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모니터] 빌리언스, 감자·증자 동시 추진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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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 모니터] 빌리언스, 감자·증자 동시 추진 배경은
연예기획사 빌리언스(옛 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가 대대적인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해 남궁견 회장의 미래아이엔지 그룹에 편입되면서 변화에 나선 것이다. 액면가를 5분의 1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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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획사 빌리언스(옛 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가 대대적인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해 남궁견 회장의 미래아이엔지 그룹에 편입되면서 변화에 나선 것이다. 액면가를 5분의 1로 줄이는 무상감자를 단행하고 116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할 계획이다. 결손금 해소와 신규 자본 유입을 동시에 노리는 전략이다.
이번 조치는 최대주주 변경 과정에서 훼손된 자본구조를 복구하기 위한 회계적 정비 성격이 강하다. 당시 연결 종속기업 일부가 범위에서 제외되며 자본총계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감자 후 증자'…재무구조 개선 효과 극대화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빌리언스는 12일 이사회를 열고 액면가 조정 방식의 무상감자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 안건을 결의했다. 다음달 15일 액면가 500원인 보통주 4066만3728주를 100원으로 감액해 자본금을 줄이고 유상증자를 추진해 주주와 시장으로부터 116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는 4000만주로 발행주식 총수의 98.3%에 해당한다.
‘무상감자 후 유상증자’는 자본잠식에 빠진 상장기업들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방법이다. 먼저 무상감자를 통해 장부상 결손금을 소각해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고, 이후 유상증자를 실시해 실질적인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빌리언스는 올 1분기 말 연결기준으로 자본금 203억원에 자본총계 194억원의 부분자본잠식 상태다. 수년째 적자가 지속된 탓에 결손금이 925억원까지 불어났다. 매도가능증권 등 기타자본도 12억원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자본잉여금 929억원으로도 완전히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번 무상감자가 끝나면 빌리언스의 자본금은 41억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감자에 따라 163억원의 감자차익이 발생하는데, 이를 통해 결손금을 줄이는데 상계할 수 있다.
여기에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신주가 발행되면 자본금은 41억원에서 81억원으로 늘어난다. 자본잉여금은 발행가 대비 초과금 약 75억원이 추가 반영돼 1004억원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자본총계는 약 310억원으로 회복된다. 결손 보전 163억원과 유상증자 116억원을 합쳐 최대 279억원의 개선 효과를 누리는 셈이다.
M&A에 '경남제약' 종속법인서 제외…자본총계 73%↓
이번 조치는 지난해 1월 이뤄진 인수합병(M&A)의 연장선에 있다. 당시 김병진 회장이 이끌던 플레이크와 메타플렉스가 보유 중이었던 빌리언스의 경영권 지분 34.8%를 남궁견 회장의 포트폴리오 기업인 휴마시스에 매각했다. 회사의 주인이 바뀐 것이다. 이 거래를 통해 빌리언스뿐 아니라 산하에 있던 종속회사와 손자회사들에 대한 실질 지배권도 함께 미래아이엔지 그룹으로 넘어갔다.
가장 큰 영향은 경남제약의 연결 제외였다. 기존 김 회장 체제 하에서 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현 빌리언스)는 경남제약 지분을 19.84%만 보유하고 있었지만, 최대주주·특수관계인을 통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받아 연결 종속기업으로 처리해 왔다.
그러나 최대주주가 휴마시스로 바뀌면서 이와 같은 내부 지배구조가 해소됐고, 회계 기준상 지배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됐다. 이로 인해 경남제약은 종속기업에서 제외되고, 지분법이 적용되는 관계기업으로 분류됐다.
경남제약의 자본총계가 약 870억원에 달했던 만큼, 이 중 대다수(약 80%)를 차지하던 비지배지분 약 720억원도 연결 자본 항목에서 함께 빠지게 됐다. 실질적으로 빌리언스의 자산이나 손익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회계상 자본총계가 큰 폭으로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같은 이유로 지분 70%를 보유했던 블레이드이엔티(현 빌리언스플러스)도 연결 재무에서 빠졌으며, 블레이드에이아이(지분율 60%)는 딥마인드에 매각되면서 추가적인 비지배지분 감소가 나타났다. 이에 연결범위 변동 항목에서 약 874억원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자본총계는 2023년 말 기준 925억원에서 254억원으로 72.5% 감소했다.
이번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는 이 같은 과정에서 훼손된 자본 구조를 바로잡고, 재무건정성을 개선하기 위한 회계적 정비 조치로 해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권이 이전되면 자회사의 평가 기준이 달라질 수 있고, 이에 따라 연결 범위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