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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11번가 인수 타진... 컬리와 IPO 레이스 재점화

Numbers_ 2024. 7. 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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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11번가 인수 타진... 컬리와 IPO 레이스 재점화

지난해 증시 입성에 실패한 신선식품 유통기업 오아시스가 11번가 인수 의지를 밝히면서 IPO(기업공개) 기대감을 다시금 높이고 있다. 국내 3위 규모 이커머스 업체인 11번가를 품는다면 몸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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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가 11번가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해 실패한 IPO를 재추진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오아시스 본사 전경.  / 사진 제공 = 오아시스


지난해 증시 입성에 실패한 신선식품 유통기업 오아시스가 11번가 인수 의지를 밝히면서 IPO(기업공개) 기대감을 다시금 높이고 있다. 국내 3위 규모 이커머스 업체인 11번가를 품는다면 몸집을 극대화해 상장 동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오아시스보다 조금 앞서 상장 계획을 미뤘던 컬리 역시 올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한 사업 개편에 나서면서 신선식품 플랫폼 간 IPO 레이스가 재점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IPO 노리는 오아시스, 외형 확대 이루나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전날 11번가의 재무적투자자(FI)인 나일홀딩스컨소시엄에 인수 의향서를 제출했다. 오아시스 측은 회사 주식 일부를 11번가 지분과 맞바꾸는 지분 교환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FI가 이를 수용할 경우 오아시스는 별도 자본금을 들이지 않고 인수 가능하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현금 동원, 지분 교환 등 여러 방안을 두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다만 인수 의향서에 대한 답이 돌아와야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11번가 모기업인 SK스퀘어는 2018년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운용사 에이치앤큐(H&Q)코리아 등으로 구성된 FI로부터 5000억원대 투자를 유치했다. 그러면서 5년 뒤인 지난해 9월까지 11번가의 상장을 통해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약속했다. 하지만 SK스퀘어는 이를 지키지 못했고, 그해 11월 FI의 지분을 사주기로 한 콜옵션(주식매도청구권)마저 포기하면서 11번가는 강제 매각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이후 나일홀딩스컨소시엄은 매수자 물색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성과를 얻지 못했다. 지난해 말 큐텐을 시작으로 올해 초 컬리, 아마존, 롯데 등과 벌인 인수 협상이 모두 결렬됐다.  

이런 가운데 오아시스가 나선 것이다. 업계는 지난해 오아시스가 상장에 간절한 모습을 보였던 만큼 IPO 재도전을 위한 포석이라고 본다. 지난해 2월 코스닥 상장을 노렸던 오아시스는 수요 예측에 실패하며 한차례 쓴맛을 봤고, 곧이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 상장을 통해 코스피 시장도 두드렸으나 이 역시 무산됐다.  

오아시스가 노릴 수 있는 것은 11번가가 보유한 고객 데이터와 셀러 인프라다. 11번가는 국내에서 쿠팡, 지마켓에 이은 이커머스 3위 사업체다. 지난해 말 기준 11번가의 회원수는 5234만명, 판매 품목 수는 3억5000만여종이다. 5월 기준 오아시스 회원수 180만명의 29배에 달하는 고객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앱 월 평균 방문자 수(MAU) 역시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1분기 월 1300만명 수준으로 국내 쇼핑 앱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외형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 오아시스는 신선식품, 11번가는 공산품 위주의 오픈마켓을 영위한다. 카테고리가 겹치지 않기 때문에 두 기업의 매출을 단순 합산해 실적을 예측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1번가의 매출 8655억원과 오아시스 4754억원을 합한 규모는 1조3409억원에 이른다.  

다만 수익성은 또 다른 문제다. 지마켓이 신세계그룹에 인수된 직후 손실을 거듭하고 있는 것처럼 오아시스도 11번가를 품은 뒤 적자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지난해 11번가의 적자 규모는 1258억원으로 오아시스의 영업이익 규모 127억원을 압도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11번가가 보유한 인프라와 오아시스 고유의 신선식품 경쟁력을 더하면 폭발적으로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며 “IPO 시장에서는 적자, 흑자보다 매출증가율이 더 중요한 지표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내년 여름 IPO 노리는 컬리도 있다

 

컬리는 지난달부터 컬리멤버스 대상 무료배송 및 퀵커머스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컬리는 내년 여름을 목표로 상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 제공 = 컬리


신선식품 경쟁자 컬리도 IPO를 대비해 사업 재정비에 돌입한 모습이다. 올해 1분기 비용 절감을 통해 분기 기준 첫 흑자를 달성한 컬리는 지난달부터 유료 멤버십을 개편하고 컬리멤버스 고객 대상 배송 서비스를 강화했다. 구체적으로는 2만원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 쿠폰 31장을 매달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무료 배송이다.  

여기에 지난달 컬리나우를 출시하며 퀵커머스 사업에도 진출했다. 컬리나우는 HMR, 그로서리, 뷰티 상품들을 1시간 내외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오전 9시부터 밤 10시 사이 고객 주문이 들어오면 서울 거점 PP센터에서 물건을 포장 후 배달대행 업체를 통해 고객에게 배송하는 구조다. 현재는 서울 서대문구와 마포구, 은평구 등지 위주로 전개하지만 연말까지 서울 내 유망 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 권역을 확장할 예정이다.  

이는 당장 수익성을 양보하더라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이다. 월 이용료 1900원만 내면 2000원을 즉시 적립금으로 돌려주는 만큼 업계 최저가 수준으로 멤버십 고객을 모으고, 무료배송 혜택을 통해 주문 건수를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쿠팡이 와우멤버십 대상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며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린 전략과 유사하다는 평가다. 

앞서 컬리는 2022년 이커머스 업계 중 가장 먼저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시장 침체가 지속되자 지난해 1월 상장을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컬리는 내부적으로 내년 여름을 타깃으로 상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