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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개정안 여파] 롯데렌탈 유상증자, 주주충실 위반 대표 사례될까

Numbers_ 2025. 7. 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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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개정안 여파] 롯데렌탈 유상증자, 주주충실 위반 대표 사례될까

상법개정안이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봅니다.롯데렌탈 이사회가 올해 초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를 대상으로 결의한 제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가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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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개정안이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봅니다.

 

롯데렌탈이 지난 2월 결의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두고 소액주주 권익을 침해한다며 철회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사진 제공 = 롯데렌탈

 


롯데렌탈 이사회가 올해 초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를 대상으로 결의한 제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가 일반 주주의 권익을 침해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롯데그룹으로부터 경영권을 인수한 어피니티가 매입 단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는 동안 소주 주주의 지분가치는 그만큼 희석되기 때문이다. 상법 개정 이후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위반하는 대표적 사례라는 비판과 함께 계획을 철회하거나 조건을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렌탈은 지난 2월 이사회를 열고 총 2119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기발행주식의 20%에 해당하는 신주 726만주를 어피니티를 상대로 발행하는 구조다. 최대주주인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지분 56.2%(총 1조5729억원)를 어피니티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마무리하면 납입이 진행되는 조건이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가 세 달 이상 지연된 탓에 유상증자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이 사이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시장에선 해당 계획이 소액 주주의 희생만 강요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주주는 시장가의 두 배가 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으며 보유 지분을 넘기고, 인수자는 시장가를 밑도는 가격에 지분을 추가 확보하는 구조인 반면, 소수 주주는 대규모 신주 발행으로 지분 가치 희석을 피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어피니티의 인수 단가는 당시 롯데렌탈 주가(2만9400원)의 약 2.6배에 달하는 7만7115원, 신주 발행가는 이보다 60% 이상 저렴한 2만9180원이다. 어피니티는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을 56.2%에서 63.5%까지 늘리는 동시에 평균 매입 단가를 약 16% 낮추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2021년 공모주(주가 5만9000원)에 투자했다가 몇 년째 들고 있는 소액주주들 입장에선 2만9000원대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관 주주와 정치권에서도 롯데렌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발대식’에서 오기형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롯데렌탈 사례를 콕 짚어 상법 개정을 늦춰서는 안 되는 이유로 언급했고 이 회사 지분 약 4%를 보유하고 있는 VIP자산운용은 같은 달 유상증자를 철회해야 한다고 공식 요구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이미 주당 7만7000원에 매수의사를 밝힌 어피니티에게, 다른 주주들의 지분을 희석시키면서 2만9000원대에 신주를 추가로 인수할 수 있게 허용해 준 이사회의 결정이 과연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역시 최근 논평을 내고 “롯데렌탈이 잠재적 지배주주(어피니티)를 위해 무려 2100억원어치의 신주를 구주의 3분의 1가격으로 발행하는 이유는 중고차 관련 신사업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지배주주가 바뀌어야만 그런 신사업을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만 롯데렌탈은 자금 조달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여러 논의 끝에 최선의 수혈 방법을 선택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통상 대주주 변경에 따라 조기상환 요구가 들어오게 되면 1.5~2개월 이내 상환을 추진해야한다”며 “4000억원에서 7200억원 수준의 사채 상환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합리적이고 적은 비용이 들어가는 방안이 유상증자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