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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매각, 13조 몸값과 반쪽 경영권 '딜레마'

Numbers 2025. 12. 2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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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매각, 13조 몸값과 반쪽 경영권 '딜레마' - 넘버스

HMM 매각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가운데 현재 양대 주주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엇갈린 이해가 잠재적 인수자에게 딜레마를 안길 수 있다는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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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상하이호/사진 제공=HMM



HMM 매각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가운데 현재 양대 주주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엇갈린 이해가 잠재적 인수자에게 딜레마를 안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은과 달리 해진공은 HMM 지분을 모두 털어내면 기관의 존재 가치 자체가 흔들릴 수 있어 매각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시선이 여전하다.

결국 산은만 지분 정리에 나선다면 인수 측으로서는 13조원에 달하는 몸값의 절반만 내도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신 남은 해진공의 존재로 인해 독자 경영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반쪽짜리 주인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이 고민으로 남을 전망이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HMM 지분 매각을 위한 주식 가치 산정 절차에 착수했다. 최근 회계법인 등을 대상으로 가치평가 실사를 수행할 기관을 선정하기 위해 제안요청서를 배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 후보군으로는 포스코그룹과 동원그룹 등이 거론된다.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는 지분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총 70.5%다. 각각 HMM 지분 35.4%, 35.1%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이날 코스피 시장 종가 기준 시가총액으로 환산하면 지분 가치는 약 13조5989억원에 이른다.

산은의 매각 의지는 최근 취임한 박상진 회장의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박 회장은 취임 전 내정자 시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HMM의 민영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히며 취임 이후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처럼 산은의 입장이 비교적 명확한 것과 달리 업계에서는 해진공이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 이는 해진공의 설립 배경 자체가 HMM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다.

해진공은 지난 2018년 국내 해운산업 경쟁력 회복을 목표로 출범한 정책금융기관이다. 명목상으로는 해운기업 구조조정과 경영 정상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경영 위기에 빠졌던 HMM(옛 현대상선)의 회생을 핵심 과제로 삼아 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해진공이 보유 중인 HMM 지분을 모두 팔아치우면 기관의 역할과 존재 이유가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HMM 지분을 전량 매각 시 투자 포트폴리오의 절반 이상이 날아가게 되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해진공이 투·출자한 245개 법인의 총 장부가액은 11조173억원이다. 이 가운데 HMM만 6조184억원으로 전체의 54.6%를 차지한다.

이런 산은과 해진공의 온도 차는 인수 후보자들에게 또 다른 걸림돌이다. 해진공이 매각에서 빠질 경우 인수 자금 조달 부담은 크게 낮아지지만, 완전 민영화에는 물음표가 남기 때문이다.

이 경우 HMM의 민영화는 명목 상 최대주주 교체에 그치고 실질적인 경영 자율성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산은이 보유한 HMM 지분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제외하고 시총 기준으로 6조8322억원어치다. 인수 부담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지만, 2대 주주인 해진공과의 지분율 차이는 불과 0.34%p에 그친다. 

IB 업계 관계자는 "산은 지분만 인수하면 자금 부담은 줄어들지만 해진공이 남아 있는 한 새 주인이 경영 전반을 온전히 주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