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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돈 써야 하는' 네이버, 대표가 직접 사채 발행한다

Numbers_ 2024. 3. 2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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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돈 써야 하는' 네이버, 대표가 직접 사채 발행한다

네이버가 올해부터 대표이사 권한으로 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엔 사채를 발행할 때마다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했다. 이제부터는 이사회가 1년 이내 사채 발행 건에 대해 정해놓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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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네이버1784 건물 입구. (사진=윤상은 기자)

 

네이버가 올해부터 대표이사 권한으로 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엔 사채를 발행할 때마다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했다. 이제부터는 이사회가 1년 이내 사채 발행 건에 대해 정해놓은 한도 안에서 대표이사가 사채의 금액, 종류를 정해 발행할 수 있다.

네이버는 26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1784 사옥에서 제25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정관변경 안건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네이버 측은 "대표이사가 유연하게 사채를 발행하면 계속 변하는 금리 상황을 보다 잘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 진행과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사채 발행 과정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어 네이버 측은 "이사회가 정한 한도 내에서 사채를 발행하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빌리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사채 발행은 회사가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한 방법이다. 이자 지급, 원금 상환을 관리할 수 있는 정도로 사채를 발행하면 자금을 유입해 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네이버는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중이다. 이를 위한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도 늘려왔다. 특히 삼성전자와 함께 개발한 AI 반도체 '마하1'은 사용화를 앞뒀다. 네이버의 마하1 구매 규모가 약 1조원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관해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주주총회에서 "마하1을 어느정도 규모로 쓸지 미정"이라고 말했다.

AI 사업 규모를 키우려면 데이터센터 등 관련 인프라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서버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무수히 많은 연산을 처리하는 D램 등으로 구성된다. 네이버 입장에서 서버 증설은 곧 시설투자비용(CAPEX) 투입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들도 시설투자비용을 늘리는 추세다.

(그래픽=블로터)


네이버 사업보고서를 보면 투자활동현금흐름은 데이터센터 건설이 한창이던 시기 지출이 컸다. 보통 투자활동현금흐름은 시설투자와 직결돼, 재무제표상에서 지출로 표시되면 그만큼 미래를 위해 투자한 것으로 본다.

네이버의 새로운 거점 데이터센터 '각세종' 건설을 시작한 2021년 투자활동현금흐름은 13조9998억원을 기록했다. 이 비용을 모두 각세종 건설에 쓴 것으로 간주할 수 없지만,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후 지난해 투자활동현금흐름은 지출 9498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그래픽=블로터)


향후 네이버의 투자 여력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추이에서 엿볼 수 있다. 기업이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2023년말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조5765억원으로 전년 보다 31% 증가했다.

쌓은 돈이 늘어난 것은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비용 효율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코로나19 특수' 소강 국면, 금리 상승에 대응해 지출 비용을 줄였다. 최근 3년 동안 재무활동현금흐름을 보면 금리가 낮은 2021년 자금 유입이 많았고, 금리 상승이 시작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출이 많았다. 재무활동현금흐름은 유상증자, 회사채·신종자본증권 등 사채 발행 등 재무적인 활동으로 얻은 현금이다. 네이버는 최근 3년 동안 금리가 낮을 때 빚을 늘리고, 금리가 오르자 많이 갚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픽=블로터)


지난해 말 기준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는 6조3056억원, 비유동부채는 5조1943억원이다. 지난해 네이버의 유동차입금 상환액은 1조6762억원으로 전년 보다 255배 늘었다. 이 외에 네이버는 지난해 배당금지급금을 623억원으로 전년 2133억원보다 70% 줄였다. 


윤상은 기자 eun@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