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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리밸런싱] 국민연금 주식매수청구 하면 '두산에너·밥캣' 수천억 현금 필요

Numbers 2024. 7. 2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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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리밸런싱] 국민연금 주식매수청구 하면 '두산에너·밥캣' 수천억 현금 필요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주식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돌아설 경우 두산그룹이 추진 중인 계열사 분할·합병이 난관에 봉착할 전망이다. 국민연금이 반대할 경우 과도한 주식 매수대금이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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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선보인 두산에너빌리티 수소터빈 모형./사진 제공=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주식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돌아설 경우 두산그룹이 추진 중인 계열사 분할·합병이 난관에 봉착할 전망이다. 국민연금이 반대할 경우 과도한 주식 매수대금이 청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외국인 주주 가운데 일부만 돌아서도 위험하다. 국민연금과 외국인 주주의 표심이 두산그룹 사업 재편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투자자 의중은


두산그룹 사업 재편 첫 단추는 두산밥캣 지분이 포함된 신설법인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분할해 두산로보틱스에 붙이는 것이이다. 

분할·합병안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는 올해 9월 25일 열린다. 안건에 반대하는 주주는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날인 24일까지 반대 의사를 통보하면 된다. 이날 반대 의사를 던진 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를 보면 회사의 주식매수청구권 규모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분할합병 계약서를 보면 선행 조건에 '분할회사(두산에너빌리티)의 주주가 행사한 주식매수청구권의 규모가 6000억원을 초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도 각각 1조5000억원, 5000억원으로 매수청구권 상한선이 정해졌다. 세 회사 모두 한도를 초과한 주식매수 요청이 들어온다면 분할·합병은 물론 향후 진행 될 주식 교환·이전도 재검토 대상이 된다.

특히 두산밥캣, 두산에너빌리티는 개인 소액주주 외에 고려해야 할 대상이 더 있다. 국민연금과 외국인 주주 물량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달 22일 기준 두산밥캣의 외국인 주주 비중은 38%에 달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전체 주주 가운데 약 21%가 외국인이다. 

두산밥캣이 반대 주주에 제시한 가격(5만459원)을 기준으로 회사가 최대 매입할 수 있는 수량은 2972만7105주다. 이를 감안하면 외국인 주주 77%만 반대 의사를 밝혀도 매수청구권 한도를 넘어선다. 매수청구권 한도가 6000억원인 두산에너빌리티도 같은 방식으로 추산하면 외국인 주주 보유 주식의 5분의 1만 반대로 돌아서도 위험하다.

 

/자료 제공=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두산에너빌리티

 
반대해도 매수청구 안할 수도…주가 관건

 

국민연금의 의중도 중요하다. 최근 국민연금이 제출한 공시를 보면 각각 두산밥캣 7.22%, 두산에너빌리티 6.85% 지분을 투자했다. 국민연금은 양사 최대주주 다음으로 지분율이 높다. 

특히 국민연금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분할·합병에 기권 또는 반대를 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수탁자책임활동에 관한 지침'에 따라 의견을 던진다. '회사 분할 및 분할합병' 사안에 국민연금은 주주가치 훼손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반대할 수 있다. 또, 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하고자 하는 경우 반대 또는 기권할 수 있다. 

2014년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흡수합병을 검토했으나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무산됐다. 또 5월 한화 분할계획 안에 국민연금은 주식매수청구권 확보를 위해 기권했다. 

다만 국민연금이 주주총회에서 반대한 이후 반드시 주식매수를 청구하는 것은 아니다. 작년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안에 국민연금은 기권했지만 주식을 팔지 않았다. 결국 주가가 국민연금 의사결정의 핵심인 셈이다. 

23일 종가 기준 두산밥캣 주가는 4만8400원, 두산에너빌리티는 1만9880원으로 양사가 제시한 청구권 가격을 밑돌고 있다.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면 두산밥캣은 3652억원, 두산에너빌리티는 9166억원을 각각 준비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개별 기업의 주주권 행사 관련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외국계 운용사 관계자는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의 매수청구권 제도를 잘 몰라 행사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며 "셀트리온 합병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인 보유 비율이 꾸준하고 시세가 청구권 행사가격 보다 낮다면 기관들이 반대를 표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