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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 모니터] 최대주주, 지분희석 우려…경영권 불안 수면 위로 l 유니슨②

Numbers_ 2025. 6. 2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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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 모니터] 최대주주, 지분희석 우려…경영권 불안 수면 위로 l 유니슨②

코스닥 상장사 유니슨의 유상증자를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해 600억원대 증자를 발표했지만, 정작 최대주주는 청약 ‘미참여’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펀드 약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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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슨 사천공장. /사진 제공=유니슨

 

코스닥 상장사 유니슨의 유상증자를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해 600억원대 증자를 발표했지만, 정작 최대주주는 청약 ‘미참여’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펀드 약정상 출자가 어려운 상황에서 결정된 증자인 만큼, 재무 부담을 주주들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식가치 희석에 따른 최대주주의 지배력 약화도 불가피하게 됐다. 이미 최대주주 지분율이 10%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추가 출자 없이 증자를 단행하면 경영권 유지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대주주의 유증 불참 원인…'출자 기한 끝난 펀드'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니슨은 643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 중이다. 사업을 통한 현금 창출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올 1분기 말 연결기준 자본금과 자본총계는 각각 842억원, 627억원으로 25.59%의 부분 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예정된 발행가액 1260원으로 증자를 마치면 388억원의 주식발행초과금이 유입돼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게 된다.

통상 재무구조 개선이 목적인 유상증자일수록 시장의 신뢰를 얻기 쉽지 않다고 여겨진다. 기업의 성장 가능성이 아닌 과거의 재무 부실을 메우기 위한 '뒷수습' 투자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최대주주의 청약 참여율이나 가시적 계약·수주 등 성과 여부 등이 시장 신뢰를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유니슨의 최대주주는 지분 9.09%를 보유하고 있는 ‘아네모이’다. 아네모이는 에너지·인프라 전문 투자자산운용사 ‘삼천리자산운용’에서 운용하는 사모펀드(PEF) ‘비티에스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BTS제1호)’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국민연금과 신한캐피탈이 펀드자금 조성에 참여했고, 위탁운용사(GP)인 삼천리자산운용도 일부 자금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슨은 최대주주인 아네모이가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BTS제1호의 투자이행기간이 만료됐다는 이유에서다. PEF는 조성 단계에서 기관투자자(LP)와 투자규약(SPA)을 맺고 내부 리스크 관리 정책을 따라야 한다. 이 같은 펀드 운용 계획에 따라 지난해 2월부터 후속 출자가 제한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가 총 5100만주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지분 9.09%를 보유한 아네모이에겐 463만6239주의 신주가 배정된다. 이 물량을 모두 확보하려면 아네모이는 총 58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바꿔 말하면 청약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58억원이 소진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회사 측은 “펀드의 투자이행기간이 만료돼 추가자금 출자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에 불가피하게 최대주주는 유상증자에 미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네모이, 지분율 7%로 하락…지배력 '흔들'

자금 운용이 제한적인 PEF의 구조를 감안하면 추가 출자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은 시장에서도 일정 부분 감안되는 분위기다. 기본적으로 기업의 장기 경영이 아닌 수익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재무적투자자(FI)라는 점에서 무리한 출자에 나서기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최대주주의 자금 투입이 어려운 상태에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한 점은 기존 주주들에게 자금 부담을 전가한 것으로 비쳐질 여지가 충분하다. 당초 실질적인 책임 부담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했다면 보다 현실적인 조달 방식이 필요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개인 투자자는 “자금 출자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유상증자 방식 자체를 신중히 검토했어야 한다”며 “결국 시장에 부담을 떠넘긴 결정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유상증자는 최대주주의 지배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증자를 완료하면 아네모이의 지분율은 현재 9.09%에서 7%까지 희석된다.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기엔 상당히 낮다. 자칫 청약 흥행에 실패할 경우 실권주를 대량으로 확보한 외부 투자자에 따라 주주 지형이 급변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같은 리스크를 고려한 듯 유니슨은 복수의 인수단을 꾸렸다. 대표주관사인 SK증권과 인수회사 LS증권, 한양증권 등 세 곳이 공모 후 발생하는 실권주를 인수할 예정이다. 이들은 실권주를 인수하는 대가로 잔액인수금액의 20% 수수료를 받는다.

일반적으로 성장성이 부각되거나 수요 예측이 유리한 구조라면 단독 주관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처럼 자본잠식 해소를 목적으로 한 증자에 최대주주까지 빠진 상황에선 리스크 분산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시장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인수 부담을 나누고, 실권 대응 여지를 넓혀둔 셈이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