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porate Action/주식

[유상증자 모니터] 넥스트칩, '자본잠식 해소' 총력…‘25% 할인 일반공모’에 시장 싸늘

Numbers 2025. 6. 18. 16:54

▼기사원문 바로가기

 

 

[유상증자 모니터] 넥스트칩, '자본잠식 해소' 총력…‘25% 할인 일반공모’에 시장 싸늘

차량용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 넥스트칩이 기술특례 트랙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지 3년 만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새로 발행될 주식은 기존 발행주식의 절반을 넘는다. 자본잠식

www.numbers.co.kr

/사진=넥스트칩 홈페이지


차량용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 넥스트칩이 기술특례 트랙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지 3년 만에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새로 발행될 주식은 기존 발행주식의 절반을 넘는다. 자본잠식 해소를 위해 오버행(대량 매물 출회) 리스크를 감수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기존 주주의 선택권을 배제하고 외부 수혈에 의존한 일반공모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주의 발행가액에도 25%라는 높은 할인율이 적용되면서 지분희석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자본잠식·법차손 방어 기대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넥스트칩은 16일 이사회를 열고 5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액면가 500원에 신주 939만8500주를 발행한다. 신주는 현재 발행주식 총수(1808만8940주)의 51.96%에 해당한다. 오는 8월까지 발행가액을 최종적으로 확정하고 청약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같은 달 26일이다.

이번 증자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본 확충 목적이 강하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본잠식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 상황이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발생한다.

넥스트칩은 지난 2019년 ‘앤씨앤’의 오토모티브 사업부 물적분할로 설립된 기업이다. 2022년 기술특례 트랙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회사는 기업공개(IPO)를 진행하면서 2024년 매출 1276억원, 영업이익 359억원, 당기순이익 282억원을 달성하겠다는 실적 추정치를 제시했다. 그러나 실제 매출은 323억원에 그쳤고, 영업손실 184억원, 당기순손실 207억원으로 괴리가 나타났다. 오히려 지속된 적자로 올 1분기 말 1292억원 규모의 결손금이 쌓였다.

 

납입자본금과 자본잉여금이 누적된 결손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넥스트칩의 자본금과 자본총계는 각각 90억원, 29억원으로 자본잠식률이 68.73%에 달한다. 결산일 기준 관리종목 지정요건 중 하나인 ‘자본잠식률 50% 이상’을 넘어서는 상황이다.

이번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자본잠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일반공모 청약 물량이 완판된다고 가정할 경우 자본금은 47억원 늘고, 자본금 증가분을 제외한 자본잉여금 453억원이 유입된다. 전체 조달 규모가 크기 때문에 회사로선 약 20% 청약만 이뤄져도 자본잠식이 해소된다.

 



유상증자로 피할 수 있는 것은 자본잠식 해소뿐만이 아니다. 넥스트칩은 2022년부터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이 자본총계의 50%를 초과했다. 3사업연도 중 2사업연도에서 법차손 비율 50%를 넘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기술특례 상장기업으로서 지난해까지 유예기간이 적용됐지만, 내년부터는 제도적 수혜를 누리기 어렵다. 손실이 반복되더라도 전체 자본이 늘어나면 법차손 비율을 대폭 낮출 수 있다.

 

기존 주주 '희석 불가피'

이번 유상증자의 최대 난관은 일반공모로 진행되는 점에 있다. 증자 자체가 상장 당시 제시했던 실적 목표 달성에 실패한 상황에서 진행하는 ‘급한 불 끄기’ 성격의 자금조달이고, 기존 주주는 신주를 인수할 기회도 없기 때문이다. 주주들로선 대규모 신주 발행에 따른 지분희석을 일방적으로 감내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넥스트칩은 이번 유상증자 할인율을 25%로 정했다. 일반적으로 10~20%대 할인율이 적용되는 점을 고려하면 외부 투자자들에게 더 큰 가격 메리트를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신주의 발행가격이 저렴하다는 얘기는 전체 조달자금 대비 시장에 출회될 물량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대주주 앤씨앤이 유상증자에 참여할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보인다. 앤씨앤은 넥스트칩 지분 42.6%를 보유 중이다. 이미 충분히 지분을 갖고 있어 공모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경영권에 문제가 없다. 앤씨앤이 청약에 참여하지 않고 신주가 모두 팔린다고 가정해도 지분율 28%대를 유지할 수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일반공모 유상증자는 통상 최대주주에게 마땅한 지원 여력이 없거나 신규 투자자를 유치하지 못했다는 신호로 읽히곤 한다”며 “자금 용처가 자본잠식 해소라면 더욱 좋지 않게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블로터>는 최대주주 청약 참여 여부 등을 묻기 위해 회사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유상증자 모니터] 빌리언스, 감자·증자 동시 추진 배경은
[유상증자 모니터] 곳간 채우는 라닉스, ‘V2X 보안’ 고도화 드라이브
[유상증자 모니터] '매각 무산' 이미지스, '활로 모색' 경영 정상화 총력
[유상증자 모니터] 주주에 손벌린 크라우드웍스, '할인율 25%' 흥행 이끌까
[유상증자 모니터] 179억 조달 씨이랩, 중장기 '피지컬 AI’ 확장 본격화
키워드#넥스트칩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