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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스토아 사겠다는 '퀸잇' 라포랩스, 누가 누구를 먹여 살릴까

Numbers 2025. 12. 3.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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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스토아 사겠다는 '퀸잇' 라포랩스, 누가 누구를 먹여 살릴까

중년 여성을 겨냥한 패션 플랫폼 퀸잇으로 급성장한 라포랩스가 데이터 기반 홈쇼핑 업체이자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스토아를 사들이겠다고 나서면서, 그럴 만한 재무적 역량이 있는지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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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랩스가 운영하는 패션 플랫폼 퀸잇 소개 이미지 /사진 제공=퀸잇

 

중년 여성을 겨냥한 패션 플랫폼 퀸잇으로 급성장한 라포랩스가 데이터 기반 홈쇼핑 업체이자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스토아를 사들이겠다고 나서면서, 그럴 만한 재무적 역량이 있는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사실상 현금 형태로 들고 있는 자산이 600억원을 넘는 만큼 조금만 외부 수혈이 더해지면 인수 자금을 댈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공격적인 마케팅 탓에 그동안 쌓인 적자 역시 600억원에 이르는 현실은 고민을 안기는 대목이다.

 

결국 이익을 내는 새 식구가 라포랩스를 먹여 살리게 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이는 가운데, SK스토아도 흑자로 돌아선 지 얼마 안 된 상황이란 점에서 서로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라포랩스는 SK스토아를 인수하기 위한 실무 검토를 하고 있다. 이번 달 초 SK스토아 매각을 추진 중인 SK텔레콤 사옥을 방문해 실사를 진행했다.

 

라포랩스는 40~50대 여성을 주요 고객으로 삼는 패션 플랫폼 퀸잇의 운영사로, 올해 초 SK스토아가 매물로 나왔을 때부터 인수에 눈독을 들여 왔다. TV홈쇼핑과 데이터 쇼핑을 결합한 데이터홈쇼핑 분야의 1위 업체인 SK스토아와 함께하면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란 포석이다.

 

SK스토아의 몸값은 1000억원 안팎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말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606억원이다. 또 인수합병(M&A) 시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핵심 잣대가 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지난해 213억원으로 전년 대비 71.6%나 늘었다. EBITDA는 기업의 영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현금 창출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라포랩스가 보유한 실질적인 현금은 지난해 말 기준 650억원 정도다. 자체 자금만으로 SK스토아를 품기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우선 현금을 비롯해 3개월 안에 유동화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이 315억원이다. 아울러 단기금융상품에 들어 있는 돈이 340억원가량이다.

 

그래도 라포랩스가 분명한 의지만 보인다면 대금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IB 업계에서는 라포랩스가 SK스토아 인수를 위해 외부 자금 조달에 나설 것으로 본다. 지분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이거나, 대출 등 인수금융을 일으킬 수 있다.

 

라포랩스 관계자는 "기존 투자자를 포함해 여러 벤처캐피탈에서 약 900억원의 투자 의향을 밝혔고, 이미 400억원은 확약을 받았다"며 "현금성 자산과 확약된 투자액만으로도 전액 현금 인수가 가능한 수준이지만, 이후의 안정적인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추가 투자 유치와 인수금융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건은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빚을 라포랩스가 감당할 수 있느냐다. 당장은 인수를 위해 만들어지는 특수목적법인이 부채를 지는 형태가 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이를 지배하는 모회사의 짐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라포랩스가 적자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이런 면에서 뼈아픈 지점이다. 이대로 손실이 계속되면 부채 상환 여력에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다. 라포랩스는 지난해에도 8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떠안았다. 전년보다는 그 폭이 52.0%나 축소되긴 했지만, 여전히 적자를 지속했다.

 

라포랩스의 적자는 비단 최근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말 미처리 결손금이 585억원에 이를 정도다. 이는 지금까지 영업 활동에서 불거진 누적 손실이다. 이렇게 결손금이 많으면 자본금을 갉아먹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게 보통이지만, 과거 투자 유치 등 증자로 쌓아 둔 자본잉여금이 875억원이나 되는 덕에 이를 면하고 있다.

 

마케팅에 너무 많은 돈을 쏟고 있는 손익 구조가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판매·관리비 지출만 662억원으로 연간 매출인 711억원과 맞먹다 보니 이익이 남기 어려웠다. 광고선전비로만 231억원을 썼고, 물건 판매 인센티브 등으로 지급한 지급수수료도 129억원이나 됐다. 두 항목만 360억원으로 전체 판관비의 54.4%에 달했다. 그나마 이전과 비교하면 사정이 나아졌다. 2023년 판관비는 563억원으로 같은 해 매출인 479억원을 웃돌기까지 했다.

 

라포랩스 관계자는 "지난해 영업손실 가운데 40억원가량은 직원 주식보상비용으로, 실제 현금이 유출되지 않은 비용"이라며 "현금성 지출은 30억원 수준으로, 이는 이커머스 플랫폼 성장을 위해 계획적으로 집행한 예정된 범위 내의 투자성 적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처리결손금은 스타트업 업계에서 비교적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재무적 특성"이라며 라포랩스는 지난해부터 영업현금흐름이 이미 흑자로 전환된 상태이기 때문에 과거 발생한 결손금 역시 점진적으로 해소해 나갈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 있고, 올해 상반기에는 분기 기준 흑자를 달성할 수 있을 만큼 재무적 체력이 확보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다행인 건 인수 대상인 SK스토아는 흑자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재무와 실적 측면에서 모두 SK스토아가 라포랩스를 뒷받침하는 형태가 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영업이익 81억원, 당기순이익 44억원을 거뒀다. 매출로 놓고 보면 SK스토아는 라포랩스보다 훨씬 큰 기업이다. 같은 해 영업수익이 3023억원으로 라포랩스 대비 네 배 이상이었다.

 

다만 SK스토아도 꾸준히 흑자를 내온 건 아니었다. 확실한 캐시카우라고 장담하기에는 어려운 구석이 있다는 얘기다. 2023년만 해도 SK스토아는 1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같은 해 영업이익은 1억원에 불과했다.

 

SK스토아 안에서도 불안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SK브로드밴드노동조합은 SK스토아 지부 조합원에게 발송한 입장문에서 "인수 의향 자본으로 언급되는 기업은 매년 누적 결손이 커지는 등 재무안정성이 좋지 않다"며 "SK스토아와 같은 기업을 운영하고 성장시킬 능력이 있는지 SK텔레콤은 입장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예상되는 거래 사이즈만 놓고 보면 라포랩스의 SK스토아 인수 딜 구조는 그리 복잡하지 않겠지만, 이후 양사 간 시너지가 얼마나 될지는 여전히 큰 불확실성"이라며 "이 와중 M&A로 인한 차입은 즉각적인 부담이 될 수 있고, 이러면 한동안은 이익이 발생하는 SK스토아가 관련 비용을 소화하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