친 분할 매수, 지분율 확대 속도, 한진칼 경영에 대한 불만 등을 고려하면 일반적인 투자로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적지 않다.
'공세 명분' 된 조원태 회장 보수
호반그룹이 최근 공개적으로 문제 삼은 것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고액 보수다. 지난해 한진칼에서만 41억5400만원을 급여로 수령한 조 회장은 5.78%에 불과한 단독 지분으로 한진칼은 물론 대한항공과 진에어의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에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 한도 상향(90억→120억원)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했다.
다만 이를 조 회장 보수를 둘러싼 문제제기가 아닌 '본격적인 주주권 행사'와 '경영 참여 명분 쌓기'로 확대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양사 사이에 차기 사업연도 배당액 논의가 있었던 가운데 호반의 지분 매입이 지속됐던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호반의 재무 구조를 감안하면 조 회장의 보수 자체가 금전적 의미를 갖는 사안은 아니다. 2024년 말 기준 호반건설의 연결 기준 매출은 2조3706억원, 영업이익은 2715억원에 달한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711억원, 부채비율은 53%인 우량기업이다.
결국 조 회장 급여를 문제 삼은 것은 단순한 '재무적 불만'이 아닌 향후 지분 확대 및 경영권 참여를 정당화할 수 있는 명분 쌓기로 보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2대주주가 ‘외부 주주’ 입장에서 경영진 보수 체계를 문제 삼는 모양새는 시장의 우호적 반응을 이끌어내기에도 유리하다.
호반 '단순 취득' 공시…시장은 '현금력 과시' '견제' 해석
대한항공 측은 “호반의 주식 매입 목적이 '단순 취득'으로 공시된 만큼 확대 해석은 경계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호반그룹의 항공사 인수 시도가 처음이 아닌 만큼 경계하는 기색도 없지 않다.
호반그룹은 2014년 산업은행 주관으로 진행된 아시아나항공 대주주인 금호산업 지분 인수 입찰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다. 입찰 참여와 별도로 실제 시장에서 당시 금호산업 5.16%의 지분을 인수하며 목적을 '단순 투자'로 밝힌 적도 있다. 다만 인수전이 본격화되자 '경영권 확보'로 목적을 바꿨다.
호반그룹은 이번 지분 인수로 이미 상당한 이익을 봤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매입한 주식(67만5974주)의 1주당 평균 가격은 7만787원이며 총 478억5017만원이 사용됐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계산한 총 가격은 783억4539만원이다. 경영권 인수 의지와 상관 없이 304억9522만원의 지분 환산 차익을 봤다.
최근 공시한 지분매입 주체가 계열사인 호반호텔앤리조트라는 것도 주목된다. 호반, 호반건설 등 그룹 핵심 계열사들의 현금은 아직 사용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추가 지분 매입 가능성은 남아 있다.
‘제2의 금호’ 노리나…호남기업 리더십 확보
일부에서는 호반이 항공 산업 진출을 모색하거나 국적항공사 인수라는 상징적 행보를 통해 '호남 대표 기업'의 위상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차지했던 위상을 호반이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앞서 언급한 금호아시아나(금호산업) 인수 시도는 호반그룹에 상당한 이점을 안겼다. 상당한 지분매각 차익을 얻었고 호남 대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그 해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은 광주상공회의소(광주상의)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기업과 오너의 위상이 크게 올랐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호남에 뿌리를 둔 굴지의 기업들이 여럿 있지만 과거 금호처럼 전국적 리더십을 인정받은 그룹은 아직 없다”며 “한진칼은 상징성과 규모 측면에서 상당한 전략적 가치가 있는 매물”이라고 설명했다.
김덕호 기자 pado@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