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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캐스팅보트 쥔 ‘국민연금’, 누구 손 잡을까

Numbers_ 2024. 9. 2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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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캐스팅보트 쥔 ‘국민연금’, 누구 손 잡을까

세계 1위 비철금속 기업인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한화, LG화학 등 고려아연 주식을 10%가량 보유한 대기업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결국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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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장형진 영풍 고문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블로터DB


세계 1위 비철금속 기업인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한화, LG화학 등 고려아연 주식을 10%가량 보유한 대기업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결국 소액주주와 기관투자가들의 셈법에 따라 분쟁의 향배가 갈릴 전망이다. 양측의 소액주주 ‘표심 잡기’가 한창인 가운데 또다른 캐스팅보트인 국민연금의 선택에 관심이 모인다.

23일 투자은행(IB) 및 재계에 따르면 영풍·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주요 주주인 한화그룹, LG그룹  등 최고위 관계자와 회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최 회장은 영풍·MBK파트너스의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에 우려감을 드러냈고 이들은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력사의 경우 경영권 분쟁이 지속될 경우 고려아연과의 미래사업 협력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의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최 회장 및 특수관계인은 현재 15.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한화, LG화학, 한국앤컴퍼니 등 최 회장의 백기사로 분류되는 지분 18.4%를 더하면 최씨 일가의 우호 지분은 최대 34.3%로 추정된다.

이에 반해 영풍과 장형진 영풍 고문 일가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율은 33.1%다. 현재 영풍그룹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와 함께 최소 7% 지분에 대해 공개매수에 나선 상태다.

양측 모두 소액주주 지분 23.4% 중 7%가량을 확보하면 경영권 분쟁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상황이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최소 물량인 7% 확보 시 영풍정밀 지분까지 모두 반영하면 의결권 기준 44% 정도 지분을 확보한다. 최 회장은 지분 6.5%를 취득하면 영풍 측 지분율이 절반을 넘는 걸 막을 수 있다.

소액주주에 대한 지분 공개매수의 향방은 최 회장의 대항 공개매수 윤곽이 구체화되기까지 가늠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최 회장은 한국투자증권을 주축으로 하는 컨소시엄 구성과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 뒤 대항 공개매수를 계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고려아연 지분 7.83%를 보유한 국민연금으로 향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판단에 따라 판세가 재차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국민연금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기업의 경영권 분쟁은 민감한 사안인 만큼 ‘중립’ 의견을 낼 것이란 관측이 있지만 최근 스튜어드십코드 강화 기조 등을 고려하면 특정 의견을 표명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수탁자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일곱 가지 원칙이다. 투자 대상 회사의 중장기적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내부 지침을 마련하도록 하고 의결권 행사 등 활동에 대한 보고 의무를 담고 있다.

당장 국민연금 향배를 가늠하기 어려운 가운데 정치권의 움직임과 뜻을 같이할지 주목된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두겸 울산시장 등은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국민연금은 올해 초 주총에서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당시 고려아연 이사회는 전기(1만원)보다 5000원 줄어든 1주당 5000원의 결산배당 안건을 상정한 반면 영풍은 전년과 동일한 1만원을 배당할 것을 요구했다. 표 대결에서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측의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이 제기한 명분도 일부분 납득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국민연금도 최 회장의 경영이 기업가치를 훼손했다고 판단되면 영풍과 MBK파트너스 손을 들어줄 수도 있다.

현재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은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 투자 △하바나 1호 투자 △이그니오 홀딩스 투자 사례를 근거로 고려아연 이사회 기능이 훼손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영풍·MBK파트너스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사회 결의를 받지 않고 중학교 동창 친구로 알려진 지창배 대표가 운영하는 원아시아파트너에서 약 5600억원 고려아연 자금을 투자했다. MBK파트너스는 또 고려아연의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대비 총손실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1378억원(-24.8%)으로 추정했다.

고려아연 자금 약 1000억원이 출자된 하바나 1호의 경우(고려아연 지분 99.8%) SM엔터테인먼트 주식에 대한 고가 매수·시세조종에 활용된 혐의를 받고 있다. 2022년 인수한 전자폐기물 재활용 업체 이그니오 홀딩스는 상세한 가치평가 내역이나 정보가 전달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영풍·MBK에 따르면 투자보고서를 요구한 장형진 영풍 고문 등 영풍 측의 요청도 묵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독립 투자 리서치 플랫폼인 스마트카르마는 리서치 노트를 통해 고려아연 경영에 대한 MBK파트너스의 우려에 대해 타당하다고 밝혔다. 스마트카르마는 지난 20일 리서치를 내고 “‘고려아연의 형편없는 투자, 악화되는 수익성, 3자 배정 유상증자, 자사주 교환으로 늘어난 유통주식수 등 MBK파트너스의 우려 사항들이 설득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적대적 M&A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명분”이라며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시도는 최 회장의 경영 능력과 이로 인한 손실을 지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기업가치 훼손을 이유로 공개매수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 명분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국민연금은 입장 표명이 어렵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개별 종목 및 개별 투자건에 대해선 시장과 기업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투자 정책, 방향, 배경 등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