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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 유증도 증여세" 대법發 변수에 M&A 시장 ‘설왕설래’

Numbers 2025. 11. 2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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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 유증도 증여세" 대법發 변수에 M&A 시장 ‘설왕설래’

대법원은 워크아웃의 일환으로 시세보다 저렴하게 산 주식에 대해서도 증여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외부 투자가 시급한 상황이라도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밟아 이를 진행하거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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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 /사진=대법원 인스타그램

 

대법원은 워크아웃의 일환으로 시세보다 저렴하게 산 주식에 대해서도 증여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외부 투자가 시급한 상황이라도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밟아 이를 진행하거나, 이에 맞먹는 근거와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판결을 두고 M&A시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워크아웃에 돌입한 기업뿐 아니라 비슷한 상황의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궁지에 몰린 기업들의 투자 유치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한층 상황이 나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달 초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워크아웃 과정에서 제3자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로 신주를 저가 인수한 투자자들에게 부과된 증여세 처분을 취소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다만 워크아웃이 회생절차에 준하면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기준도 함께 제시했다. 

 

이 사건은 한 코스닥 상장사가 재무 악화로 워크아웃에 들어간 뒤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 데서 비롯됐다. 국세청은 이를 ‘증자에 따른 이익의 증여’로 보고 투자자들에게 증여세를 부과했고, 이에 투자자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투자 위축 우려” VS “오히려 불확실성 해소”

 

이번 판결이 M&A 시장의 걸림돌이 될지를 두고 법조계 의견은 엇갈린다. 

 

시가보다 저렴하게 산 지분이라고 증여세를 부과하면  M&A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회생이나 워크아웃 등 구조조정에 들어간 기업은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수혈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가 그대로 신주를 발행해서는 외부 투자를 끌어내기 어려워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신주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망해가는 기업의 주식을 누가 제값으로 사겠느냐”며 “워크아웃의 실무를 고려하지 못한 판단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주주가 돈이 있었다면 이미 회사를 살렸을 것”이라며 “워크아웃은 기존 주주는 회사를 살릴 수 없는 상태이므로 외부의 신규 투자자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명확한 기준이 주어져 상황이 나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금까지는 워크아웃 중 외부투자를 어떻게 유치해야 하는 지 불분명했지만, 이번 판결로 가이드라인이 주어졌다는 것이다. 안희철 디엘지 대표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무조건 M&A시장의 걸림돌이 된다고 보긴 어렵다”며 “대법원이 오히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불확실성을 해소했다”고 말했다. 

 

워크아웃, 회생절차에 준하는 기준…핵심 쟁점은

 

대법원은 워크아웃에서 이뤄진 저가 유증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회생절차 중 유상증자와 준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즉 다음 네 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한다면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워크아웃 중 저가 유증이 기업회생 중 저가 유증과 준한다고 볼 수 있는 기준 / 표=허지영 기자

 

대법원은 구체적으로 △경영정상화 계획에 따라 불가피하게 추진된 조치인지 △신주 발행가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결정됐는지 △기존 주주의 의결권과 경영권이 제한된 상태였는지 △주주총회 결의나 자본감소 등을 통해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배제하는 조치가 선행됐는지 등을 바탕으로 워크아웃의 전 과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첫 번째와 두 번째 요소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두 요소는 법원이 여러 정황을 고려해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부분이어서다. 첫 번째 요소에 따르면 기업은 저가 발행이 불가피했다는 점을 충분히 입증해야 한다. 두 번째 요소와 관련해서도 기존 주주와의 협의나 외부 평가 등 적법한 절차를 거쳐 적절한 발행가가 정해졌다는 자료를 갖춰야 한다. 반면 나머지 요소에서  ‘기존 주주 권한 제한’이나 ‘신주인수권 배제 조치’는 문서와 절차로 바로 객관적 확인이 가능한 부분이다

 

안희철 변호사는 “일정 부분 주관성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면서도 “기준에 맞춰 사전에 근거를 마련하면 증여세 리스크는 쉽게 관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허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