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티에이치엔 채철 명예회장이 아들에게 지분 증여를 결정한 배경에는 채 회장의 건강 악화가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티에이치엔은 과거 창업주이자 채철 회장의 동생인 채석 전 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지배구조가 한 차례 요동친 전례가 있다. 7년만에 다시 비슷한 상황이 재발한 것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병상에 누워있는 채철 티에이치엔 명예회장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채 회장은 1942년생으로 고령인데다 건강 상태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 경영 일선 복귀는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28일 채 회장이 보유 지분 전량(368만6920주)을 아들 채승훈 대표에게 증여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러한 사정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거래를 완료하면 채승훈 대표의 지분율은 1.2%에서 21.7%로 상승해 채석 전 회장의 부인이자 작은어머니인 이광연 대표(20.9%)를 제치고 최대주주에 오른다.
채승훈 대표와 이광연 대표 모두 채석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 이후 급박하게 경영 전면에 나선 인물들이다. 당시 두 사람 모두 경영 경험이 거의 없었다.
2018년 2월 채석 전 회장이 별세하자 같은 해 7월 채철 명예회장의 아들 채승훈 씨가 전무로 처음 티에이치엔에 합류했다. 업계에선 이광연 씨가 최대주주로 올라설 가능성이 생기면서 채철 일가가 견제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서둘러 후계 구도를 구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8월 상속재산분할 합의를 완료하면서 부인 이광연 씨가 남편의 지분 375만7560주(20.9%)를 상속받아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이광연 씨는 곧장 대표이사에 선임돼 경영 전면에 나섰다. 다만 경영 경험이 없었던 만큼 채석 전 대표와 함께 각자대표를 맡아오던 양혁묵 대표가 그대로 자리를 지키며 이광연 대표와 함께 회사를 이끌었다. 이광연 대표의 경력은 티에이치엔(옛 동해전장)의 전신인 ㈜동해에서 일반 직원으로 근무한 것이 전부였다.
2020년 3월 양혁묵 대표가 물러나고 채승훈 씨가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이광연 대표와 채승훈 대표의 각자 대표 체제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변수는 이광연 대표 보유 지분이 2018년부터 현재까지 여전히 납세담보로 묶여 있다는 점이다. 채석 전 회장의 지분을 예상치 못하게 상속받으면서 상속세 부담이 한꺼번에 발생하면서 이광연 대표는 보유 지분 375만7560주 중 360만주를 납세담보로 설정했다.
상속세 납부 방식은 연부연납이다. 2018년 상속분의 연부연납 기간은 적용 재산에 따라 5년(일반 재산)에서 최대 10년 이상(특례 재산)까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는 5년 분납이 흔하지만, 이광연 대표의 경우 2018년 10월 납세담보 설정 후 7년이 넘도록 상속세를 완납하지 못하고 담보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광연 대표의 보유 지분이 담보 해제되면 최대주주 구도가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의 지분은 상속세 연부연납을 마무리하면 온전히 자신의 몫이 된다. 반면 채승훈 대표는 이번 증여가 12월 말에 이뤄지는 만큼 지분 취득 이후에도 일정 기간 재무적 부담이 뒤따를 전망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향후 지분 이동이 가능한 시점만 놓고 보면,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이광연 대표 측이 유리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채승훈 대표가 최대주주에 오르더라도 두 사람의 지분 차이는 1%포인트도 되지 않는다. 담보 해제 시점과 이후 지분 이동 여부에 따라 최대주주가 다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티에이치엔의 지배구조는 다시 한 번 미묘한 균형점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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