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CFO 리포트] 우리금융 ‘과점주주 지배구조’의 문제점

Numbers_ 2024. 7. 12. 15:50

▼기사원문 바로가기

 

[CFO 리포트] 우리금융 ‘과점주주 지배구조’의 문제점

지난 8년간 지배구조 실험 성과는 ‘부진’과점주주 이해상충과 관치영향 극복해야취약한 자본확충 위해 이사회 적극 나서야2010년부터 4차례의 지분매각 실패 끝에 정부가 선택한 우리은행 민

www.numbers.co.kr

 

지난 8년간 지배구조 실험 성과는 ‘부진’
과점주주 이해상충과 관치영향 극복해야
취약한 자본확충 위해 이사회 적극 나서야


2010년부터 4차례의 지분매각 실패 끝에 정부가 선택한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은 소위 ‘과점주주 지배구조’ 였다. 그 후 우리금융은 지난 3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중이던 잔여지분 1.2%를 인수, 소각하면서 모든 민영화 절차를 마무리했다.

2016년 예금보험공사는 우리은행 지분 29.7%를 민간에 넘기고 공적자금 회수에 성공했다. 지분 4% 이상을 인수해가는 주요주주에게 우리은행 사외이사 추천권을 부여해 은행경영 참여를 허용하는 ‘과점주주 지배구조’ 방식을 동원, 공적자금 회수와 민영화 문제를 해결했다. 금융당국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고 우리금융 자체적으로도 정부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어 성공적이라 평가했다.

이후 8년 가까이 우리금융은 과점주주가 추천하는 사외이사를 주축으로 이사회를 구성, 그룹을 경영해 왔다. 그동안 동양생명, 한화생명 등이 투자금을 회수해 나갔다. 현재 전략적 투자자(SI, Strategic Investors)로 참여, 우리금융 지배구조를 장악하고 있는 과점 주주사와 사외이사는 한투증권(3.92%, 정찬형), 키움증권(3.78%, 윤수영), 푸본생명(3.97%, 윤인섭), 유진PE(4%, 신요한), IMM PE(3.87%, 지성배) 등 5곳이다. 최근 과점주주 몫이 아닌 사외이사 2명이 금융경제전문가 ESG경영 등의 명분으로 합류했지만 여전히 이사회에서 과점주주들이 행사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또 과점주주 중 2명은 우리금융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금융지주 이사회는 힘이 매우 세다. 그룹 회장과 계열사 대표 선임, M&A 추진 등 성장전략, 증자나 배당 등 주주환원, 위험자산 포트폴리오 조정 등 리스크 정책을 포함한 거의 모든 경영행위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우리금융이 과점주주 지배구조 방식으로 민영화에 성공하면서 그동안 경영의 발목을 잡고 있던 ‘관치의 그물망’을 벗고 민간주도 자율경영으로 옛 상업은행, 한일은행 시절의 영화를 재현할 것으로 시장은 기대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금융이 보여준 경영성과는 주요 경쟁 금융지주는 물론 농협금융지주나 기업은행에도 밀리는 초라한 성적이다. 원인은 여러가지겠지만 우리금융 민영화에 활용된 ‘과점주주주 지배구조’의 유효성에 대한 재평가도 필요한 시점이다.

2024년 7월10일 현재 우리금융 시가총액은 10조4065억원으로 우리금융이 재상장된 2019년 2월13일 대비 5년 동안 5% 남짓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전히 정부 입김이 강한 국책은행 기업은행의 시가총액이 11조682억원으로 41% 증가한 것에 비하면 실망스럽다. 특히 우리금융이 경쟁상대로 여기는 하나금융의 시가총액은 7월 현재 18조382억원으로 같은 기간 48% 이상 상승했다. 신한금융은 25조9790억원으로 26%, KB금융은 33조5233억원으로 82% 증가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크다.

