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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사이언스가 법원에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 허가를 신청했다. 안건에는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사내이사)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기타비상무이사)의 이사 해임안과 함께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자는 안건이 담겼다.
이는 한미약품그룹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한미사이언스 신규 이사에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을 선임해야 한다고 요구한 3자연합(신동국·송영숙·임주현) 측 주장과 비교된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2일 수원지방법원에 한미약품 임시 주총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난달 30일 한미약품에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한지 이틀 만에 법원 신청까지 했다.
한미사이언스는 임시 주총을 통해 결정할 안건으로 박 대표 및 신 회장의 이사 해임안과 박준석 부사장과 장영길 대표를 신규 이사로 선임할 것을 제안했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의 지분 41.4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업계에서는 한미사이언스가 법원에 임시 주총 소집 신청을 낸 만큼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임시 주총을 결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박 대표의 이사 해임을 요구한 이유에 대해 "박 대표는 수장으로 모든 임직원을 아우르고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은 버려둔 채 당사와의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고 대외적으로 내부 직원들에 대해 형사 책임을 운운하면서 조직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이번 해임 요구는 지난 7월 박 대표가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와의 독립 경영을 선포한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특히 한미사이언스는 박 대표가 3자연합 측에서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문제삼고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특정 대주주에게 잘 보이기 위해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중요 결정사항에 박 대표가 앞장서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미사이언스가 한미약품에 임시 주총을 요구한 것은 박 대표의 독자 경영 선포가 도화선이 된 셈이다. 다만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 이사회에 주요 계열사 대표를 지내던 인사들을 선임해 전문경영인 체제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 7월 신 회장과 모녀(송영숙·임주현)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후 송 회장은 "신 회장을 중심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해 새로운 한미그룹으로 재탄생하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이후 3자연합은 한미약품그룹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돼야 한다며 한미사이언스에 임시 주총을 요구했다.
이에 형제는 임시 주총 안건과 목적을 밝혀달라고 요구해 왔다. 하지만 3자연합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지난달 3자연합이 법원에 임시 주총을 청구하면서 구체적인 안건이 공개됐다. 요구 안건은 신 회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임 부회장 사내이사 선임 등 두 가지였다.
사실상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신 회장과 임 부회장을 진입시켜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3자연합의 임시 주총 소집 목적은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이 아닌 3자연합의 이사회 장악이 더 컸던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다만 이같은 추정에 대해 3자연합 측은 임 부회장이 대표에 오를 일은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한미사이언스가 한미약품에 요구한 임시 주총 안건은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과 맞닿아 있다. 한미사이언스가 신규 이사로 올리려는 인물은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과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다. 두 사람 모두 한미사이언스 주요 계열사에서 대표를 지내던 인물이다.
박준석 부사장은 2022년 한미사이언스가 한미헬스케어를 흡수합병하기 전 대표를 지내던 인물로 합병 후에는 한미사이언스에서 부사장을 맡았다. 지난해 정기 주총에서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로 올랐지만 같은해 6월 사임했다. 이후 올해 3월 정기 주총에서 형제가 승리한 후 다시 한미사이언스 부사장으로 복귀했다. 공시상 한미약품그룹에서 12년 넘게 재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도 한미사이언스에서 헬스케어사업 부문을 맡고 있다.
한미약품 연구센터에서 연구위원을 지냈던 장영길 대표는 10년 넘게 한미정밀화학을 이끌고 있다. 한미정밀화학은 한미약품의 화학의약품 원료를 만들던 회사인데 2022년부터 위탁개발생산(CDMO)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제약사의 원료 자급화가 중요해진 만큼 한미정밀화학도 한미약품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꼽히고 있다.
유한새 기자 sa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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