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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깅노트] 여의도 대신 강남을 택하는 대학생들

Numbers 2025. 12. 3.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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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깅노트] 여의도 대신 강남을 택하는 대학생들

“요즘 대학생들의 1순위는 대기업이 아니에요”한 증권사 본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대답했다. 그가 내게 요즘 대학생들은 어디에 가장 취업하고 싶어하냐고 물어서였다. 본부장은 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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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생들의 1순위는 대기업이 아니에요”

 

한 증권사 본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대답했다. 그가 내게 요즘 대학생들은 어디에 가장 취업하고 싶어하냐고 물어서였다. 본부장은 내심 증권사라고 말하길 바라는 눈치였으나 증권사는 2순위였다. 1순위는 사모펀드였다. 요즘 대학생들에겐 여의도보다 강남이었다.

 

한때 증권사를 표현하는 3高가 있었다. 고스펙, 고위험, 고연봉. 널린 게 SKY라는 높은 스펙과 그 스펙으로도 성과에 따라 다시 순위가 매겨지는 환경, 그렇기 때문에 높은 연봉을 준다는 이 공식이 여의도를 우러러보게 만들었다. 여의도는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신분적 상징에 가까웠다. 대기업보다 금융업을 선호하는 대학생들이 많아진 것도 자본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돈을 최전방에서 다룬다는 점이 큰 매력 요소였을 테다.

 

그러나 지금의 대학생들을 끌어들이는 건 단순한 직업적 요소가 아니다. ‘자아 실현’의 가능성이다. 어느 업종에서나 마찬가지로 높은 연봉과 번듯한 명함보다 워라밸과 자기 효능감이 더 중요해졌다. 증권사와 사모펀드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 증권사는 시장을 다루지만, 사모펀드는 기업을 다룬다. 기업 하나를 바꾸는 데 직접 참여하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시장과 사회의 변화를 몸으로 체감한다. 성과는 단발성이 아니라 트랙레코드로 남는다. 사모펀드가 젊은 세대를 끌어당기는 매력은 이런 지점에서 비롯된다.

 

최근 사모펀드의 엑시트 방식 등을 둘러싼 논란으로 업계의 이미지가 흔들리고 있다. 물론 지나치게 공격적인 인수∙차입 확대 등은 앞으로도 개선해야 할 숙제다. 업계 대표들이 환골탈태의 목소리를 내며 자정에 나선 점도 두고 봐야 할 부분이다.

 

다만 알아야 할 점은 사모펀드의 긍정적인 성과는 사회와 각 기업에 환류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과 달리, 펀드의 수익은 회사에 온전히 흘러 들어가지 않는다. 수익의 수혜자는 사실상 회사가 아닌 연기금 같은 국민 노후자금이다. 사모펀드에 출자하는 출자자(LP) 상당수가 연기금, 공제회 등이기 때문이다.

 

국내 토종 하우스 중 1세대인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는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IMM PE는 2019년 에어퍼스트(구 린데코리아) 지분 100%를 1조4000억원에 인수해 4년 후 이 중 30%를 1조1200억원에 매각했다. 당시 최대 출자자는 국민연금이었다.

 

수익 또한 국민연금으로 돌아갔다. IMM PE와 함께한 후 에어퍼스트의 매출 성장률은 연평균 30%를 넘어 사모펀드와 기업 간 상생 사례로도 꼽힌다.

 

사모펀드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취업 시장에서 사모펀드의 인기는 식지 않았다. 암(暗)은 덮고 명(明)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모펀드의 핵심가치는 훼손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회에 기여하고 기업의 성장과 상생을 체감할 수 있다는 점이 대학생들의 선호를 이끄는 만큼, 사모펀드는 분명 괜찮은 직업적 선택이다.

 

정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