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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엔지 깜짝 분할]③ 지분 승계 위한 포석?…동아제약 승계와 '닮은 꼴'

Numbers_ 2024. 5. 7.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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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엔지 깜짝 분할]③ 지분 승계 위한 포석?…동아제약 승계와 '닮은 꼴'

1세대 반도체 장비회사 주성엔지니어링이 회사 분할을 결정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의 외아들인 황은석 씨가 신설 예정인 '주성엔지니어링(가칭)'의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주성엔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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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엔지니어링 용인 R&D 센터 전경. /사진 제공=주성엔지니어링

 

1세대 반도체 장비회사 주성엔지니어링이 회사 분할을 결정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의 외아들인 황은석 씨가 신설 예정인 '주성엔지니어링(가칭)'의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주성엔지니어링도 2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분할이 승계 작업의 포석이라고 보고 있으며, 과거 동아제약(현 동아쏘시오홀딩스) 지분 승계와 비슷한 양상을 띌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성엔지니어링은 전날 이사회 의결을 통해 반도체 사업을 인적분할 해 주성엔지니어링(가칭)을 신설한다. 동시에 디스플레이와 태양광 사업은 100% 자회사로 물적분할 해 주성에스디(가칭)를 설립할 방침이다. 존속법인인 주성홀딩스(가칭)는 자회사를 관리하는 지주사 역할을 맡는다. 분할기일은 오는 11월 1일이다.

 

2세경영 본격화…황은석씨 주성엔지니어링 대표 내정

 

주성엔지니어링은 회사 분할과 함께 이사진도 개편한다. 존속법인 주성홀딩스(가칭)의 대표는 현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그대로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인적분할 신설 회사인 주성엔지니어링(가칭)의 대표는 황 회장의 장남인 황은석씨가 맡는다. 

이를 두고 이번 분할이 지분 승계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023년 12월 말 기준 황 회장은 주성엔지니어링의 지분 24.63%를 소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이다. 반면 황은석씨의 지분은 2.17%에 불과하다.

이에 황 회장은 '인적분할→공개매수→현물출자'를 통해 지배구조를 강화해 승계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 따르면 주성홀딩스(가칭)는 추후 지주사 전환을 통해 주성엔지니어링(가칭)의 지분에 대해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물출자 유상증자란 분할 신설회사의 주주 중 공개매수에 응모한 주주로부터 해당 주식을 현물출자 받은 후 분할 존속회사의 신주를 부여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즉 황은석씨가 보유한 주성엔지니어링(가칭)의 주식을 통해 주성홀딩스(가칭)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주성엔지니어링 승계 작업과 비슷한 사례가 앞서 있었다. 2012년 말 동아제약(현 동아쏘시오홀딩스)은 △동아쏘시오홀딩스 △동아ST(인적분할) △동아제약(물적분할) 등으로 분할한 바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 지분 구조.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동아제약 지분 승계와 비슷한 구조로 흘러가나


동아제약은 분할 후 동아쏘시오홀딩스가 지주사 역할을 하며 투자와 바이오사업을 맡고 동아에스티는 전문의약품(ETC)·의료기기·해외사업을, 동아제약은 박카스·일반의약품(OTC) 사업을 맡았다. 당시 동아제약은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제약에 한정돼 있는 사업영역을 의료기기 및 의료서비스 분야로 확장해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당시 분할을 두고 동아제약 최대주주였던 고(故) 강신호 회장이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사장에 대한 승계 작업을 염두한 것으로 봤다.

2013년 1월 동아제약의 주요사항보고서(분할결정)에 따르면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은 동아제약의 지분 5.11%를 보유하고 있으며, 분할되는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지분율이 변동되지 않으므로 최대주주의 변경은 없다"며 "인적 분할 신설 회사인 동아에스티의 최대주주 역시 강신호 회장이 되며, 물적 분할 회사인 동아제약은 동아쏘시오홀딩스가 100%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고 말했다.

분할의 구조가 지금의 주성엔지니어링과 비슷한 구석이 많은 셈이다.

당시 강신호 회장은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지분 5.11%를 보유하고 있었다. 특수관계인 포함 10.44%를 보유하고 있어 최대주주였다. 강신호 회장의 특수관계인인 현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 강정석 회장은 0.71%를 보유하고 있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9.39%에도 턱없이 부족했다. 특히 한미사이언스가 보유한 8.71%에도 부족했다.

회사 분할 후 2013년 5월 23일 강신호 회장은 보유 지분 5.11%를 강정석 회장에게 증여했다. 이에 강정석 회장의 동아쏘시오홀딩스 지분은 5.54%로 늘었다. 

동아제약 오너가는 공정거래법상 지주사가 상장 자회사의 지분을 20% 이상 소유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을 노렸다. 2013년 6월 기준 동아쏘시오홀딩스는 물적 분할 법인인 동아제약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동아에스티의 지분 6.90%, 에스티팜 지분 9.99%를 보유하고 있었다.

