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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새 주인' 찾는다…2.5조 포기한 MBK '배수의 진'

Numbers_ 2025. 6. 2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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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진화 기자


법정관리에 들어간 홈플러스가 법원으로부터 기업 회생 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 허가를 받으면서 새 주인을 찾아 나설 수 있게 됐다. 지금처럼 사업을 운영하는 것보다 청산하는 편이 재무적으로 더 낫다는 평가까지 나오며 홈플러스가 벼랑 끝에 몰리자, 소유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자신의 지분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며 배수의 진을 쳤다.

MBK가 과감한 결단으로 출구 모색에 나선 가운데 홈플러스가 재기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회생법원 제4부(정준영 법원장)는 20일 홈플러스의 인가 전 M&A 추진과 매각주간사 선정을 허가했다. 매각주간사로는 삼일회계법인이 선정됐다. 법원은 "인가 전 M&A를 통해 회생담보권과 회생채권을 조기변제하고, 채무자 회사의 채권자·근로자 등 이해관계인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매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홈플러스의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를 웃돈다는 판단이 나오면서 회생 절차는 위기에 빠졌다. 이런 결론대로라면 법원이 회생 인가를 거부하고 청산을 명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앞서 법원이 지정한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은 이번 달 12일 조사보고서 설명회를 통해 홈플러스의 청산가치가 3조7000억원으로 계속기업가치인 2조5000억원보다 더 높다고 평가했다.

그러자 MBK는 마지막 탈출구로 인가 전 M&A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인가 전 M&A는 이름 그대로 법정관리 중인 기업이 회생 계획 인가를 받기 전에 M&A를 추진하는 방식이다. 구주를 매각하는 통상적인 M&A와 달리 신주를 발행해 새로운 인수인이 대주주가 되는 구조다.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 MBK는 지난 13일 인가 전 M&A 신청과 함께 보유하고 있는 홈플러스 주식 2조5000억원어치를 무상소각하기로 결정했다. 홈플러스에서 완전히 손을 떼 새로운 인수자의 부담을 최대한 덜어주고, 이를 통해 관련 절차에 힘을 보태겠다는 취지다. MBK 측은 "경영권을 비롯해 모든 권리를 내려 놓고, 아무런 대가 없이 새로운 매수자의 홈플러스 인수 지원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처럼 구주를 소각하고 신주를 발행해 회사를 매각하면, 인수 자금이 곧바로 회사로 유입돼 빠르게 활로가 뚫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MBK는 "인가 전 M&A가 이뤄질 경우 홈플러스는 인수인으로부터 유입된 자금을 활용해 회생채권 등을 변제하고, 대폭 부채가 감축된 상태로 정상회사로 경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결정으로 M&A 매물로서 홈플러스의 무게는 크게 가벼워졌다. 협상에 따라 몸값이 1조원 아래까지 내려갈 수 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잠재적 인수 후보자로는 유통 관련 대기업들이 주로 거론된다. 홈플러스가 대형마트 126곳과 기업형슈퍼마켓 308곳 등 전국적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는 만큼, 유통 경쟁력 강화에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네이버나 GS그룹, 한화그룹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아울러 전자상거래 강자인 쿠팡과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 등도 홈플러스 M&A의 후보군으로 꼽힌다.

다만 이커머스를 주축으로 유통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오프라인 중심인 홈플러스의 M&A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여전하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경쟁사들도 부실 점포를 대거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오린아 LS증권 연구원은 "기존 경쟁 유통업체들은 수년간 지속된 내수 부진과 온라인 침투, 배송 상향 평준화 등으로 실적 부담이 컸고, 이에 부진 사업을 정리하고 공격적인 외형 성장은 지양하는 추세"라며 "홈플러스의 신규 인수자가 등장하더라도 인수 직후 구조조정과 사업 재정비 등 일정 기간의 전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