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인적분할] ‘세금 피한 주주들’…적격분할 충족에도 투자 매력 낮아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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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인적분할] ‘세금 피한 주주들’…적격분할 충족에도 투자 매력 낮아진 이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시밀러와 신약개발을 총괄하는 지주사인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새롭게 설립한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향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다. 인적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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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시밀러와 신약개발을 총괄하는 지주사인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새롭게 설립한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향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다. 인적분할 과정에서 ‘세무 이슈’가 불거지면서 시장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에 대해 법인세 적격 분할을 위한 7가지 요건을 전부 충족했다는 의견이다. 기존 주주들이 세금 문제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주주 보호 측면에서 충실했다는 평가다.
다만 문제는 시장의 반응이다. 인적분할을 발표한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하향 조정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려와 경계심이 반영된 일시적인 주가 흐름으로 보고 있다. 올해 들어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호의적인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도 하반기 6공장 착공 소식을 알릴 것으로 예상돼서다.
세금 부담 감소…과세이연 효과도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 분할은 주주가 기존법인과 신설법인의 주식을 지분율에 비례해 나눠 갖게 되는 인적분할 방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존 주주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과 삼성에피스홀딩스 주식을 0.6503913 대 0.3496087의 비율로 교부 받는다. 분할 비율은 현재 순자산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산정했다.
업계는 이러한 인적분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 이슈에 주목하고 있다. 회사 측은 법인세 적격 분할 요건에 맞췄기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존 주주들의 조세 부담도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통상적으로 회사를 분할하는 과정에서 세금 혜택을 받으려면 △분할 전 5년 이상 연속된 사업기간 △독립된 사업의 분리 △자산, 부채 포괄 승계 △기존주주 지분율 100% 유지 △지분의 연속성 △ 사업의 계속성 △고용 승계 등의 요건을 갖춰야만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해당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것으로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유승호 삼성바이오로직스 경영지원센터장(부사장)은 “적격분할 요건에 해당하기 때문에 법인세, 소득세 등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존 주주들이 내야 하는 세금은 없다”고 말했다.
적격 인적분할에 해당할 경우 물적분할과 마찬가지로 과세이연 효과도 챙길 수 있다. 과세 이연은 기업이 지주사를 설립하거나, 기존 법인을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내야 하는 세금의 기한을 늦춰주는 제도다.
BGF 사례 반복하나…독립 운영 능력 입증 과제
세금 불확실성이 해소됐으나 인적분할 발표 이후 주가는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간 인적분할에 나서는 기업들은 그동안 저평가됐던 알짜 사업을 분리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그랬다. 유 부사장은 "이번 분할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에피스홀딩스의 밸류에이션이 각각 정해지면 두 회사 모두 시장으로부터 적정한 가치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기존 주주들의 우려는 여전히 크다. 이는 핵심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분리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체 경쟁력이 시장의 재평가를 받는 시점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 설립될 지주사의 수익 창출 능력에도 의문을 품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런 의구심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이날 종가는 101만6000원이었다. 이는 전일 대비 6만원(5.93%) 넘게 빠진 수준이다. 분할에 대한 경계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 행보는 과거 BGF의 인적분할 당시의 모습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지주사 BGF는 2017년 BGF리테일의 인적분할로 출범했다. BGF리테일을 투자회사 BGF와 사업회사 BGF리테일로 인적분할한 뒤 같은 해 12월8일 각각 주식시장에 재상장한 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인적분할 발표 당시 BGF리테일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같은해 재상장된 뒤에도 BGF와 BGF리테일 주가는 모두 급락했다. 특히 지주사인 BGF가 실질 사업이 거의 전무하다는 점이 재차 지적됐다.
실제 오는 10월 상장 예정인 삼성에피스홀딩스도 자회사 편입이 전제되긴 하나, 독립 운영 능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전날 삼성바이오로직스 온라인 간담회에서 지주사의 수익 창출에 대한 질문에 김형준 삼성바이오에피스 부사장은 “새로 설립되는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순수 지주사로서 자회사를 관리·지원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며 “향후 경영 자문 컨설팅, 창업 및 신기술 관련 투자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홀딩스를 제외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홀로서기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다. 인적분할을 계기로 CDMO 본업에 대한 집중도를 높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이벤트가 많다”며 “먼저 삼성바이로로직스는 6공장 착공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바이오시밀러에 호혜적인 시장 분위기 하에, 약가 인하 관련정책이 구체화할수록 결국 바이오시밀러에도 호재로 해석될 행정명령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세 정책이 구체화하면서 밀린 대규모 수주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주샛별 기자 jsb31660@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