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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이 시가총액 900억원 규모의 코스닥 상장 자회사 CJ바이오사이언스에 4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지난해 8월 220억원을 투입한데 이은 통 큰 결정이다. 레드바이오(제약∙헬스케어) 부문 마이크로바이옴 사업 강화를 향한 시장의 기대감에 부응하고 코스닥 관리종목 지정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자회사 CJ바이오사이언스가 진행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전날 밝혔다. CJ바이오사이언스 보통주 395만2960주를 400억원에 취득한다. 납기일은 오는 17일이며 출자 후 CJ제일제당의 지분율은 62.0%, CJ바이오사이언스에 대한 총출자액은 1605억원이 된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21년 CJ제일제당이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인 천랩을 인수한 뒤 기존 레드바이오 자원을 통합해 설립한 회사다. 2021년 10월 총 983억원을 들여 천랩의 구주와 신주를 확보, 대주주(지분 44.0%)에 올라섰고 이듬해 1월 CJ바이오사이언스로 사명을 바꿔 공식 출범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의 합성어로 인체에 사는 세균, 바이러스 등 미생물 집합체와 그 유전정보를 일컫는다. 법인 설립 당시 CJ제일제당은 보유하고 있던 미생물∙균주∙발효 기술에 천랩의 마이크로바이옴 정밀 분석∙발굴 역량을 접목한다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컸다.
이렇게 탄생한 연구 결과물이 김치 유래 유산균을 활용한 CJRB-101이다. 폐암, 흑색종 등을 적응증으로 하는 면역항암 타깃 신약후보물질(파이프라인)이다. 현재 미국, 한국 1∙2상 동시 임상을 추진하고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CJRB-101 임상 및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에 보탠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달 CJ제일제당이 그린바이오(식물 상징) 매각 후 레드바이오(피 상징) 부문을 강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제기된 만큼 이번 유상증자 참여는 그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다. 레드바이오에 속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신약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인체 내에서 미생물이 질병을 치료하는 의약품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밝혀지며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에 뛰어들었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리서치 네스터는 지난해 3억4520만달러(약 4925억원)였던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이 2036년 88억7000만달러(약 12조66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신약개발을 위한 안정적인 자본조달이 가능하게 돼 현재 진행 중인 CJRB-101의 임상 및 후속 파이프라인의 개발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CJ바이오사이언스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AI 기반 마이크로바이옴 플랫폼 사업’도 속도를 더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리종목 리스크 사전 차단
CJ바이오사이언스는 법차손 관련 코스닥 관리종목 지정 요건에 부합한 적은 없으나,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선제적으로 자본을 확충, 잠재 위험에서 벗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 사진 제공 = CJ바이오사이언스
다만 CJ바이오사이언스가 CJ제일제당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그간 유상증자뿐만 아니라 서울 강남구 건물∙토지 매입을 포함해 2000억원가량을 수혈했지만, 적자를 거듭한 CJ바이오사이언스의 결손금은 불어나고 있어서다. 이 회사의 순손실 규모는 △2021년 193억원 △2022년 349억원 △2023년 229억원 △올 3분기 말 234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결손금은 △280억원 △627억원 △860억원 △1093억원으로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CJ바이오사이언스가 코스닥 관리종목 요건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거래소 상장 규정에 따르면 최근 3년간 2회 이상 법인세 비용을 차감하기 전 손실(법차손) 규모가 자기자본의 50% 이상일 경우 관리종목에 지정되기 때문이다.
실제 CJ바이오사이언스의 법차손 비율은 2022년 70.3%까지 치솟았다가 지난해 32.0%로 진정된 바 있다. 다만 CJ바이오사이언스(당시 천랩)는 2019년 12월 기술특례상장 제도로 증시에 입성해 3년(2020∙2021∙2022)의 유예가 적용된다. 유효 시점이 2023년(32.0%)부터여서 요건에 부합한적은 아직 없다. 그럼에도 올 9월 말 기준 비율이 48.6%에 달해 안심하긴 이른 상황이다.
이번 CJ제일제당의 유상증자 참여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유상증자로 자본을 늘리면 법차손 비율을 낮추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부터 임상까지 장기간 손실이 불가피한 바이오 기업 특성상 한 번이라도 50%를 넘기면 향후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이에 선제적인 자본확충으로 리스크를 차단했다는 데 무게가 실리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8월 CJ바이오사이언스가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456억원 중 올 9월 말 기준 230억원가량이 미사용된 상태로 금융기관에 예치 중이었단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당장 연구개발에 투입할 자금이 부족해서 유상증자를 단행하진 않았을 거란 분석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올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456억원 중 1년간 실제 사용한 자금은 226억원에 그쳤다. 임상개발비 79억원, 플랫폼기술 5억원, 탐색 17억원, 마이크로바이옴 기반기술 6억원, 급여 외 연구소 운영 등에 119억원을 썼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CJ바이오사이언스는 코스닥 관리종목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번에 유상증자도 진행했고 관련이 없는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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