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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유증 가처분]② 정말 유상증자 밖에 방법 없었나

Numbers 2026. 1. 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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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유증 가처분]② 정말 유상증자 밖에 방법 없었나 - 넘버스

자본시장 사건파일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가 미국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이하 크루서블 포로젝트)를 두고 법적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크루서블 합작법인(JV)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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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박진화 기자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가 미국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이하 크루서블 포로젝트)를 두고 법적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크루서블 합작법인(JV)를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의 정당성도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다.

최대주주인 영풍·MBK 측은 제3자배정 유증이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한다며, 다른 방식의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재판부는 크루서블 프로젝트를 온전히 이뤄지게 하는 방법이 될지 의문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고려아연의 크루서블 프로젝트를 위해 진행한 제3자 배정 유증과 관련, 영풍·MBK가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달 15일 유증 계획을 공개했다. 미국 정부와 함께 미국 테네시주에 10조원 규모의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를 건설한다고 발표하면서, 재원 마련을 위해 현지 합작법인 크루서블JV에 약 2조851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증을 결정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로써 크루서블 JV는 고려아연 지분 약 10%를 확보하게 됐다.

영풍·MBK “주주권 침해 않는 다른 거래구조 존재"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의 제3자배정 유증이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주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크루서블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다른 거래구조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가처분 심문기일에서 영풍 측 변호인은 이번 거래 구조에 대해 “통상적인 해외 JV 방식과 달리 이례적이고 기형적”이라며 “현지 법인에 직접 자금을 대여하는 방식도 가능한 상황에서 제3자 배정 유증을 택한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3자배정 유증은 상법 제418조 제2항을 위반해 주주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지적이다.

상법 제418조는 신주 발행 시 기존 주주 배정을 원칙으로 하되, 신기술 도입이나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예외적 경우에만 제3자 배정을 허용한다. 이는 제3자 배정이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이나 지배권 상실 등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규정이다. 따라서 신주발행이 경영상 목적이 인정되더라도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가급적 최소로 침해하는 방법을 택해야만 신주발행이 정당화될 수 있다.

재판부 “해당 거래구조는 불가피한 조치”

재판부는 고려아연의 이번 유증이 다른 자금조달 방안에 비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합리 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즉 고려아연이 상법 제418조 제2항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번 유증이 미국 정부와의 거래의 성립과 이행에 있어 중요하다고 봤다. 단순한 자금조달 목적의 신주발행과 달리, 크루서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한 거래의 일환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이번 거래의 구조와 방식이 고려아연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미국 정부와의 교섭을 통해 정해져야 한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크루서블JV가 고려아연의 지분을 취득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 정부의 요구 하에 유증을 포함한 거래의 구조가 완성된 만큼, 고려아연으로서도 해당 제안을 쉽사리 거절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결정문에 따르면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핵심광물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크루서블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고려아연의 지분을 확보를 통해 긴밀한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길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지주회사나 사업법인에 출자하거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만으로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고려아연 입장에서는 이번 거래를 통해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크루서블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크루서블JV로부터 유입되는 신주발행대금이 고려아연에 부채가 아닌 자본의 성격을 가진 자금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점, 제련소 건설 사업 특성상 환경 규제 등으로 인해 고려아연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한 결과다.

이어 재판부는 영풍·MBK 측이 제시한 다른 거래구조들이 미국 정부의 거래 목적과 동기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이 신주발행을 결정한 것은 경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영풍·MBK 측의 신주인수권이 제한되는 것은 고려아연과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해 부득이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허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