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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보험사 자본규제, 완화인가 전환기인가

Numbers_ 2025. 6. 1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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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보험사 자본규제, 완화인가 전환기인가

K-ICS 권고기준 하향 보험사 자본관리 완화자본규제 기준 질적 전환 양극화 심화 전망장기적 건전성 압박, 보험업 시장 재편 트리거최근 국내 보험사 경영환경은 전례 없는 변화의 시기를 맞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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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CS 권고기준 하향 보험사 자본관리 완화
자본규제 기준 질적 전환 양극화 심화 전망
장기적 건전성 압박, 보험업 시장 재편 트리거

최근 국내 보험사 경영환경은 전례 없는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인구변화 경기침체 금리인하 등 거시 경제적 요인뿐 아니라 자본비율 규제, 판매수수료 개편 등 건전성 및 영업 규제환경 측면에서도 큰 전환기를 겪는 중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이 있다. 원가 평가 방식이었던 기존 지급여력제도(RBC)와 달리 K-ICS는 모든 자산과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고 다양한 리스크를 추가로 반영해 요구자본 측정의 신뢰수준을 99.5%까지 높였다.

이러한 새로운 제도 도입은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 요구수준을 단숨에 끌어올려 준비가 부족한 다수 보험사의 자본관리 부담을 가중시켰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제도 이행 과정에서 시장의 연착륙을 돕고 장기적으로 ‘자본의 질’ 개선과 리스크 관리 역량 강화를 위해 일련의 규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건전성 기준 조정을 넘어 보험사의 사업 모델과 자본구조 전반에 본질적 변화를 유도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 변화가 시장에 미치는 실제 영향은 당국의 의도와 달리 산업내 보험사간 양극화의 심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올 해 하반기 도입될 예정인 기본자본비율 규제와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비율 완화는 보험사 재무 건전성과 자본 조달 및 배당 정책 등 경영 전반에 상당한 영향이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최근 보험사의 자본 적정성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인 K-ICS비율 ‘권고 기준’을 150%에서 130%로 완화하는 ‘보험업 감독 규정’을 개정했다. 이 완화 조치는 6월 11일부터 즉시 시행되며 자본증권 중도상환 허용, 보험업 인허가, 자본 감소 결정 및 자회사 승인 등 다양한 규제 요건에 적용되는 K-ICS비율을 현실에 맞게 합리화한 것이다. 이는 새로운 제도 도입 영향으로 건전성 요구수준이 크게 높아져 과중한 자본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는 보험사를 지원하고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권고기준 130%의 근거는 복합 위기상황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30% 정도 버퍼가 필요하고 RBC 대비 금리 변동성 감소분이 21% 정도이며 은행권 BIS규제 비율(10.5%) 준용 시 보험사 K-ICS비율이 대략 131% 수준으로 추정된 점 등이 반영된 것이다.

이러한 K-ICS규제 비율 완화는 단기적으로 보험사의 자본 조달 부담 경감과 시스템 리스크 방지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K-ICS 비율이 130% 이상이면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가 가능해 높은 금리로 추가 보완자본을 조달할 필요성이 줄어들고 콜옵션 미행사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감소할 전망이다. 2025년 1분기 K-ICS비율 150% 미달로 콜옵션 미행사를 걱정했던 푸본현대생명 등 일부 보험사가 이 규제 완화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 비율 완화와 별개로 올 해 하반기 도입 예정인 ‘기본자본 K-ICS비율’은 다수 보험사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규제는 ‘자본의 양’(총 가용자본)뿐 아니라 ‘자본의 질’(기본자본)을 동시에 관리하려는 보험사 건전성 관리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평가된다. K-ICS는 보완자본을 포함한 가용자본 기준이지만 ‘기본자본 K-ICS’는 자본성 증권(일부 포함)을 제외한 실질적인 손실 흡수성(자본금 이익잉여금 등)을 평가하는 지표다. 이는 후순위채 등 단기적인 자본 확충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익 창출을 통한 이익잉여금의 사내 유보나 유상 증자 등 주주 친화적이지 않은 ‘고통스런’ 자본 확충 방안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자본 K-ICS비율의 구체적 규제 수준은 해외사례(캐나다 70% 유럽 50%) 등을 참조해 50~70% 내외가 될 전망된다. 이 비율은 적기 시정조치 요건(의무 준수 기준)으로 공시가 강화되고 스트레스 테스트 모니터링 대상에도 추가될 예정이다. 2025년 1분기 기본자본 K-ICS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보험사는 푸본현대생명 -70.7%, 롯데손보 -15.1%, MG손보 -18.2%, KDB생명 -26.9%, 흥국화재 44.3%, 현대해상 46.7%, ABL생명 54.6%, 동양생명 57.4%, 한화생명 64.7% 등이다.

