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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KDB생명의 ‘밑 빠진 독’ 탈출 전략

Numbers_ 2025. 5. 2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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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KDB생명의 ‘밑 빠진 독’ 탈출 전략

벼랑 끝 KDB생명, 더 이상 외면 못할 현실KDB생명과 MG손보, 같은 부실 다른 처방우량계약 분리, 부실계약 처리 새 판 짜야국내 보험산업은 몇몇 상위사를 제외고는 지급여력비율(K-ICS) 하락과 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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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KDB생명, 더 이상 외면 못할 현실
KDB생명과 MG손보, 같은 부실 다른 처방
우량계약 분리, 부실계약 처리 새 판 짜야

국내 보험산업은 몇몇 상위사를 제외고는 지급여력비율(K-ICS) 하락과 유동성 부족 등 재무 건전성 위기에 상시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24년말 생보사 K-ICS(경과조치 전) 비율은 전년대비 27%포인트 하락한 176.5%이며 손보사 역시 21%포인트 하락해 196.7%를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올해 1분기 할인율 하락에 따른 기타포괄손익이 크게 감소하며 보험권 전체 K-ICS비율 역시 악화됐을 것이다. 이러한 시장 환경 악화는 K-ICS 규제비율 완화 추진과 함께 M&A시장에 나온 부실 보험사의 회생 가능성이 더욱 낮아지고 향후 처리방안에 대한 논란을 키우고 있다.

당장 문제는 KDB생명이다. 2025년 1분기 기준 KDB생명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지난 수년간의 자구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이는 할인율 현실화로 보험부채 시가평가액이 증가해 기타포괄손익누계액(OCI)이 감소한 영향이 크다. 올해 1분기말 기준 KDB생명의 OCI 손실액이 마이너스 1조 3554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946억원 이상 손실폭이 확대됐다. 그 결과 KDB생명의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348억원으로 부채 성격의 신종자본증권 2402억원을 제외하면 실질 자기자본은 3750억원 손실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놓였다. 2024년말 K-ICS비율이 53%(경과조치 전)에 그쳐 규제수준 100%에 한참 미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올 해 1분기 더욱 악화됐을 가능성이 크다.

당장 유동성이 부족해 보험금을 내주지 못할 상항은 아니지만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추가로 자본을 확충하지 않으면 MG손보와 마찬가지로 경영개선명령과 부실금융기관 지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산업은행이 KDB생명의 자본확충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지만 이미 1조 50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된 상황에서 K-ICS비율 규제완화(130%)를 감안해도 1조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자금 추가 투입은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최근 금융당국은 MG손보의 부실계약을 상위 5대 손보사로 ‘계약이전’ 방식으로 해결하며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MG손보의 부실해소 방안이 KDB생명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두 보험사의 처지가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대주주의 자본 특성이 다르다. MG손보의 대주주는 민간 사모펀드지만 KDB생명의 대주주는 지분 85.7%를 보유한 국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이다. 시장에 큰 파장이 예상되는 자회사를 국책은행이 파산이나 청산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MG손보의 ‘계약이전’은 대주주인 사모펀드 JC파트너스가 자본확충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 큰 원인이다. JC파트너스는 2020년 MG손보 인수 당시 금융당국에 1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약속했지만 실제 이행한 금액은 계획의 15% 수준인 약 234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MG손보의 K-ICS비율을 크게 떨어뜨리는 직접적 원인이 됐다. 또한 KDB생명은 부채규모가 2025년 3월말 현재 18조원 수준으로 MG손보보다 4배 이상 많다. 그만큼 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상대적으로 크고 계약이전으로 부실계약을 모두 인수할, 여력이 있는 생보사도 많지 않다. 특히 손보사보다 생보사의 보험부채가 장기 고금리 확정형 계약이 많아 금리변동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고 상품구조도 훨씬 더 복잡하다.

KDB생명과 MG손보의 부실이 10여년 이상 누적된 복합적 결과물이라는 점은 유사하다. 하지만 KDB생명은 1조5000억원의 자본 확충에도 불구하고 여섯 차례의 매각이 모두 실패했다. 특히 유력 인수 후보였던 하나금융지주와 MBK파트너스가 실사 이후 인수를 포기할 정도로 재무 건전성 개선에 실패하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KDB생명 대주주인 산업은행 역시 현재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강석훈 행장이 KDB생명을 ‘아픈 손가락’이라고 표현할 만큼 산업은행의 오랜 숙제다. 산업은행 자체도 정책 목표 달성에 필요한 BIS 자기자본비율 관리가 빠듯한 상황에서 1조원 가까운 추가 투자는 큰 부담일 것이다. 그럼에도 KDB생명이 완전 자본잠식을 해소하지 못하면 금융산업구조개선법(이하 ‘금산법’)에 따라 ‘경영개선명령’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시장은 KDB생명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반복적인 공적자금 수혈에도 자생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오히려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고 도덕적 해이도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단순한 자금 지원을 통한 연명이 아니라 근본적인 구조조정과 부실 책임 규명이 필요하며 기존 방식과 다른 새로운 처방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일시적 재무 건전성을 확보해 제3자 통매각으로 추진한 여섯 번의 시도가 모두 실패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검토 가능한 현실적 방안은 시장의 논리에 따라 단계적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우선 추가적인 공적자금 투입 결정에 앞서 산업은행 내부적 판단이 아닌 외부의 독립 전문기관을 통해 KDB생명의 존속 가능 사업부분과 청산가치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이는 잠재 인수 후보자의 우려 사항과 향후 투입될 자금의 규모와 회수 가능성을 공유하기 위한 현실적 판단 근거가 될 것이다.

두번째는 KDB생명이 경영개선명령과 부실금융기관 지정을 피할 수 있도록 대주주 산업은행이 적절한 규모의 추가 자본을 투입하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당장 자본잠식 해소와 지급여력 규제비율 유지를 위해 적어도 1조원 이상은 필요하다는 전망이다.

세번째는 정밀 실사한 보험계약을 우량계약(Good Book)과 부실계약(Bad Book)으로 분리해 각각의 처리방법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IFRS17이 시행되면서 계약별 수익성과 K-ICS비율을 투명하게 산출할 수 있기 때문에 우량계약과 부실계약의 분리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량계약으로 구성된 지속 가능한 회사(Clean Company)는 시장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충분히 받고 민간 보험사에 신속히 매각할 수 있을 것이다. 부실계약은 법과 제도를 정비해 가교보험사 등 특수목적 보험사(Run off 전문사)로 이전해 계약 재매입(Buy Back)이나 보장 내용 감액 등 계약 재조정이나 파산 절차를 통해 시장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KDB생명의 문제는 더 이상 지체해서는 해결만 더 어렵게 할 뿐이다. 보험 계약자 최우선 보호 원칙은 보험산업 신뢰와 사회 안정에 중요한 고려 요인이다. 그럼에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보험사가 장기간 방치되면 금융시장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고 불확실성만 커진다. 문제 회사를 무작정 연명하는 막연한 공적자금 투입보다 부실계약을 정확히 분리해 손실과 관리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 건전한 계약 포트폴리오를 살리고 회사와 시장 정상화를 앞당기는 길이다. 금융당국과 KDB생명은 국민 세금의 추가적 낭비를 최소화하고 금융시장 조기 안정화를 위해 보다 전향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