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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깅노트] 코스피 5000, 상속세도 손봐야 한다

Numbers 2025. 11. 2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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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깅노트] 코스피 5000, 상속세도 손봐야 한다

그룹 승계를 앞둔 몇몇 기업에서 공통된 지배구조가 목격된다. 지주사 위에 또 다른 지배회사가 놓여 있는 구조, 이른바 '옥상옥'이다. 한화, 하림, 다우키움, 사조, 원익, 영원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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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승계를 앞둔 몇몇 기업에서 공통된 지배구조가 목격된다. 지주사 위에 또 다른 지배회사가 놓여 있는 구조, 이른바 '옥상옥'이다. 한화, 하림, 다우키움, 사조, 원익, 영원 등이 대표적이다. 지주사를 지배하는 법인은 비상장사로 대부분 오너 2세가 최대주주다. 이들은 지주사의 지분을 서서히 사들이며 그룹 전체를 지배한다.

 

이러한 구조의 이면에는 막대한 승계 비용 부담이 자리한다. 옥상옥 형태의 승계를 진행할 경우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지주사의 지분을 단순히 사들이는 방식이기에 별다른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지분 매입 자금에 일부 증여가 필요할 수 있지만 자체 사업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반면 직접 승계에서는 큰 비용이 발생한다. 시가총액 5000억원의 지주회사 경영권을 직접 물려준다고 가정해보자. 최대주주 지위에 필요한 지분 20%(1000억원)를 넘겨받을 경우 최대주주 가산세율 20%와 최고세율 50%, 그리고 4.6억원의 공제를 적용하면 약 595억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증여세로 약 60%를 내야 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발생한다. 주가가 조금만 올라가도 세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최대주주는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추려 한다. 의사결정권을 이용해 사업 목적과 무관한 계열사 간 거래, 유상증자, 합병·분할 등을 진행해 주가를 눌러놓는다.

 

이는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코스피 5000 시대' 구상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최근 민주당 코스피 5000특별위원회는 상법개정안을 3차까지 발의하며 증시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1년 이내에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 7월에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1차, 8월에는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임을 담은 2차 상법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증시도 이러한 정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한때 상승세를 탔지만 다시 4000선 밑으로 되돌아갔다. AI버블, 환율, 밸류에이션 과열 등 다양한 이유가 거론되지만 결국 다시 상속·증여세 문제로 돌아온다. 실제로 오너들은 극심한 부담을 호소한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두 번 상속하면 회사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락앤락·쓰리세븐·한샘 등은 막대한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상속을 포기한 사례로 남았다. 한국의 상속·증여 최고세율은 OECD에서 일본 다음 두 번째로 높다.

 

이제는 최대주주 가산세율 완화, 상속세율 인하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야 할 차례다. 부담이 완화되면 오너는 주가 부양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이솝우화 '해와 바람'에서 외투를 벗기는 데 성공한 것은 강풍이 아닌 따뜻한 햇빛이었다. 코스피 5000 시대 정책만으론 어렵다. 오너의 마음을 여는 햇빛이 필요한 때다.

 

황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