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마 경영권분쟁] ① 35년 화장품 왕국의 균열...시작은 장남의 약속위반
▼기사원문 바로가기
[콜마 경영권분쟁] ① 35년 화장품 왕국의 균열...시작은 장남의 약속위반
콜마그룹 창업주 윤동한 회장이 장남 윤상현 콜마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을 상대로 주식 반환 청구 소송을 냈다. 지난 2019년 조건부로 증여한 콜마홀딩스 주식 230만주(현재 무상증자로 460만주)
www.numbers.co.kr
콜마그룹 창업주 윤동한 회장이 장남 윤상현 콜마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을 상대로 주식 반환 청구 소송을 냈다. 지난 2019년 조건부로 증여한 콜마홀딩스 주식 230만주(현재 무상증자로 460만주)를 되돌려 달라는 내용으로, 35년간 일궈온 그룹의 창업 정신과 경영 질서를 장남이 훼손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올해 4월 윤 부회장이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의 경영권에 개입한 것을 계기로 촉발된 남매 사이의 내홍이 부자간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19일 콜마비앤에이치에 따르면 윤 회장은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윤상현 부회장을 상대로 콜마홀딩스 주식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장녀 윤여원 대표가 이끄는 콜마비앤에이치의 이사회에 진입하고자 하는 윤상현 부회장의 시도가 과거 체결한 경영권 약정을 거스른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결정이다.
앞서 2018년 9월 윤 회장은 장남과 장녀를 데리고 3자간 승계 합의를 맺었다. 화장품·의약품을 만드는 한국콜마와 지주사 콜마홀딩스를 윤상현 부회장에게,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을 만드는 콜마비앤에이치를 윤여원 대표에게 물려주는 것이 골자다. 이듬해 12월 윤 회장은 합의 사항을 전제로 부담부(조건부)증여 방식의 주식 승계를 마무리했다. 이때 장남은 콜마홀딩스 지분 31.75%를 확보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2020년 장녀에게 추가 증여를 한 윤동한 회장의 지주사 지분은 현재 5.59%다.
3자 합의에 균열이 생긴 건 약 5년이 흐른 올해 4월 25일이다. 윤 부회장이 본인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콜마비앤에이치의 사내이사로 선임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회사의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이 지속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윤여원 대표가 이를 거부하자 5월2일 윤상현 부회장은 법원에 이사회 개편을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 허가 소송까지 불사르며 날 선 행보를 보였다.
윤상현 부회장은 혈연이 아닌 주주가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의 주장대로 콜마비앤에이치의 영업이익은 2020년 1092억원에서 5년간 내리막을 걸어 지난해 24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주가 역시 2020년 최고가 7만2900원과 비교해 4월 한때 1만1470원에 불과한 상태였다. 콜마비앤에이치의 부진은 지분 44.63%를 들고 있는 모회사 콜마홀딩스에 마저 악영향을 끼치는 구조여서 주주 불만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윤동한 회장은 자녀의 경영권 분쟁에 깊은 실망감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달 15일 그룹 창립 35주년 기념식에서 "한국콜마로 대표되는 화장품·제약 부문은 윤상현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로 대표되는 건강식품 부문은 윤여원 대표가 각각 맡기로 한 것은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거친 결과"라며 "지금도 그 판단에는 변함이 없다"고 중재를 시도한 바 있다. 그럼에도 장남이 뜻을 굽히지 않자 법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윤여원 대표 역시 “(경영 간섭 시도는) 경영권 약정 위반 및 경영질서 파괴”라는 입장을 밝히며 이달 10일 대전지방법원에 임시주총 소집 허가의 위법성을 다투는 가처분을 제기한 상황이다.
콜마비앤에이치 관계자는 “이번 법적 대응은 단순한 가족 간 갈등이 아니라, 자회사 경영의 독립성과 건전한 기업운영을 수호하기 위해 35년간 세계적인 그룹을 이끌어 온 창업주의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지주사의 일방적 경영개입을 저지하고 계열사의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유지하기 위한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