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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유증 가처분]① 경영상 필요했다vs아니다 '최대 쟁점'

Numbers 2026. 1. 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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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유증 가처분]① 경영상 필요했다vs아니다 '최대 쟁점' - 넘버스

자본시장 사건파일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가 크루서블 합작법인(JV)을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를 두고 법적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자금 조달의 이유였던 미국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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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사건파일

/ 그래픽=박진화 기자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가 크루서블 합작법인(JV)을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를 두고 법적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자금 조달의 이유였던 미국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이하 크루서블 프로젝트)의 경영상 필요성이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최대주주인 영풍·MBK 연합은 해당 신주발행의 주된 목적이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라고 주장한 반면, 고려아연은 회사의 성장동력 강화를 위한 결정이라고 맞섰다. 이에 법원은 고려아연 쪽의 손을 들어주며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고려아연의 크루서블 프로젝트를 위해 진행한 제3자 배정 유증과 관련, 영풍·MBK가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달 15일 유상증자 계획을 공개했다. 미국 정부와 함께 미국 테네시주에 10조원 규모의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를 건설한다고 발표하면서, 재원 마련을 위해 현지 합작법인 크루서블JV에 약 2조851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로써 크루서블 JV는 고려아연 지분 약 10%를 확보하게 됐다.

영풍·MBK “경영권 방어 목적은 위법"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의 제3자배정 유증의 주된 목적이 경영권 방어라고 주장했다. 상법 제418조 제2항을 위반하고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했다는 지적이다.

상법 제418조 제2항은 회사가 주주 외의 자에게 신주를 배정할 수 있는 경우를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경영권 방어를 주된 목적으로 한 제3자배정 유증은 허용되지 않는다.

상법 제 418조



특히 영풍·MBK는 고려아연이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신주의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 발행을 서둘렀다고 의심했다. 현재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는 영풍·MBK 연합으로 지분 44.24%를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과 우호지분은 이에 못 미치는 32% 수준이다. 그럼에도 최 회장 측이 이사회 구성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갈등의 배경이 됐다. 이런 와중에 크루서블 JV가 신주를 인수할 경우 해당 지분이 최 회장 측 우호지분으로 볼 수 있어, 영풍·MBK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판부 “경영상 필요성 인정…방어 목적 단정 어려워”

재판부는 이번 유증 당시 고려아연에게는 △크루서블 프로젝트 추진 △크루서블JV와의 전략적 제휴 △크루서블JV를 통한 자금조달이라는 경영상 필요성이 존재했다고 판단했다. 즉 고려아연이 상법 제418조 제2항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봤다.

크루서블 프로젝트 개요 / 사진=고려아연 미국 제련소 투자 발표 자료 캡처



재판부는 먼저 크루서블 프로젝트 자체의 경영상 필요성에 대해 핵심광물 생산 확대 필요성을 들었다. 고려아연은 기존 주력이던 기초금속의 매출 비중이 감소하는 반면, 핵심광물인 희소금속 매출은 같은 기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증거로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를 채택했다.

아울러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미국 내 핵심광물을 생산할 수 있는 사업파트너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고려아연과 미국 정부의 이해가 일치해 프로젝트가 추진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크루서블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크루서블JV와의 전략적 제휴가 필요했다고 봤다. 특히 이번 거래 구조가 미국 정부 측에서 제시한 방안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고려아연이 제출한 증거자료에 따르면, 고려아연과 미국 정부가 크루서블 프로젝트의 자금조달 및 투자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미국 정부 측이 크루서블JV를 설립해 고려아연의 의결권 있는 보통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안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미국 정부라는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는 점 △신주 발행을 통해 고려아연에 약 2조8508억원의 자금이 유입되는 점 △이 금액이 고려아연이 크루서블JV에 출자하는 출자금 대비 약 20배에 달하는 규모인 점 △미국 정부 역시 크루서블JV에 직접 출자해 프로젝트 성공에 적극 협조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를 고려했을 때 “고려아연이 경영 판단의 재량 범위 내에서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사항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크루서블JV를 통한 자금조달에 대한 경영상 필요성도 인정했다. 영풍·MBK 측은 유증이 아니더라도 크루서블 프로젝트 자체의 추진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가능했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이 있는 지분 보유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미국 정부 측이 올해 정기주총에서부터 JV가 추천한 인원을 고려아연의 이사로 선임토록 요청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이번 유증이 경영권 방어를 주된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허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