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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티에이치엔]⑥ 경영권 분쟁 가능성 '티에이치엔', 고려아연과 판박이 - 넘버스
티에이치엔의 지배구조가 미묘한 균형점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각자 대표의 지분율이 비슷한 상황에서 세금 변수까지 얽힌 가운데, 제3의 세력 개입 가능성도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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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에이치엔의 지배구조가 미묘한 균형점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각자 대표의 지분율이 비슷한 상황에서 세금 변수까지 얽힌 가운데, 제3의 세력 개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향후 배당 시점이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티에이치엔은 창업주인 고(故) 채석 회장의 별세 후 2020년부터 그의 배우자 이광연 대표와 조카 채승훈 대표가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해오고 있다. 현재 이광연 대표의 지분율은 20.9%, 채승훈 대표는 1.2%다. 당초 오는 30일 고(故) 채철 회장의 증여로 채 대표의 지분율이 21.7%로 올라 최대주주가 바뀔 예정이었으나, 증여 직전 채 회장이 별세하면서 승계 구도에 변수가 생겼다.
전문가들은 티에이치엔의 현 지배구조를 ‘일시적인 균형 상태’로 진단한다. 지분율이 비슷한 각자대표 체제는 표면적으로 균형을 이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변수에 따라 언제든 경영권이 취약해질 수 있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상장 가족기업에서 각자대표 체제는 분쟁을 예방하기보다는 오히려 갈등을 지연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광연 대표와 채승훈 대표 양측의 지분이 20% 내외로 근접한 상황에서는 누구 하나 단독 지배력을 확고히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 로펌 변호사 역시 두 대표의 지분율이 비슷한 상황을 지적했다.
그는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처럼 설립자 가족이 2대, 3대로 내려오면서 불안정한 동거 상태가 되고,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지는 것은 흔한 일”이라며 “티에이치엔의 승계 방식은 일반적인 대기업의 승계방식과 유사하지만 주가 변동에 따라 경영권이 취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채철 회장과 채승훈 대표의 이번 승계 역시 지배구조의 균형을 흔들 수 있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채철 회장의 별세로 증여가 그대로 이행될지, 상속으로 전환될지가 불투명해졌다. 상속인이 여러 명인 만큼 상속인 간 합의 여부도 새로운 변수로 더해졌다.
대형 로펌 변호사는 “증여계약 내용에 따라 증여가 유지될 수도, 상속으로 전환될 수도 있지만 채철 회장의 상속인이 여러 명인 경우 상속인들 사이의 합의가 중요하다”며 “다른 상속인들이 증여계약 자체에 대해 문제를 삼는 경우 채승훈 대표의 지분율 유지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채철 회장의 상속인으로는 부인인 황모 씨와 아들 채승훈 대표 외에도 형제 2명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양측 대표의 지분이 모두 불안정한 상태라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이광연 대표는 남편인 고(故) 채석 전 회장의 지분 375만7560주를 상속받는 과정에서 지분 360만주를 현재까지 납세담보로 설정했다. 이번 승계를 통해 채승훈 대표 역시 상속·증여세 부담을 안게 되면서, 지분이 담보로 묶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조를 ‘쌍방 담보’ 리스크로 지적한다. 최대주주와 2대주주의 지분이 모두 납세담보로 묶일 경우, 경영권 행사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다. 여기에 만일 연부연납을 원활히 이행하지 않으면 국세청의 공매 처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배당으로 승계 비용 해소해도, 제3자 세력 등장 경계해야
향후 관전 포인트는 배당 정책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배당 확대를 통해 양측이 승계 비용 부담을 완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광연 대표는 상속세 연부연납 부담 해소와 담보 해제를, 채승훈 대표는 상속·증여세 재원 마련을 위해 배당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배당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충돌할 여지도 있다. 대형 로펌 변호사는 “양측 모두 배당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할 수 있지만, 배당 규모와 시점에 대한 합의가 어려울 수 있다”며 “이 부분은 각자의 자금 여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배당이 대주주의 세금 부담을 덜기 위한 수단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원칙적으로 배당을 통해 주주가 상속세를 납부하는 구조는 문제되지 않는다. 배당이 상법상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지고 모든 주주에게 지분 비율대로 동일하게 지급하는 한 허용한다는 것이다. 상법이나 세법상 배당금의 사용 목적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기 때문에 배당금이 결과적으로 상속세 납부에 사용한다는 것만으로 위법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다만 상법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 전체’로 확대된 점이 중요한 변수다.
대형 로펌 변호사는 “개정 상법에서는 배당 결정이 회사뿐 아니라 주주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를 함께 고려한다”며 “배당 확대의 시점과 규모가 특정 대주주의 개인적인 세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결정으로 보일 경우,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 여부가 쟁점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당이 주주 전체를 위한 주주환원 정책의 연장선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소수주주나 시장이 지배구조상·평판상 리스크를 제기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상속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와 달리, 다수의 소수주주들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배당 성향과 함께 신기술 투자나 설비 확충 등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승계 비용 마련을 위해 과도한 배당이 이뤄질 경우, 회사의 여유 자금이 한꺼번에 줄어들어 중장기 투자 여력이 약화되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납세 문제를 해소하더라도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남아 있다고 평가한다. 지분이 분산돼 있고 과반 지배가 어려운 구조에서는 행동주의 펀드나 사모펀드(PEF) 등 제3의 세력이 지분을 모아 주주총회에서 캐스팅보트로 부상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대형 로펌 변호사는 “이사회 장악 과정에서 소액 주주를 포섭하거나 우호 지분을 확보해 상대 대표를 견제하거나 해임하려 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외부 PE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상속·증여세 부담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자금 마련을 위해 지분을 외부에 매각해 제3의 투자자나 경쟁사가 개입해 경영권이 흔들리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대형 로펌 변호사는 “외부 연대는 단기적으로는 경영권 안정이나 세대교체를 돕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회사의 지배구조 성격 자체를 바꿔놓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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