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경영 개입…법조계가 본 신동국 회장 상법 위반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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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경영 개입…법조계가 본 신동국 회장 상법 위반 가능성은
한미약품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23.38%를 확보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그룹의 경영 전반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신 회장이 본사를 넘어 공장 등 생산현장까지 영향력을 확대하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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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23.38%를 확보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그룹의 경영 전반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신 회장이 본사를 넘어 공장 등 생산현장까지 영향력을 확대하자 주주뿐만 아니라 실무진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되는 모양새다. 이는 지난해 1년간 지속된 한미그룹의 경영권 다툼이 ‘송영숙·임주현·신동국·라데팡스파트너스’ 4자 연합의 승리로 종결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포한지 불과 3개월 만의 균열이다.
본사 넘어 공장까지 전두지휘…불만 속출
2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이 한미약품그룹 경영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면서 이에 따른 반발이 지속되고 있다. 한미약품 전 고위급 실무진은 “신동국 회장이 회사 공장에 자주 출근하고 있다”며 “그가 직접 선임한 자문위원회 측근이 공장장 위에 서서 모든 지시와 인사를 관장하고 있기 때문에 공장 내부 직원들의 불만은 극에 달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신 회장의 경영 개입에 대한 명분은 오너가 없는 전문경영인 체제의 단점을 보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신 회장이 사실상 경영 전면에서 ‘오너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신 회장의 과도한 영향력 행사로 인해 ‘4자 연합’ 간의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점도 분명해 보인다. 4자 연합은 지난해 장남인 임종윤 사장과 차남인 임종훈 대표 등 경쟁 세력을 제압하려는 목적으로 결속을 다지며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의견 차이로 완전한 협력 관계는 구축되지 못한 상태다. 서로가 ‘불편한 동거’인 셈이다. 한미약품의 또 다른 실무진은 “가끔 본사에 신 회장이 출근했다는 보고를 받으면 송 회장은 그와 최대한 마주치지 않으려고 한다”며 “양측은 또 다른 경쟁 상황이 벌어질까봐 부딪히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전문경영인 체제 균열의 중심에 선 신 회장의 지분은 경영권에 영향을 행사할 만큼 상당하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23.38%를 보유하고 있다. 송영숙·임종윤·임주현·임종훈 등 오너일가의 지분은 22.84%로 신 회장의 지분에 못 미친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 당시 송 회장에게 힘을 실어준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 지분(6.09%)을 포함하면 28.93%로 올라선다. 라데팡스의 지분율은 9.81%다.
‘업무 집행 지시자’ 권한 행사…상법 위반 소지 법조계의 의견은
시장에서는 신 회장의 경영권 개입 행보가 현행 상법 규정에 부합하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 회장은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의 등기이사다. 이사회 구성원이면서도 상시 근무하지 않는 기타비상무이사로 등재돼 있다. 기타비상무이사는 회사의 등기이사이면서 상근하지 않고 경영에도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이사회 참여와 의결권 행사, 자문 제공, 거버넌스 견제 역할을 주로 맡는다.
심준섭 법무법인 심 대표 변호사는 “상법상으로 들여다보면 이사회에서 신 회장을 대표이사(CEO)로 선임한 것이 아니라면 권한 남용의 여지는 분명히 있다”며 “전문경영인 선출할 때 주주 간 계약을 했을 것이다. 내용 공개는 어렵겠지만 위배되는 부분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상법의 권위자로 꼽히는 최준선(74)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기타비상무이사이면서 대주주인 신 회장이 경영에 관여하게 된다면 업무 집행 지시자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이는 그림자 이사로도 불리며 그에 상응하는 상법상 책임을 진다는 의미다. 그렇게 한다면 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법원의 판례 등에 따르면 기타비상무이사는 원칙적으로 ‘업무 집행 지시자’가 될 수 없다. 기타비상무이사가 실질적으로 회사 경영에 관여했다는 점이 드러난다면 업무 집행 지시자로서의 민형사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안팎에서 이 같은 신 회장의 경영 개입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해석은 신 회장이 ‘한양정밀’이라는 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한미약품을 키워 향후 그룹화를 추진하려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신 회장이 한미약품의 지분을 처분할 때 경영권 프리미엄을 확보해 더욱 높은 가격에 매각하기 위한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미약품 자문 담당자인 한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과정부터 도왔던 입장이다 보니 신 회장의 경영 개입과 관련한 답변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일축했다.
주샛별 기자 jsb31660@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