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C] 김성수 부광약품 부사장, 조직개편 전략…흑자전환 일등 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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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C] 김성수 부광약품 부사장, 조직개편 전략…흑자전환 일등 공신
2023년 말 조용히 합류한 김성수 부사장이 부광약품을 새 바람을 불러왔다. 회계법인 출신이라는 이력답게 그는 말보단 숫자로 승부하는 스타일이다. 영업·마케팅 조직 개편 후 부광약품은 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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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말 조용히 합류한 김성수 부사장이 부광약품을 새 바람을 불러왔다. 회계법인 출신이라는 이력답게 그는 말보단 숫자로 승부하는 스타일이다. 영업·마케팅 조직 개편 후 부광약품은 1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CNS 제품군 매출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실적 반등의 이면엔 김 부사장의 손끝에서 이뤄진 계산과 재배치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직 슬림화했더니...영업익 흑자전환
14일 업계에 따르면 김성수 부사장은 2023년 말 부광약품 경영전략본부장(부사장)으로 부임했다. 이전까지는 EY한영 회계법인에서 감사본부 파트너로 재직하며 재무 건전성과 내부통제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로 알려져 있었다. 제약 산업 내에서는 낯선 이력일 수 있지만 숫자와 구조를 다루는 인물로서 그는 '프로세스 중심 운영'에 강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일환으로 김 부사장은 1분기 영업·마케팅부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사업전략본부를 없애고 컨슈머헬스케어(CHC)사업본부를 신설하는 방식이었다. CHC사업본부는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등 일반 소비자 대상 헬스케어 제품을 총괄하는 조직이다.
당시 조직개편의 세부 내용은 외부에 많이 노출되지 않았지만 1분기 실적 발표가 향후 해석의 단초를 제공했다. 부광약품은 2025년 1분기 연결기준 매출 478억원, 영업이익 3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344억원에서 39% 증가했고 영업손실 16억원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조직개편 효과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부사장이 우선순위를 부여한 제품군은 중추신경계(CNS) 영역이다. 1분기 기준 부광약품 CNS 전략 제품군은 전년동기 대비 17% 성장했다.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서 제시한 시장 성장률 3~5%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대표 제품은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덱시드'와 '치옥타시드', 항정신병 치료제 '라투다' 등이다. 특히 라투다는 일본 스미토모파마로부터 국내 판권을 확보한 제품으로, 조현병과 양극성 장애 치료 시장에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병원 단위 영업전략 강화와 함께 CNS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이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률도 개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부터 올해까지 1분기 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2022년 -5.42% △2023년 -12.63% △2024년 -4.65% △2025년 6.28%로 집계됐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CNS 사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사업부를 따로 분리해서 운영하고 있다"며 "신설 후 사업을 꾸준히 해 온 덕에 CNS 부문의 매출이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CHC사업본부를 새롭게 신설했으며, 이는 시약파트와 일반약 등 여러 부문이 따로 노는 걸 관리 일원화하기 위함"이라며 "GSK나 일동제약 등에서도 컨슈머로 묶어서 파는 경우가 있는데 그 사례와 비슷한 경우"라고 부연했다.
단기 성과 있었지만...장기전은 여전히 과제
실적 반등에도 불구하고 부광약품이 안고 있는 구조적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 주력 매출 품목 다수가 도입 또는 제네릭 기반이며, 자체 개발한 블록버스터급 신약은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았다. 외형 성장을 견인할 '게임체인저'가 부재하다는 점은 향후 성장성에 의문부호를 남긴다.
현재 구조는 투자자 입장에서도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해 왔지만 도입약 위주의 매출 구조는 외부 변수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오리지널 제품의 특허 만료, 파트너사의 전략 변경 등 외부 요인에 따라 매출이 급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에서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미래 먹거리에 대한 서사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성수 부사장이 병행하고 있는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전략은 단기보다는 중장기 회수를 전제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광약품은 2023년 유상증자를 통해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고, 이 중 300억원 이상을 R&D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투자금은 주로 덴마크 자회사 콘테라파마의 파이프라인에 사용될 예정이다. 콘테라파마는 파킨슨병 운동장애 치료제 'JM-010'과 조현병·우울증 복합 치료제 후보 등을 개발하고 있다. 다만 이들 파이프라인은 대부분 임상 또는 전임상 단계에 있어 실질적인 수익 기여까지는 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유상증자 총 1000억원 중 300억원 정도를 투자한다는 건 앞서 공장이나 리모델링에 먼저 초점을 맞추고 그 다음으로 R&D에 투자한다는 의미"라며 "약 품절 이슈가 있어 공장 캐파를 늘리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정한 파이프라인에 우선순위를 두는 건 아니며 R&D 전반에 걸친 투자를 기획하고 금액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것"이라며 "R&D 투자가 수익실현 시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승준 기자 lsj@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