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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갈등 시계제로] 외상값 결제 우회 '공급자금융' 적극 활용
최윤범 회장 일가와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간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고려아연의 재무·지배구조 현황을 진단합니다. 고려아연이 납품업체에 직접 외상값을 지불하지 않고 금융기관이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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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회장 일가와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간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고려아연의 재무·지배구조 현황을 진단합니다.
고려아연이 납품업체에 직접 외상값을 지불하지 않고 금융기관이 대신 대금을 결제해주는 '공급자 금융'을 활용하는 빈도가 늘었다. 직접 대금을 치르지 않고 이런 우회로를 택한 것은 투자 여윳돈을 확보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실제 작년 공급자 금융이 크게 늘었는데 이 시기 고려아연은 해외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하고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취득에 나섰다.
단순 외상 거래 아닌 사실상 '빚'
올해 1분기 개별 재무제표 기준 고려아연의 단기차입금은 2조3884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일반적인 대출금 성격의 금융부채는 8564억원에 불과하며 공급자금융약정으로 발생한 채무가 1조5319억원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일종의 무역금융인 공급자금융약정은 물품 대금을 금융기관이 판매자에게 대신 전하고 은행은 매출채권을 양도받아 향후 구매자에게 지급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고려아연은 글렌코어 등 해외 광산회사에서 아연·연 정광 등 원료를 전량 수입해왔다. 통상적인 거래에선 고려아연이 글렌코어에 외상값을 지불하지만 공급자금융약정은 은행이 글렌코어에 먼저 대금을 결제하고, 1년 뒤 고려아연이 은행에 갚는 구조다.
단순한 외상 거래가 아니라 은행이 개입해 사실상 고려아연이 은행에 빚을 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약정액 만큼 매입채무에서 차감하고 차입금 계정에 더해주는 방식으로 회계처리했다.
원료 전량 수입…환 헷지·유동성 복합적 용도로 활용
고려아연은 재고 소진 속도에 따라 유동적으로 원료 매입량을 조절해왔다. 매출이 오르면 매입을 늘리고 반대로 매출이 줄면 매입을 축소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원재료 매입액은 4조2155억원 규모로 전년 3조3248억원 대비 27% 증가했다. 전년도 상대적으로 원료를 적게 구매해 비축해둔 것이 금방 소진돼 매입량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1분기에는 1조8639억원 수준의 원료를 매입했으며 이 가운데 금·은·동을 추출하는 연정광 매입 규모가 3배 이상 늘었다. 지난 3년간 아연 원재료 가격은 톤당 3500달러에서 2500달러 선을 오가며 출렁인 반면 연 재료비는 톤당 2000달러 선을 유지했다. 가격이 안정적인 상황을 틈타 매입을 늘린 것으로 해석된다.
고려아연은 원료 매입이 늘어난데 따른 비용을 직접 지불하지 않고 일부는 공급자금융을 통해 해결했다. 작년 공급자금융약정에 따른 단기차입은 2조2881억원으로 전년 9776억원 보다 큰 폭 확대됐으며 올해 1분기 8512억원을 신규로 조달하고, 9996억원 상환했다. 공급자금융 차입 잔액은 2023년 말 3723억원에서 이듬해 1조6884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는 1조5320억원에 달했다.
회사 측은 전량 원재료를 수입하는 탓에 환 리스크 헷지 차원에서 공급자금융을 사용했다는 설명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원재료 매입할 때 외환리스크 헷지 목적으로 하는 무역금융의 한 종류로 영업 확대로 원재료 매입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납품업체와 고려아연이 서로 거래 통화가 다를 경우 중간 역할인 은행이 미리 환율을 고정해주는 방식으로 간접적인 환 헷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사유로 공급자금융을 사용하는 것은 드물고, 유동성 확보와 운전자본 효율화 등이 주 목적이다.
실제 고려아연은 신사업 투자와 경영권 분쟁 등으로 자체 유동성에 한계를 겪고 있다. 고려아연 현금흐름표에 따르면 지난해 KZ 미네랄스 홀딩스에 177억원, 코리아그로쓰제1호사모투자합자회사에 14억원, 케이잼에 541억원, 페달포인트 홀딩스 1079억원, 선 메탈 홀딩스에 3166억원 등 총 약 5000억원 규모의 자회사 출자를 감행했다. 또 경영권 방어 차원의 자사주 공개매수로 인해 2조1276억원의 현금이 유출됐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활동창출 현금흐름은 5451억원에 불과했다.
올해 1분기에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 2570억원으로 돌아섰다. 이런 배경에서 공급자금융은 단기 유동성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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