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환' 파마리서치, 정상수 회장 지분율 하락 속 '승계' 시선 집중
▼기사원문 바로가기
'지주사 전환' 파마리서치, 정상수 회장 지분율 하락 속 '승계' 시선 집중
파마리서치가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나섰다. 회사는 투자 부문을 맡을 '파마리서치홀딩스(가칭)'와 기존 에스테틱 중심의 사업이 이관되는 '파마리서치(가칭)'로 분할된다. 단순한 사업효율화뿐
www.numbers.co.kr
파마리서치가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나섰다. 회사는 투자 부문을 맡을 '파마리서치홀딩스(가칭)'와 기존 에스테틱 중심의 사업이 이관되는 '파마리서치(가칭)'로 분할된다. 단순한 사업효율화뿐 아니라 최대주주 지분율 하락과 맞물린 지배구조 재편 가능성,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전략이 동시에 드러나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사 상장 유지로 구조 효율성 강화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파마리서치는 이날 이사회 결의로 인적분할을 공식화했다. 존속법인은 '파마리서치홀딩스(가칭)'로 변경되며 기존 사업을 이어받는 신설법인은 '파마리서치(가칭)'로 분리된다. 분할기일은 11월1일이며 12월10일에는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의 재상장이 추진된다. 분할은 상법상 단순 인적분할로, 기존 주주들은 동일한 비율로 두 회사의 지분을 받게 된다.
분할의 배경으로는 '사업전문성 및 경영효율성 제고'가 제시됐다. 파마리서치는 이날 공시에서 '인적분할로 분할신설회사를 설립함으로써 사업전문성을 제고하고 경영효율성을 극대화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독립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 및 객관적 성과평가가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에스테틱 중심의 수익사업과 투자 중심의 관리기능을 분리해 각 부문의 집중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분할 이후 파마리서치는 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 등 에스테틱 중심의 기존 사업을 담당하게 되며, 파마리서치홀딩스는 그룹 컨트롤타워로서 자회사 관리와 신규 투자에 집중할 예정이다. 본업과 투자를 분리함으로써 각 사업이 시장에서 개별적으로 가치를 평가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분할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은 존속법인 5802억원, 신설법인 2195억원이다. 분할비율은 존속 0.742794, 신설 0.2572056으로 산정됐다. 자산 기준으로 보면 존속법인이 약 2.6배에 달한다. 양사의 상장을 유지하는 이번 구조는 파마리서치가 향후 지주회사 요건을 안정적으로 충족하고, 투자·사업 부문의 가치를 명확히 평가 받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 지분율 하락…경영승계 가능성?
이번 인적분할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정상수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 재편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파마리서치의 최대주주인 정 회장은 2023년부터 올해까지 보통주 356만1663주를 꾸준히 보유해왔으나 지분율은 2023년 1분기 35.22%에서 2024년 1분기 34.51%, 2025년 1분기 30.48%로 점차 하락했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지배력 유지 전략과 연계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인적분할의 경우 동일 지분율로 양사 주식을 받게 되지만, 경영의 무게중심이 어디로 옮겨갈지는 여전히 변수로 남는다. 특히 실적과 브랜드 중심의 신설 파마리서치가 경영승계의 기반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상장법인으로서의 투명성 확보와 시장 검증 기능을 갖춘 만큼 후계자 양성의 무대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2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업계는 실무 참여를 통한 경영권 승계 준비 작업이 이미 일정 부분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파마리서치 이사회에는 정 회장의 자녀인 정유진·정래승이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정유진 이사는 해외허가 업무를, 정래승 이사는 투자전략 수립 및 심사총괄을 맡고 있다. 미국 노스이스턴대 약학박사 출신인 정유진 이사는 대웅제약 개발부 등 제약 업계 경력을 가졌으며 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MBA)을 졸업한 정래승 이사는 픽셀리티 대표이사를 맡아 투자·경영 분야에서 커리어를 키워왔다.
여기에 지주회사 요건을 맞추기 위한 자본거래 가능성도 향후 승계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파마리서치홀딩스가 자회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신설법인 지분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해야 하는 만큼 유상증자나 지분 현물출자 등의 방식이 논의될 수 있다. 파마리서치 측 또한 공시에서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분 희석 우려, 자사주 소각으로 대응
다만 일각에서는 향후 지분 희석과 이에 따른 주가 변동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주회사 요건 충족을 위해 신설회사 주식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유상증자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파마리서치홀딩스가 상장 자회사인 파마리서치의 지분을 30%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인적분할은 상법상 단순 인적분할 구조라 존속법인은 분할 직후 신설법인의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게 된다.
이처럼 지주회사 요건을 맞추기 위해 자본거래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유상증자나 현물출자 방식이 선택될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시장 내 단기 충격 △신주 발행에 따른 재무적 부담 등이 동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이번 분할이 구조적 장점과 함께 중단기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실효성을 입증할지가 관건이다.
파마리서치는 자사주 소각으로 리스크 해소에 나섰다. 이달 20일 회사는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보통주 발행주식 수(1050만9600주)의 약 1.1%에 해당하는 자사주 11만9952주를 전량 소각할 예정이다. 소각 예정 금액은 전일 종가 기준 약 62억7000만원이다. 거래정지 구간(10월30일~12월9일)을 앞두고 시행되는 만큼 단기 유동성 제한에 대한 투자자의 우려를 완화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파마리서치 관계자는 "소액주주를 포함한 일반주주의 권익이 침해도지 않도록 법령에 따른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고, 필요할 경우 다각적인 제도적·정책적 보완 조치를 적극 검토해 주주들의 권익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이번 분할로 각사는 본업에 집중함으로써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이루고, 리스크 분리에 따른 사업전문성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정 회장의 경영승계와 관련한 움직임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승준 기자 lsj@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