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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력 놀이터 된 키움증권]②법원, ‘계속거래’ 기각…실명법 위반 명시

Numbers 2025. 12. 3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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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력 놀이터 된 키움증권]②법원, ‘계속거래’ 기각…실명법 위반 명시 - 넘버스

키움증권이 이번 민사소송에서 패소한 결정적 배경은 미수거래 약정의 법적 성격을 오판한 데 있었다. 법원은 미수거래가 기존 계좌의 연장선인 계속거래라는 키움의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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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신준혁 기자


키움증권이 이번 민사소송에서 패소한 결정적 배경은 미수거래 약정의 법적 성격을 오판한 데 있었다. 법원은 미수거래가 기존 계좌의 연장선인 계속거래라는 키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고위험 거래에 걸맞은 실명확인 절차를 생략한 것이 금융실명법 위반이라고 못 박았다.

‘계속거래’ 오판… 금융실명법 위반이 불러온 부메랑

이번 소송의 쟁점은 제3자에 계좌를 대여해 발생한 미수거래 계약의 책임을 계좌 명의인에게 물을 수 있는지 여부였다. 키움증권은 미수거래 약정이 이미 실명확인을 거친 기존 계좌 내 설정 변경인 계속거래에 해당하기 때문에 휴대전화 로그인과 비밀번호 확인만으로 충분하다는 논리를 펼쳤다.

현행 금융실명법은 실명이 확인된 계좌를 통한 100만원 이하 송금이나 일상적인 입출금 등 계속거래의 경우 실명확인 의무를 면제한다.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미수거래가 현금성 자산이 없더라도 증거금의 일정 배수까지 주식을 매수하도록 허용해 거액의 채무를 발생시킬 수 있는 고위험 투자 영역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미수거래 약정은 현금 주식거래와 완전히 다른 별개의 계약으로 보고 비대면 거래 시 높은 수준의 추가 인증을 거쳤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키움증권이 미수거래 약정 시 온라인서비스약관을 근거로 간편인증이나 계좌 비밀번호 입력 등 약식 절차만 거쳤기 때문에 금융실명법상 실명확인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 전경 / 사진 = 키움증권



묻지마 대출, 시장 경고 무시… 투자자 보호 의무 실종

법원은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적정성 원칙’과 자본시장법상 ‘투자자보호의무’ 위반도 키움증권의 귀책 사유로 꼽았다. 금소법 및 동법 시행령에 따르면 대출성 상품 계약을 체결할 때 금융회사는 소비자의 재산 상황, 신용 및 변제 계획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키움증권은 피고의 자산 규모나 변제 능력을 전혀 확인하지 않은 채 수십억원대 대출과 미수거래가 반복되도록 방치했다. 특히 영풍제지 주가가 1년 만에 15배 이상 폭등하던 2023년 초부터 다른 증권사들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증거금률을 100%로 올려 미수거래를 차단할 때 키움증권은 여전히 40%를 유지했다.

재판부는 영풍제지 거래량의 약 74%가 키움 계좌에 집중되는 등 이상 징후가 발생했을 때 키움증권이 이를 인지하고 투자자에 위험을 고지해야 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키움증권이 오히려 'VIP 혜택'을 안내하는 마케팅에만 치중한 점을 들어 자본시장법상 신의성실 의무를 저버린 투자자보호의무 위반이라고 결론 지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증권사가 미수거래 약정 등 고위험 상품을 운용할 때 편의성보다 법적 절차와 리스크 관리 책임을 우선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미수거래 약정 자체를 별개의 계약으로 판단하고 금융실명법 위반을 적용해 증권사 책임을 인정한 사실상 첫 사례"라고 평가했다.

 

신준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