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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온시스템 '빚의 굴레' 겨우 끊어낸 유증도 '미봉책'

Numbers_ 2025. 9. 2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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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온시스템 '빚의 굴레' 겨우 끊어낸 유증도 '미봉책'

한온시스템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려 꺼내든 유상증자 카드에 물음표가 붙고 있다. 새로운 부채로 기존 부채를 갚는 차환이 거듭될수록 빚이 계속 불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져 온 가운데,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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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한온시스템


한온시스템이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려 꺼내든 유상증자 카드에 물음표가 붙고 있다. 새로운 부채로 기존 부채를 갚는 차환이 거듭될수록 빚이 계속 불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져 온 가운데, 결국 이를 해결하겠다며 개미 투자자들에게까지 손을 벌린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유증으로 급한 불을 끄더라도 당장 적자에 빠질 정도로 실적이 나빠진 탓에 본질적인 체질 개선이 아닌 미봉책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은 지난 23일 이사회에서 9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증을 의결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인 8000억원이 채무 상환에 투입된다. 나머지 512억원은 운영자금으로, 488억원은 시설자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이처럼 유증의 초점은 빚 감축에 맞춰졌다. 한온시스템을 이를 통해 부채비율을 175.0%까지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올해 상반기 말 해당 수치인 257.2%와 비교하면 82.2%p나 낮아지는 수준이다. 부채비율은 해당 기업의 재무안정성을 판단하는 데 사용되는 대표적인 지표로, 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눠 백분율로 표시한 값이다.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다는 건 부채가 자본 대비 2배를 웃돈다는 뜻이다.

한온시스템 관계자는 "이번 유증의 가장 큰 목적은 재무구조의 즉각적 개선"이라며 “여러 방안을 고려했지만 이사회 결의를 통해 최적의 (방식과) 금액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온시스템의 부채비율은 좀처럼 200% 아래로 내려가지 못해 왔다. 한온시스템의 부채비율은 2019년까지만 해도 203.0% 정도였지만, 2022년 말에는 283.9%로 불과 3년 새 80.9%p 급등했다. 그러다 2023년 말 268.5%, 지난해 말 254.2% 등으로 안정세를 찾은 듯하다가 해가 바뀌고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린 것이다. 한온시스템이 속한 코스피 기계·장비 업종 상장사들의 평균이 125.1%인 것에 비하며 여전히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 그래픽=정유진 기자


이번 유증은 이런 흐름에 변곡점을 만들기 위한 승부수로 여겨진다. 그동안 차환을 통해 재무 관리에 애쓰긴 했지만, 그럴수록 부채의 덩치는 커지는 커져 왔다. 유증으로 악순환을 한 번 끊고 가겠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온시스템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4조1151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0.7% 늘었다. 이 기간에만 1조5752억원을 상환했지만, 이를 위해 새롭게 차입한 금액이 1조6025억원으로 더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올해 만의 일이 아니었다. 한온시스템의 지난해 말 차입금은 4조882억원으로 1년 새 5.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차입금을 2조1077억원이나 갚았지만, 1조9797억원을 새로 빌리고 3649억원의 회사채까지 발행한 결과였다.

빚이 불어난 만큼 이자 부담은 가중됐다. 결과적으로 차환의 효과가 신통치 않았던 셈이다. 한온시스템에서 지난해 나간 이자 비용은 1857억원으로 전년 대비 42.6% 더 늘었다. 이를 포함한 금융 원가 역시 4696억원으로 115.1% 급증했다.

하지만 개인 주주들로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한온시스템의 유증 결정이 탐탁지 않을 수 있다. 회사의 빚을 갚는 데 개인 주주들의 돈까지 끌어 쓰려는 형태로 여겨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존 주식 수의 절반이 넘는 신주가 새로 풀리는 대규모 유증인 만큼, 주주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

이런 분위기는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날 코스피에서 한온시스템의 주가는 1주당 307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유증 소식이 전해지기 전 거래일이었던 22일 3280원보다 6.4% 하락한 가격이다.

대주주는 적극적인 참여를 약속하며 달래기에 나섰다. 지주사 한국앤컴퍼니는 계열사 한국타이어를 통해 이번 유증 배정 물량의 100%를 인수하며 3944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다만 2대주주이자 사모펀드 운용사인 한앤컴퍼니는 이번 유증에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다.

/ 그래픽=정유진 기자


관건은 유증 이후다. 1년 넘게 적자가 누적되고 있어서다. 이대로라면 자금 조달의 효과가 점차 상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온시스템은 올해 상반기 37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떠안았다. 전년 동기보다 적자 폭이 78.8% 확대됐다. 영업이익은 854억원으로 같은 기간 37.6% 줄었다. 한온시스템은 지난해 358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으며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영업이익은 955억원으로 같은 기간 66.3% 감소했다.

/ 그래픽=정유진 기자


이에 한온시스템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특히 앞으로 3년 간 단계적으로 대규모 인원 감축을 단행하는 특단의 대처를 내놨다. 공장과 외부창고를 통·폐합하고 재배치해 약 450명을 구조조정한다는 구상이다. 한온시스템 관계자는 "한온시스템이 2028년까지 전체 인원의 2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2026년 말까지 1차 감축을 진행하고, 2028년에 2차 감축을 단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한온시스템이 단기적으로 재무 지표를 개선하더라도, 수익 구조 개선이나 신규 수주 확보 없이는 체질 전환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온시스템은 전기차 열관리 시스템 사업을 성장의 기치로 내세웠지만, 정작 B2C 판매 경쟁력이 높고 판매 성장과 점유율 확대를 이어온 테슬라 및 중국 스마트카 업체와의 수주가 부재하다"며 "수주의 질적 개선이 필요하지만,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본 대부분이 차입금 축소에 쓰이는 만큼 영업 경쟁력 변화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jyj0301@number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