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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력 놀이터 된 키움증권]①'단군 이래 최대 사기'... 法, 증권사에 책임 인정

Numbers 2025. 12. 29.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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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력 놀이터 된 키움증권]①'단군 이래 최대 사기'... 法, 증권사에 책임 인정 - 넘버스

주가조작 세력이 역대 최대 규모인 6166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영풍제지 사태’와 관련해 핵심 통로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키움증권의 법적 책임이 처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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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신준혁 기자


주가조작 세력이 역대 최대 규모인 6166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영풍제지 사태’와 관련해 핵심 통로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키움증권의 법적 책임이 처음으로 인정됐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주가조작 사건이 발생하면 투자자 책임을 내세워 회피했지만 사법부가 증권사 과실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 전경 / 사진 = 키움증권



타 증권사 빗장 걸 때 키움만 미수 허용… 주가조작 자금줄 자처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부장판사 주진암)는 지난달 28일 원고인 키움증권이 피고 A씨를 상대로 제기한 미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키움증권이 관련 법령을 위반하고 투자자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을 인정하고 발생 손해의 30%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영풍제지 사태에서 키움증권의 미수거래 방치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다.

영풍제지 사태는 세력이 2022년 10월경부터 지인들의 계좌를 동원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하면서 시작했다. 이들은 시중 주식을 대부분 보유하고 시세를 인위적으로 조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가 1년 만에 약 15~17배 급등하자 주요 증권사들은 2023년 초부터 위탁증거금률을 100%로 상향해 미수거래를 원천 차단했다. 늦어도 같은 해 8월경에는 키움증권을 제외한 모든 증권사가 거래를 사실상 중지시켰다.

그러나 키움증권은 증거금률 40%를 유지하며 미수거래를 허용했고 세력의 계좌는 키움증권으로 집중됐다. 2023년 10월에는 유통 주식의 약 74%가 키움증권 계좌에서 거래되는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졌다. 가격이 올라가도 증거금률만 유지하면 이들은 거래를 이어갈 수 있었다.

주가는 2022년 9월 30일 종가 기준 3179원에서 2023년 9월 27일 종가 기준 4만7750원, 최고가 5만4200원을 기록했다. 10월 18일 검찰이 영풍제지 수사에 착수한 후 압수수색을 진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주가는 3만3900원으로 폭락했고 다음날 금융당국으로부터 거래정지 조치를 받았다.

주가 급락 후 키움증권은 반대매매를 통해 피고 A씨의 계좌에서 미수금을 일부 회수했다. A씨의 계좌에는 총 46억5554만8001원의 미수금이 남았다.  

영풍제지 주가 추이 / 사진 = 신준혁 기자

 


46억 미수금 쌓이는데 “VIP 선정 축하”… 투자자 보호는 뒷전

재판부는 키움증권의 영업 행태를 두고 단순 과실을 넘어선 위법 행위라고 판단했다. 모든 거래가 키움증권 계좌를 통해 거래됐기 때문에 키움증권이 이상현상을 인지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다. 

법령 위반 사항은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상 투자자보호의무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상 적정성원칙 등이다. 

재판부는 키움증권이 예상치 못한 거액의 채무를 발생시킬 수 있는 고위험 영역인 미수거래 약정을 체결하면서도 실명확인 절차를 생략하고 고객의 상환 능력이나 신용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채 수십억원대 대출을 실행한 점을 금소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심지어 계좌에 수십억원대 미수금이 쌓여가는 상황에서 고객에 위험을 고지하기는커녕 VIP 혜택을 안내하는 마케팅 전화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당초 금융권과 법조계에서는 A씨가 타인에게 계좌를 빌려준 행위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발생 손실에 대해 100% 책임을 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주가조작 세력에게 계좌를 대여해 범행의 도구를 제공한 책임이 70%로 크다고 인정하면서도 키움증권의 방조와 법령 위반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해 이례적으로 증권사에 손해액의 30%를 배상할 책임을 물었다.

원고인 키움증권은 1심 결과에 대해 "항소심을 통해 당사의 입장을 더욱 명확히 입증할 것"이라고 전했다.

피고 측도 항소심에서 배상 책임 비율을 추가로 조정하기 위해 법리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판결 이후 유사한 상황에 처한 다른 계좌 명의자들의 줄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로 인해 키움증권 고객 위탁계좌에서 발생한 전체 미수금은 약 4943억원이다.

재판부는 "키움증권은 투자 위험성이 높아진 상황을 인지하고도 금융소비자인 피고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상당한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신준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