같은 시기 동일한 시장에서 비슷한 여건으로 경쟁한 우리금융의 경영성과가 경쟁 금융그룹에 비해 유난히 저조한 원인을 잘 따져봐야 할 것 같다. 십 수년 동안 물든 관치의 조직문화 때문일수도 있고 물려 받은 부실한 자산부채 포트폴리오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경쟁 금융그룹과 비교해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인 ‘과점주주 지배구조’ 라는 내부 경영관리시스템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2016년 11월 지분매각 당시 입장문 발표를 통해 임종룡 당시 금융위원장은 세계적으로 사례가 흔치 않고 특히 국내에서 과점주주들이 협력해 금융사를 경영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언급하며 국내 금융사 지배구조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고 ‘집단지성과 경험’을 통해 ‘합리적 경영’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과점주주 지배방식에 대해 우려하는 전문가들은 있었다. 비슷한 지분을 보유한, 처지가 서로 다른 과점주주간의 이해충돌 가능성 등 지배구조의 한계가 경영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었다.

국내 금융사 중 ‘과점주주 형태의 지배구조’ 운영은 사실상 신한금융이 원조격이다. 신한금융은 국민연금 7.47%, 블랙록펀드어드바이저(BlackRock Fund Advisor) 5.67% 등 재무적 투자자(FI) 외에도 전략적 투자자(SI)로 10~20%의 지분으로 3~4명의 사외이사 선임을 유지하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재일교포들이 과점주주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신한금융 지분 3.65%를 보유하며 사외이사 1명의 추천권을 가지고 경영에 참여해오던 BNP파리바은행은 올해 3월 지분을 매각하고 관계를 정리한 바 있다.

지배구조에 정답은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유사한 ‘과점주주’ 형태의 지배구조로 경영을 해왔지만 그동안 이룬 성과는 아주 큰 차이를 보여준다. 신한금융의 과점주주는 거의 단독주주에 가까운 재일교포들로 구성돼 있으며 경영진에 대한 신뢰도 전폭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우리금융은 서로 다른 비즈니스를 하는 비슷한 지분을 가진 과점주주들이 모여 지배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은행, 보험, 증권, 사모펀드 등 각자 사업영역에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경영협의를 잘하면 강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당시 매각을 주도한 금융당국은 주주와 시장을 설득했었다.

하지만 ‘과점주주 지배구조’가 우리 현실에서 성공 가능성이 낮은 아주 이상적인 ‘가설’로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금융은 보여준다. 특히 과점주주사들이 모두 금융당국의 감독권에서 자유롭지 못한 금융업을 영위하는 회사들이라 실질적인 민간 자율경영이 담보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제기된다. 실제로 우리금융 민영화 추진 당시에도 ‘반쪽 민영화’라는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아울러 경영에 참여하는 처지가 다른 여러 과점주주간 이해가 충돌하거나 의견이 맞지 않으면 실행력이 떨어지고 효과적인 전략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 2019년 8.39%에 머물던 우리금융 보통주자본(CET1) 비율이 2023년 11.99%로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절대적, 상대적 수준 모두 여전히 낮다. 지난 5년간 우리금융의 은행 의존도(당기순이익 기준)는 2019년 93.5%에서 2023년 93.2%로 거의 변동이 없다. 특별히 비은행 성정전략을 추진한 성과가 없다는 의미다. 열악한 자본비율이 걸림돌이었을 수 있다.

그룹경영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면 자산을 확대해 수익규모를 늘리고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개선해 수익변동성을 줄여야 한다. 위험자산 확대나 M&A 등 모두 많은 자본이 소요되는 중요한 의사 결정들이다. 경쟁 금융사 대비 낮은 보통주자본비율은 인수합병이나 자산증대를 통한 성장전략 추진에 커다란 장애물이다. 우리은행 과점주주들이 비즈니스 확충에 필요한 추가자본 증자에 동의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경영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 지는 모르겠다. 예를 들어 시장에서 매력적인 대형 증권사가 매물로 나왔을 때 우리은행 과점 주주인 한투증권이나 키움증권. 유진PE 등이 기꺼이 증자에 동의하고 우리금융 경영진의 대형 증권사 인수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