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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PE, 코로나 때 뿌려둔 '투자 씨앗'…수확철 되니 '주름살'

Numbers 2025. 2. 6.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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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PE, 코로나 때 뿌려둔 '투자 씨앗'…수확철 되니 '주름살'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PEF)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시절 국내 플랫폼 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곳이다. 하지만 2023년 코로나19가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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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앵커에쿼티파트너스 홈페이지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PEF)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시절 국내 플랫폼 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곳이다. 하지만 2023년 코로나19가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으로 전환되면서 플랫폼 기업의 성장에 한계가 드러났고 실적 부진과 함께 기업가치도 예전만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앵커PE가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플랫폼 기업 중심 투자…코로나 엔데믹 전환 후 실적 부진 지속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앵커PE의 투자금 회수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앵커PE의 국내 주요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면 △SK일렉링크 △프레시지 △컬리 △카카오픽코마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라인게임즈 △이투스 등이 있다.

이중 프레시지와 컬리, 카카오픽코마는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에 투자했다. 2016년 설립된 프레시지는 국내 밀키트 시장 1위 업체다. 창립 5년 만인 2020년 매출액 1000억원을 넘기면서 같은해 중소기업벤처부가 주관한 예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했고 2021년과 2022년 매출액은 각각 1899억원, 529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이 수천억원으로 늘었지만 흑자로 전환하지는 못했다. 처음으로 매출액 1000억원을 넘겼던 2020년 영업손실 규모는 461억원으로 2019년 149억원 손실 대비 3배 넘게 늘었고 2022년에는 영업손실 1126억원으로 적자 폭을 키웠다. 2023년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매출액은 3306억원으로 전년대비 급감했고 99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앵커PE는 2021년 프레시지 경영권과 지분 67%가량을 사들이는 데에 약 3000억원을 사용했다. GS리테일의 지난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GS리테일은 프레시지 지분 2.2%의 장부가액을 80억원으로 평가했다. 2021년 말 155억원으로 평가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컬리의 상황도 좋지 않다. 앵커PE는 2021년 컬리의 기업가치를 4조원으로 평가하고 2500억원을 투입해 지분 7.56%를 확보했다. 2023년 컬리가 진행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1000억원을 추가로 투자, 지분을 10.88%까지 늘렸다. 당시 주당 발행가액(6만6148원)을 고려하면 컬리의 기업가치는 2조6757억원이다. 이날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비상장에서 컬리는 주당 1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추정 시가총액은 4000억원으로 앵커PE가 첫 투자를 단행했을 때와 비교하면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2021년 앵커PE가 기업가치를 8조8000억원으로 평가하고 6000억원을 투자한 카카오픽코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카카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픽코마는 2023년 매출액 5514억원, 순이익 26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과 비교하면 매출액(5312억원)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순이익(336억원)은 급감했다. 지난해 카카오픽코마가 IPO를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CA협의체 공동의장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조사 받으면서 보류된 상태다.

성장 한계 명확한 플랫폼 기업들…앵커PE만의 문제아냐

이 회사들의 공통점은 플랫폼 기업이라는 점이다. 코로나19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비대면 플랫폼이 주목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비대면을 주무기로 하던 플랫폼 기업들의 장점이 시들었고 실적과 함께 기업가치도 급감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앵커PE가 코로나19 시절 국내 플랫폼 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했는데 투자 기업들의 실적만 보면 사실상 문 닫을 위기에 처해있는 곳도 있다"며 "당시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성이 두드러졌는데 코로나19가 사실상 끝나면서 한계점이 명확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플랫폼 기업 투자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곳은 앵커PE만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11번가가 있다. 2023년 말 11번가 최대주주인 SK스퀘어가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포기하면서 국민연금공단·H&Q코리아파트너스·MG새마을금고로 구성된 나일홀딩스컨소시엄이 매각을 추진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별다른 소식은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중순 오아시스마켓이 인수를 추진했지만 일부 재무적투자자(FI)의 반대에 무산되기도 했다. 

일부 자문사는 플랫폼 기업의 투자 자문을 맡지 않는다고 한다. 성공 보수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티메프 사태로 쿠팡을 제외한 이커머스 기업들은 신뢰를 많이 잃은 상태"라며 "일부 자문사는 플랫폼 기업들의 매각·투자 자문을 맡지 않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한새 sae@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