한편 금융당국이 자본 건전성 강화 기조 속에서도 주주 친화적 경영을 펼 수 있는 수단으로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비율을 조건부로 완화한 것은 보험사 입장에서 그나마 긍정적이다. 직전 분기말 K-ICS비율이 170% 이상인 보험사는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액을 원가부채와 시가부채 차이의 80%까지만 적립해도 된다. 당초 이 기준은 2024년 200%를 시작으로 2029년까지 매년 10%포인트씩 인하돼 최종적으로 150%에 도달할 예정이었으나 2025년 적용 기준을 170%로 하향 조정한 것이다. 이 조치로 보험사 배당 가능이익이 확대되고 법인세 납부액이 증가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해약환급금 준비금은 법정 준비금에 포함돼 상법상 배당가능 이익에서 제외되므로 적립율이 낮아지면 배당가능 여력이 그만큼 늘어난다.

그러나 이 완화 조치의 실질적인 혜택은 K-ICS비율 170% 이상을 충족하는 소수 보험사에 국한된다. 이는 자본력이 충분한 건전성 상위 보험사는 유연한 재무전략 추진이 가능하지만 자본력이 취약하면 배당 제약으로 투자자 외면과 조달 비용 상승으로 건전성과 주가 관리에 애로를 겪는 ‘양극화’ 심화를 불러올 것이다. 2025년 1분기 K-ICS 비율(경과조치 후) 170% 이하 회사는 NH농협손보 165.7%, 현대해상 159.4%, 롯데손보 119.9%, MG손보 -18.2%, ABL생명 168.0%, KDB생명 163.9%, 한화생명 154.1%, 푸본현대생명 145.5%, 동양생명 127.2%, ABL 생명 125.0% 등으로 대부분 전분기 대비 크게 하락했다. 이러한 추세는 시장금리 하락과 할인율 현실화에 따른 보험 부채 증가와 순자산 감소에 기인한다. 특히 올해 1분기 보험업계 전체 순이익이 4조 9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8% 감소하며 실적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보험사 건전성 하락 압박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은 금융 당국이 건전성 유지와 주주 친화적 경영 유도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겪는 딜레마를 보여준다. 해약환급금 준비금 완화는 주주가치 증대 측면에서 분명히 긍정적 신호지만 높은 K-ICS비율 조건이 부과되면서 자본력이 탄탄한 상위권 보험사만 그 혜택을 누리게 됐다. 이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초래해 자본력이 부족한 보험사는 배당 여력이 떨어지고 이는 다시 자본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이번 규제 변화로 단기적으로 수혜를 볼 수 있는 회사는 푸본현대생명처럼 K-ICS비율이 낮은 상황에서 자본성 증권 콜옵션 행사가 임박한 보험사나 현대해상과 한화생명처럼 순이익과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액이 많으면서 K-ICS비율을 170% 이상 유지할 가능성이 있는 회사들이다. 반면 롯데손보 흥국생명 동양생명 등 다수 보험사는 규제 변화 수혜보다 부담만 더 커지는 등 보험권 내부적으로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일련의 자본 규제 환경 변화는 보험사에게 사업 모델의 근본적 재검토와 효율성 강화를 요구한다. 장기적인 건전성 압박과 ‘자본의 질’을 중시하는 규제 기조 속에서 보험사는 단순히 외형 경쟁에 치중하기 보다 수익성 제고와 운영 효율성 개선을 통해 내부적으로 고품질 자본 창출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번 금융당국의 자본 규제 패러다임 변화는 자본력이 취약한 보험사는 시장에서 퇴출되는 등 보험산업 구조 재편을 가속화하고 미래를 결정 짓는 중요한 시발점이 될 것이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