2013년 10월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자사주 물량 30만3546주를 강정석 회장이 소유한 동아에스티 주식 37만주와 맞바꿨다. 주식 맞교환에 따라 강정석 회장의 동아쏘시오홀딩스 지분은 기존 5%대에서 12.56%로 증가했다. 

이후 2015년 3월 동아쏘시오홀딩스는 동아에스티의 주식 23만1727주를 한미약품그룹으로부터 주당 10만5500원(총 244억원)에 시간외 대량 매매(블록딜)를 통해 취득했다. 이에 따라 동아쏘시오홀딩스가 확보한 동아에스티 지분은 21.66%로 증가했다. 남은 것은 에스티팜이었다.

이에 동아쏘시오홀딩스는 2016년 9월 계열사인 에스티팜 주식 330만주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강정석 회장은 자신이 보유 중이던 에스티팜 주식 332만7411주를 동아쏘시오홀딩스 신주 99만1922주와 맞바꿨다. 2013년 말 12.56%였던 강정석 회장의 동아쏘시오홀딩스 지분은 2016년 말 25.68%로 늘었다. 같은 기간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에스티팜 지분 32.68%를 확보하며 지주사 요건을 갖췄다.

2023년 말 기준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최대주주는 강정석 회장이다. 지분 29.38%를 보유하고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동아에스티의 지분 23.31%, 동아제약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에스티팜(32.41%) △에스티젠바이오(80.40%) △수석(100%) △용마로지스(100%) △DA인포메이션(100%) △아벤종합건설(100%) △동천수(100%) 디에스프론티어(100%) △용인기흥PFV(90.00%) 등을 소유하고 있다.

결국 동아제약 오너가는 '인적분할→공개매수→현물출자'와 더불어 '오너일가 보유지분 내부거래'를 통해 승계 작업을 마무리했고, 한미약품그룹은 동아제약 오너가의 백기사 역할을 한 것이다.

동아쏘시오홀딩스 지배구조.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주성홀딩스(가칭)는 추후 지주사 전환을 통해 주성엔지니어링(가칭)의 지분에 대해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주성엔지니어링의 2대주주는 최규옥 전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이다. 지난해 7월부터 주성엔지니렁이 주식을 매입하며 8.27%를 보유한 2대주주에 올라 있다. 최 전 회장은 지분 100%를 소유한 네오브레인을 통해 1.78% 지분을 취득하기도 했다. 즉 이번 주성엔지니어링의 승계작업의 백기사는 최규옥 전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이 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소액주주 배제한 승계작업

 

동아제약 분할 당시 기존 동아제약 소액주주들은 분할에 반대하며 주총 전 분할 반대 의결권을 모은 바 있다. 당시 동아제약 소액주주들은 '대주주 알짜 사업 몰아주기'라고 지적했다. 

동아제약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박카스는 동아쏘시오홀딩스에서 분사되는 동아제약으로 편입시키고, 동아에스티는 전문의약품 사업부문을 맡았다. 이에 동아에스티는 분할전 동아제약에 비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 주주 가치 훼손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동아제약 분할로 기존 동아제약 주주들은 소유주식 1주당 인적 분할 신설회사 동아에스티 주식 0.628791주와 존속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 주식 0.371209주를 배정받았다.

당시 소액주주들의 우려대로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주가는 상승세를 탄 반면 동아에스티는 하락세를 보였다. 2013년 4월 8일 코스피에 상장한 동아에스티는 입성 첫날 17만500원에 시작해 14만5800원에 마감했고, 연일 하락세를 보였다. 2016년 4월 17만원대로 뛰었지만, 약 8년이 지난 지금까지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날 종가는 6만4800원이다. 약 10년간 입성 첫날 시가 근처에 간 것은 2016년이 마지막이며, 현 주가는 시가 대비 61.99% 하락한 수준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의 존속법인인 주성홀딩스(가칭)도 동아에스티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현재 증시에 상장된 주성엔지니어링 보통주 1주를 소유한 주주는 신설회사인 주성엔지니어링(가칭) 보통주 0.3493450주를 배정받는다. 주성에스디(가칭)의 지분이 전량 존속법인인 주성홀딩스(가칭)에 배정되지만, 반도체 사업을 신설 법인인 주성엔지니어링(가칭)이 가져가는 만큼 존속법인인 주성홀딩스(가칭)의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이에 주성엔지니어링은 주주들의 실망감을 반영하며 지난 3일 2.69%% 하락 마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인적 분할로 신설되는 주성엔지니어링(가칭)은 기존 주력 사업 부문인 반도체 사업의 가치를 오롯이 반영할 것"이라며 "태양광·디스플레이 투자 부담에 따른 디스카운트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한새 sae@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