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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앞둔 '우리투자증권'의 미션…메리츠종금 성공방식을 뛰어넘어라

Corporate Action/분할·합병

by Numbers_ 2024. 5. 4.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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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앞둔 '우리투자증권'의 미션…메리츠종금 성공방식을 뛰어넘어라

우리금융그룹이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을 합병하는 방식으로 증권업에 진출한다. 그룹은 새로운 사명으로 지난 2014년 NH농협금융지주에 매각한 '우리투자증권'을 최우선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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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천 우리종합금융 대표가 지난 2일 우리은행 본점에서 '우리종금-포스증권 합병 관련 기자 브리핑'을 열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이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을 합병하는 방식으로 증권업에 진출한다. 그룹은 새로운 사명으로 지난 2014년 NH농협금융지주에 매각한 '우리투자증권'을 최우선 고려하고 있다. 10년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이었던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신(新) 우리투자증권을 부활시키는 셈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신 우리투자증권은 2010년 메리츠종합금융과 합병한 메리츠종금증권(현 메리츠증권)의 성공방식을 활용하기 어렵다. 10여년 전과 달리 현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은 살얼음판이다. 우리종금은 수수료 수익 대부분을 부동산금융에 의존해왔다. 특히 우리종금과 포스증권 모두 증권업의 한 축인 브로커리지(위탁매매) 경험이 없어 리테일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금융지주는 3일 이사회를 열어 자회사인 우리종금과 포스증권을 합병하고 합병법인을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결의했다. 이날 우리종금과 포스증권은 이사회를 개최해 포스증권을 존속법인으로 두는 합병계약을 체결한다. 증권업 라이선스를 보유한 법인이 존속법인이어야 합병 후 증권업을 영위할 수 있어서다. 올해 3분기 내 합병 증권사를 출범시켜 영업을 개시한다.

우리금융 측은 "메리츠종금의 증권사 전환처럼 증권사와 종금사 합병 시에는 일정 기간 종금업 겸영 기간을 두는 것이 과거 사례"라며 "종금업은 겸영 기간을 거쳐 질서있게 증권사로 전환되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증권사로서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갖추고 대형사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종금업의 대표적 이점은 자체 신용을 기반으로 한 '발행어음'으로 영업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초대형 투자은행(IB) 자격을 가진 증권사가 자기자본의 200% 한도로 발행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종금사는 자기자본 규제가 없고 운용도 비교적 자유롭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종금형 수신상품(CMA)과 발행어음 등 저금리로 조달한 자금을 활용해 '부동산 IB 특화회사'로 명성을 떨쳤다. 그러던 메리츠증권도 지난해 IB 부문의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70.6% 하락한 1207억원에 그쳤다. 우리투자증권 입장에서는 발행어음으로 자금을 조달해도 부동산 외에 다른 시장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금융은 우리종금을 기반으로 한 기업여신, 단기사채, 기업어음(CP) 등의 업무를 바탕으로 부채자본시장(DCM), 주식자본시장(ECM), 인수합병(M&A) 등 전통 IB 사업영역을 단계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를 적극 활용한다.

이날 브리핑에서 남기천 우리종금 대표는 "메리츠증권의 결합이 성공해 증권업계에는 굉장히 좋은 샘플이 됐다"면서도 "메리츠종금이 클 때의 시장과 현재의 시장은 너무 다르기 때문에 당사가 건설·부동산 쪽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메리츠에서 참고할 부분은 종금 베이스를 어떻게 활용했냐는 것"이라며 "자산관리(WM), 세일즈앤트레이딩(S&T), 파생까지 종금이 가진 장점을 충분히 활용해 IB와 디지털이 같이 커가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금융 경영진은 온라인펀드 판매 전문 플랫폼인 포스증권의 디지털 경쟁력에 대해서도 기대감이 높다. 우리금융이 추구하는 IB와 리테일이라는 '두 날개 전략'을 도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우리금융 측은 "포스증권은 펀드슈퍼마켓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경쟁력을 바탕으로 6조5000억원의 예탁자산 및 리테일 고객기반을 보유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한 리테일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이 가능한 최적의 합병 파트너"라고 밝혔다.

다만 투자자의 주식거래를 중개하는 브로커리지 부문은 우리투자증권에 전인미답의 영역이다. 우리금융은 펀드슈퍼마켓 앱 기반으로 주식 브로커리지를 위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개발해 그룹 내 투자정보 플랫폼 '원더링'이 탑재된 증권 통합 앱을 구축할 예정이다. 또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우리금융그룹의 슈퍼앱 '뉴원(New Won)'과 연계한 증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해 합병 증권사 고객 증대를 꾀한다.

이는 증권 계열사를 둔 다른 금융지주도 쓰는 방식이라 우리투자증권만의 차별점을 나타내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우리종금은 양완규 IB총괄 부사장, 홍순만 인사본부장  등 업계 1위의 미래에셋 출신 인사들을 영입하며 경쟁력 수혈에 나섰다. 남 대표는 "증권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람"이라며 "1년 안에 타 금융그룹 증권사와 경쟁할 정도로 커질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출범 10년 내 업계 톱10 초대형 IB로 성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자체성장과 함께 증권사 추가 M&A를 추진한다. 우리금융 측은 "그룹의 증권사 전략에 부합하는 경쟁력 있는 매물이 나올 경우 추가 M&A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합병비율은 우리종금 주식 1주당 포스증권 약 0.34주이며, 합병 후 지분율은 우리금융지주 97.1%, 한국증권금융 1.5%로 예상된다. 우리금융지주는 기본적으로 100% 완전자회사화가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파운트 등 합병 증권사의 소수주주 보유지분 매입과 관련해서는 추후 '소수주주들이 원한다면' 협의할 방침이다. 이는 우리금융이 먼저 나서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할 의사는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강승혁 기자 ksh@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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