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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서 시가보다 싼 3자배정 유증, 증여세 면제 안 된다

Numbers 2025. 11. 2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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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서 시가보다 싼 3자배정 유증, 증여세 면제 안 된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기업의 지분이란 이유만으로 시세보다 낮은 값에 사간 주식에 대해 증여세를 면제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외부 투자가 시급한 상황이라도 법원에 기업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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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 /사진=대법원 인스타그램

 

워크아웃에 들어간 기업의 지분이란 이유만으로 시세보다 낮은 값에 사간 주식에 대해 증여세를 면제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외부 투자가 시급한 상황이라도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밟아 이를 진행하거나, 이에 맞먹는 근거와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달 초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제3자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로 신주를 저가 인수한 투자자들에게 부과된 증여세 처분을 취소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워크아웃의 일환으로 이뤄진 유상증자를 관행으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법문에 없는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고려돼서는 아니 된다”라고 판시했다. 앞서 원심은 “특수관계인이 아닌 투자자들이 유증에서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신주를 인수할 수밖에 없었던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봤다.

 

이어 대법원은 조세평등의 원칙을 강조했다. 기존 주주가 아닌 제3자가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신주를 배정받아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면, 특수관계 여부나 정당한 사유의 존재와 무관하게 증여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한 코스닥 상장사가 2012년 재무 악화로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채권단 관리 아래 경영정상화 계획을 추진하던 회사는 2016년 외부 자금 유치를 위해 제3자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당시 신주 발행가는 3000원으로 결정됐는데, 이는 시가보다 낮은 가격이었다. 국세청은 이 거래를 사실상 증여로 봤다. ‘증자에 따른 이익의 증여’에 해당한다며 투자자들에게 증여세를 부과했다. 이에 유증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원칙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이런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애초에 기업회생 절차를 밟거나, 워크아웃 중이라도 회생절차에 준하는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증여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워크아웃 과정에서 이뤄진 저가 유증이 회생절차에서의 유증에 준하는지 판단할 기준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경영정상화 계획에 따라 불가피하게 추진된 조치인지 △기존 주주의 의결권과 경영권이 제한된 상태였는지 △주주총회 결의나 자본감소 등을 통해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배제하는 조치가 선행됐는지 △신주 발행가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결정됐는지 등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에서 투자자 측을 대리한 이강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파기환송심에서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에 맞춰 논리를 보강해 승소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허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