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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크래프톤이 보여준 성장주 반전의 조건

Numbers_ 2025. 5. 2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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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크래프톤이 보여준 성장주 반전의 조건

오랫동안 사랑받을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수익성을 지속 증명하는 것만이 한국 게임이 살아남을 길이다. 강력한 IP를 보유해야 게임 이용자들의 관심을 꾸준히 받을 수 있고 이는 실적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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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사랑받을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수익성을 지속 증명하는 것만이 한국 게임이  살아남을 길이다. 강력한 IP를 보유해야 게임 이용자들의 관심을 꾸준히 받을 수 있고 이는 실적 향상으로, 또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한때 게임주는 '꿈을 먹고 자라는 주식'이었다. 특히 한국 게임 기업들은 △IP 확장 가능성 △해외 진출 기대감 △모바일 플랫폼의 급성장세 등에 힘입어 대표적인 '성장주'로 분류됐다.

모바일 게임이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급속도로 성장하던 2010년대와 한국·중국·일본 중심의 동아시아 게임 시장이 급팽창하던 시기가 그랬다. 메타버스·대체불가토큰(NFT)·게임의 융합이 주목받던 2020~2021년 무렵에도 투자자들은 새로운 게임 하나가 만들어낼 폭발적 매출과 주가 상승을 기대하며 자금을 쏟아부었다. 넷마블의 2017년 코스피 상장, 엔씨소프트의 2020년 시가총액 20조원 돌파는 그 기대의 절정이었다. 

그러나 2025년 현재 분위기는 달라졌다. 투자자는 꿈보다 숫자를 본다. 더 정확히는 '기대'보다 '실적'이 주가를 움직이는 시장이 됐다. 변화는 현재 유가증권시장(KOSPI, 코스피)에 상장돼있는 크래프톤·넷마블·엔씨소프트·NHN의 시가총액 추이에서 드러난다. 

2020년대 초반 게임 산업의 주역으로 꼽혔던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시가총액은 지난 5년 사이 후퇴했다. 엔씨소프트의 시가총액은 2020년 한 때 20조원을 넘어서며 코스피 14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시가총액은 3조3522억원(이하 22일 종가기준)으로 코스피 순위 112위에 그쳤다. 넷마블도 2021년 한 때 시가총액이 10조원을 넘어섰지만 현재 시가총액은 4조4180억원으로 코스피 순위는 90위다. NHN은 과거 웹보드 게임에서 출발해 현재는 간편결제·광고·클라우드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회사의 현재 시가총액은 6439억원이다. 

크래프톤은 2021년 코스피 상장 이후 2022년 주가가 하락하며 시가총액도 감소했다. 하지만 이후 대표 IP 'PUBG(펍지):배틀그라운드'를 앞세워 실적 반등에 성공해 시가총액도 상승세를 탔다. 3년간의 주가 추이를 보면 2022년 20만원 중반대였던 주가는 현재 30만원 후반대로 상승했다. 현재 크래프톤의 시가총액은 18조2089억원으로 코스피 순위는 24위다. 코스피 50위권 내에 있는 게임사는 크래프톤이 유일하다. 

 


크래프톤의 상승세는 단지 게임의 재미나 인지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핵심은 실적이다. 수익성이 뛰어난 구조를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느냐, 글로벌 수요를 어떻게 사업화했느냐의 차이가 시가총액의 차이로 이어졌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단일 IP로도 인도·중동·북미 시장에서 매출 다변화를 이뤄냈다. '인조이(InZOI)'같은 신작에서도 인공지능(AI) 기술과 시뮬레이션 장르 결합을 통한 차별화 전략을 실현했다. 그 결과 2024년 연결기준 매출 2조7098억원, 영업이익 1조182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41.8%, 54% 증가했다. 전체 매출의 95%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 점이 고무적이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넥슨도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FC 프랜차이즈 등 강력한 IP를 기반으로 한국뿐 아니라 중국·일본·북미·유럽 등에서 매출을 내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런 가운데 눈여겨볼 점은 이제 한국 게임 시장 안에서도 토종 게임사가 주도권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텐센트·릴리스·미호요 등 중국계 게임사들이 고품질의 그래픽과 라이브 서비스 운영으로 한국 게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내 게임 이용자들도 중국 게임의 작품성을 인정하며 거리낌없이 즐기고 있다. 게임은 국적이 아닌 구조와 실적으로 평가받는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게임의 희망은 있다.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로, 넥슨이 '던파 모바일'과 '퍼스트 디센던트'로 증명했 듯 IP는 여전히 게임사의 핵심 자산이다. 단지 한 번의 흥행으로 끝나지 않고 다양한 장르로 확장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에 맞춰 현지화하며 콘텐츠 생태계도 넓혀야 한다. 

이제 게임은 더 이상 꿈만으로는 자라지 않는다. 투자자는 기대보다 실적, 감성보다 매출 구조를 본다. 그 흐름을 따르며 주목받은 기업이 크래프톤과 넥슨이다. 다른 게임사들도 IP를 다양한 방식으로 구조화하고 실적으로 증명해내는 것만이 다시 자본의 신뢰를 얻는 길이다. 

박현준 ICT부장 hj@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