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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자닌 투자파일] 'CB 리파이낸싱' 디티앤씨, 제로금리 취한 배경은

Numbers_ 2025. 6. 1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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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자닌 투자파일] 'CB 리파이낸싱' 디티앤씨, 제로금리 취한 배경은

시험인증 서비스 전문기업 ‘디티앤씨’가 전환사채(CB) 리파이낸싱에 나섰다. 조기상환이 청구된 기존 CB 차환을 위해 새로운 CB를 찍어내는 것이다. 현금창출력이 둔화되며 적자가 지속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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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인증 서비스 전문기업 ‘디티앤씨’가 전환사채(CB) 리파이낸싱에 나섰다. 조기상환이 청구된 기존 CB 차환을 위해 새로운 CB를 찍어내는 것이다. 현금창출력이 둔화되며 적자가 지속됐지만 제로금리로 투자자를 모집했다. 리픽싱 주기가 7개월로 길게 설정돼 딜이 성사된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디티앤씨는 13일 이사회를 열고 90억원 규모의 5회차 CB 발행을 결정했다. 5회차 CB는 5년 만기에 전환가액은 2924원으로 정했다. 투자는 오라이언자산운용이 다수의 펀드로 30억원 규모 CB를 인수하기로 했으며, 수성자산운용(20억원), 에스피자산운용(20억원), 포커스자산운용(10억원)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5회차 CB로 조달한 자금 90억원은 모두 120억원 규모의 4회차 CB 조기상환에 투입된다. 기존 CB의 원금을 상환하기 위해 신규 CB를 발행하는 셈이다. CB로 조달하는 자금 90억원을 제외한 금액은 보유 현금으로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

디티앤씨가 차환 목적으로 메자닌을 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에는 2회차 CB 조기상환을 목적으로 1·2회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고, 이후 2023년 1회차 BW 상환을 위해 4회차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1·2회차 BW는 표면금리 0%에 만기금리 2%, 4회차 CB는 표면·만기금리 모두 0%였다. 전환권이 행사되지 않아 지분 희석도 발생하지 않았고, 조기상환 시점마다 새로운 CB로 차환하면서 상환 부담도 피했다. 실질적인 금융비용 누수 없이 유동성을 관리한 셈이다.

이번 5회차 CB의 조건 역시 발행사인 디티앤씨에 유리하게 설정됐다. 기존과 마찬가지로 금리가 0%로 책정돼 별도의 이자 부담이 없다. 투자자 입장에선 CB를 만기까지 보유하더라도 상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아무것도 없는 조건이다. 주식 전환을 통한 차익 실현에 베팅했다는 의미다.

전환 조건도 투자자에게 까다롭게 제시됐다. 향후 주가가 하락했을 때 조정될 수 있는 리픽싱 한도를 최초 전환가액의 85%까지로 제한했다. 통상 코스닥 기업들이 발행하는 CB 리픽싱 한도가 최초 전환가액의 70% 수준에서 발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하방안정성이 약한 편이다.

CB 투자자 입장에서는 전환가액이 낮아질수록 좋다. 주가가 떨어져도 향후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물량이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다만 발행사는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과 주가 하락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디티앤씨는 전반적인 자금조달 조건을 유리하게 설정했지만, 리픽싱 주기는 투자자 측에 양보했다. 통상 3개월 주기로 전환가를 조정하는 것과 달리, 5회차 CB는 발행 후 매 7개월마다 리픽싱이 이뤄지도록 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전환 시점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한 조치로 일종의 당근책이다. 전환권 청구가 발행 후 1년 뒤부터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첫 리픽싱이 이뤄진 뒤 5개월가량의 대응 기간이 주어지는 셈이다. 주가 흐름에 맞춰 전환 타이밍을 조율하며 엑시트 전략을 짤 수 있다.

디티앤씨가 콜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해 일부 CB를 재취득하더라도 해당 물량은 전량 소각 처리할 예정이라고 못박았다. 이는 회수한 CB에 대한 제3자 매각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투자자 입장에선 지분 희석이나 지배구조 변경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는 긍정적 조치로 해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디티앤씨는 지난 2년간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을 통한 현금창출력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유형자산 취득 등 투자 규모가 커지며 유동성은 악화된 상태다. 회사의 잉여현금흐름(FCF)은 2021년 이후 3년 연속 순유출세였다. 지난해 연결기준 FCF는 -253억원이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