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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엔지 깜짝 분할]② 인적·물적 동시분할 결정…왜?

Corporate Action/분할·합병

by Numbers_ 2024. 5. 4.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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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엔지 깜짝 분할]② 인적·물적 동시분할 결정…왜?

반도체 소부장 1세대 주성엔지니어링의 분할 계획에 대해 분석한다.주성엔지니어링이 인적·물적 분할을 동시에 추진하기로 결정하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기존 법인은 지주사로 전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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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엔지니어링 용인 R&D센터 전경. /사진 제공=주성엔지니어링

 

주성엔지니어링이 인적·물적 분할을 동시에 추진하기로 결정하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기존 법인은 지주사로 전환하고 반도체 사업과 디스플레이·태양광 사업 부문을 따로 떼 낸다는 구상인데, 오너 일가가 지주사 지분율을 높여 경영권 방어에 나서는 한편, 2세 승계의 초석을 놓는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의 지난 2일 공시는 인적·물적분할로 지주사 체제를 확립하고, 오는 11월 지주사(가칭 주성홀딩스), 반도체(가칭 주성엔지니어링), 태양광·디스플레이(가칭 주성에스디)로 나뉜다는 것이 골자다.

신설 반도체 법인(주성엔지니어링)의 대표로는 황철주 회장의 외아들인 황은석 씨, 태양광·디스플레이 법인(주성에스디)은 이용현 태양광(Solar) 개발실장이 선임될 예정이다. 기존의 특허와 실용신안권 등의 지식재산권은 인적·물적분할 신설회사 2곳이 각각 50%씩 공동 승계한다.


갑작스런 분할 배경은…"경영효율성 제고"


주성엔지니어링은 회사 분할 배경으로 '경영효율성 제고'를 제시했다. 사업부문 분할로 핵심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투자 전문성을 강화해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로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그간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에서 번 돈을 디스플레이와 태양광 사업에서 까먹는 꼴이었다. 특히 최근엔 주력인 반도체 사업까지 부진해지며 부담이 커졌다. 주성엔지니어링의 주요 매출원은 반도체 웨이퍼 상에 박막을 입히는 CVC(화학기상증착), ALD(원자층증착) 장비로 최대 고객사는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 향 매출로 가파르게 성장한 주성엔지니어링의 실적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시설투자(CAPEX)를 줄인 여파로 부진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556억원, 영업이익 7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6%, 39.4% 급감한 수치다.

태양광·디스플레이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하는 이유로는 SK하이닉스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한 점이 거론된다. 통상 기업들은 신사업 영역을 물적분할 해 자회사로 설립한 뒤 자금을 조달하거나 구조조정을 벌인다. 이 경우 비핵심 사업은 외부 투자 유치, 인력 영입이 수월해진다. 핵심 사업은 재무건전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온다.

 

오너가 지배력 강화…최대주주 꽃놀이패?


하지만 주성엔지니어링이 제시한 이러한 분할 기대 효과보다 시장에서는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에 더 시선을 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주성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는 창업자인 황 회장(24.63%)이고, 은석 씨가 2.17%를 보유하고 있어 특수관계자 지분을 합치면 총 28.96%다. 30%의 지분에 미치지 못하는 지분율로,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 다소 부족한 게 현실이다.

실제 최규옥 전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이 지난해 7월 주성엔지니어링 지분 8.11%를 매수하며 2대 주주로 올랐다. 최 전 회장은 이와 별개로 지분 100%를 소유한 네오브레인을 통해 주성엔지니어링 지분 1.78%를 추가로 취득, 1대주주 입장에서 불편한 관계를 만들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주회사 전환은 오너 일가의 지배지분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주성엔지니어링 오너일가는 인적분할 이후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통해 지주사 지분율을 대략 50% 내외로 끌어올릴 수 있다. 실제 주성홀딩스(가칭)는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주성엔지니어링(가칭) 지분에 대해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 유상증자는 분할 신설회사의 보통주를 보유하고 있는 모든 주주 중 공개매수에 응모한 주주로부터 해당 주식을 현물출자 받고, 이 대가로 지주사의 주식을 부여하는 금융 기법이다. 즉 새로 설립되는 반도체 법인의 주식을 보유한 오너일가가 모두 공개매수에 응모해 지주사의 주식을 받을 경우 손쉽게 오너가의 지배력을 늘릴 수 있다는 얘기다.

동시에 주성엔지니어링이 현재 보유한 자사주는 '자사주의 마법' 공식에 의해 출자 지분으로 변경,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올리는 데 도움을 준다.


오너 2세 황은석 영향력 커질듯

 

주성엔지니어링 신설 법인 임원 현황. /자료=주성엔지니어링


주성엔지니어링은 2세 경영에도 닻을 올린다. 그간 주성엔지니어링에서 이렇다 할 행보를 보이지 않던 은석씨는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서 주성엔지니어링으로 자리를 옮겼다. 황 회장은 은석씨 외 사외이사진으로 김재준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김용진 금융위원회 비상임위원, 권기청 전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기술이사 등을 영입했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가의 경영권은 아직 (2대주주로부터) 위협받을 수준은 아니지만 승계와 맞물린다면 얘기가 다르다"며 "올해 반도체 시장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2세에게 핵심 신설 법인을 맡겨 힘을 실어주고, 이와 동시에 지배력을 높여 승계를 시작하는 단계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윤아름 기자 arumi@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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