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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달래기 나선 파마리서치, 중복상장 디스카운트에 쏠린 눈

Numbers_ 2025. 6. 2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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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달래기 나선 파마리서치, 중복상장 디스카운트에 쏠린 눈

파마리서치가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인적분할을 발표후 주가가 급락하는 등 주주들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사업 전문성과 효율성이라는 인적분할의 정당성 역시 큰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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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파마리서치, 그래픽=이승준 기자


파마리서치가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인적분할을 발표후 주가가 급락하는 등 주주들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사업 전문성과 효율성이라는 인적분할의 정당성 역시 큰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시장 안팎에선 파마리서치가 향후 중복상장 디스카운트를 비롯한 주주들의 우려를 어떻게 해소하는지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적분할로 사업·투자 기능 분리

24일 업계에 따르면 파마리서치는 23일 주주서한을 통해 인적분할 계획을 재확인하며 반발 진화에 나섰다. 리쥬란을 앞세운 고수익 사업을 신설법인 '파마리서치'가 맡고, 인수합병(M&A)과 투자 기능은 존속법인인 '파마리서치홀딩스'로 분리한다는 구상이다. 회사는 이 같은 행보가 '글로벌 재생의학시장에서 더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내린 전략적 결단'이라는 입장이다.

한국투자증권의 분석 결과, 신설법인은 자회사 실적이 제외되며 2024년 기준 영업이익률이 별도 39.1%로, 연결기준(36.0%)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파마리서치와 파마리서치바이오는 당기순이익의 30% 배당정책을 예고하며 주주친화 전략도 강화 중이다.

회사는 분할 이후 각각의 경쟁력이 명확해지며 시가총액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분할을 통해 각 지주회사 및 사업회사가 본연의 경쟁력을 보다 명확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며, 그 결과로 분할 후 양사 시가총액의 합이 분할 전 회사의 시가총액보다 높게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29년까지 그룹 전체 매출 1조원 달성'을 목표로 내세우기도 했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동력으로 삼아 리쥬란의 글로벌 확장과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성과는 주주가치 상승으로도 직결될 것이라 내다보기도 했다.

"기업 가치 훼손 불가피" 불만 고조

하지만 시장은 이 같은 설명을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는 모습이다. 분할 발표 직후 주가는 하루 만에 17.1% 급락했으며, 증권가에서도 이번 분할 구조로 기업가치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머스트자산운용은 파마리서치가 '대주주만을 위한 결정'을 내렸다고 꼬집었다. 머스트자산운용은 파마리서치의 지분율 약 1%를 보유한 주주이기도 하다.

자산 배분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도 잇달아 나타난다. 분할비율은 홀딩스 0.74, 신설법인 0.26으로 설정됐다. 신설법인이 강릉공장과 브랜드 '리쥬란'을 승계했지만 이익잉여금 대부분은 존속회사에 남기 때문에 향후 현물출자 과정에서 소수주주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신설법인의 자산총계는 2195억원, 자본은 1390억원 수준이다. 이에 비해 존속법인은 자산 5802억원, 자본 4016억원으로 구성됐다. 일부 주주들은 "고수익 사업을 쪼갠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 지배력은 대주주가 지주회사를 통해 강화하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집단 반발이 나타나기까지 했다. 주주 행동 플랫폼 '액트(ACT)'에 모인 파마리서치 소액주주들은 이달 말 대통령실과 한국거래소에 파마리서치의 인적분할 철회 요구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액트에 모인 소액주주들의 주식은 전체 지분의 3.9%에 달하는 41만3785만주로 파악된다.

중복상장 우려…분수령은 '재상장 후'

시장 안팎에서는 '신설법인의 재상장 이후'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시장이 의심하는 '중복상장 디스카운트'를 어떻게 회피하고 교환비율 등 민감 이슈에 대한 투명한 절차를 통해 주주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가 진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수로 꼽히는 것은 '지주회사가 신설법인을 언제, 어떤 조건으로 지배하게 될지'다. 현물출자 시점과 교환비율 산정 과정이 불투명하거나 지연될 경우 주가에 미치는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따라붙는다. 특히 투자 판단에 민감한 기관투자자들은 분할 이후 지주사 체제의 지속가능성과 수익구조를 더욱 까다롭게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파마리서치의 인적분할 결정에 대해 김두용 머스트자산운용 대표는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돼 있는 소위 중복상장 문제는 한국 자본시장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주제 중 하나"라며 "파마리서치도 동일한 중복상장의 문제점을 갖게 돼 본래의 기업가치에 비해 할인돼 시장에서 거래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회사가 공시한 대로 지주회사 형태의 운영이 필요하다면 100% 자회사로 물적분할하고 그 자회사는 재상장을 안 하는 약속과 함께 관련된 규정을 두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자본시장에서 매우 예민하게 싫어하는 모-자회사 중복상장 구조를 신규로 만들면서까지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승준 기자 lsj@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