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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법정관리] 상품권 '손절' 나선 유통업계, 거세지는 MBK 책임론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 후 기업회생 절차를 밟으면서 유통업계 전반에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MBK는 이번 회생 절차가 잠재적 자금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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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 후 기업회생 절차를 밟으면서 유통업계 전반에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MBK는 이번 회생 절차가 잠재적 자금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신용등급이 지난해 A3-에서 D(디폴트)로 떨어지면서 홈플러스와 상품권 제휴를 맺었던 업체들이 일제히 상품권 사용 제한 조치를 취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번 사태를 사모펀드의 단기적인 차익 실현 중심 운영 방식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 중단
5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디폴트(D)로 강등되면서 CJ푸드빌과 신라면세점, CGV, 앰배서더호텔 등에서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중단했다. 홈플러스와의 상품권 제휴 계약에 따라 해당 영업장에서 홈플럿 상품권을 현금처럼 쓸 수 있었으나 이날부터 상품권 결제가 중단됐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금액 회수 지연 등 지급중단 사태가 벌어질까 우려해 제휴 업체들이 미리 조치를 취한 것이다. 현재 전국 홈플러스 상품권 제휴처는 약 20개다.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제한하는 업체들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티메프 미정산 사태도 있었기에 (상품권 사용 제한)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4일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이번 기업회생 절차 개시로 모든 금융 채무가 동결되며, 회생 계획 확정 전까지 만기 도래 채무의 상환이 유예된다.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MBK는 이번 회생 절차 결정의 주요 원인으로 지난달 28일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한 점을 꼽았다. 홈플러스는 단기기업어음을 활용해 운전자금을 조달해왔는데 신용등급이 A3-로 하락하면서 자금 조달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거세지는 MBK 책임론
그러나 이번 사태가 상품권 사용 제한 등 유통업계 전반 후폭풍으로 이어지면서 MBK의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7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3조2000억원은 블라인드 펀드와 공동투자자의 자금으로, 2억원은 홈플러스 명의 대출, 2조7000억원은 인수금융 대출로 조달했다.
대형마트 업황 부진으로 홈플러스가 지속적인 실적 부진에 시달리자 MBK는 점포 매각 및 재입점을 통한 경영 정상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오히려 점포 수가 줄면서 결과적으로 매출이 감소하고 재무구조도 악화됐다. MBK 인수 직후인 2016년(회계연도 기준) 홈플러스 매출은 7조 9334억원에서 2023년 6조9315억원으로 12.6%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3290억원이었던 영업이익도 2021년 133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3년째 적자 늪에 빠졌다.
신용평가사들은 2021년부터 수차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며 경고해왔다. 2021년 이후 적자가 지속되자 2015년 ‘A1’이었던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2022년 ‘A2-’, 2023년 ‘A3+’에서 ‘A3’로, 지난달 ‘A3-’로 내렸다. 홈플러스의 연평균 적자규모가 약 2000억원에 달해왔는데 2024년 회계연도 기준 3분기 누적 영업적자는 1571억원, 에비타(EBITDA) 대비 총매출액 비율은 3.5%으로 전년동기(4%)대비 줄며 적자 규모가 커졌다.
이 때문에 MBK의 회생 절차 신청이 단순한 재무구조 개선이 아닌, 신속한 엑시트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신용등급 하향 직후 즉각적으로 회생 절차를 신청하는 사례는 드물며 2021년부터 이어진 적자 상황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회생 절차를 통해 자금 확보 및 채무 조정 기회를 얻으면 매각이 원활해질 수 있다”며 “중장기적인 경영 계획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단기적인 자금 확보와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임시방편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MBK의 홈플러스 경영 실패 사례가 사모펀드의 사업 운영 방식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통업뿐만 아니라 모든 사업은 매출을 기반으로 운영이 정상화돼야 하는데, 단기적인 차익 실현에만 집중한 결과가 이번 사태로 이어졌다”며 “유통업의 변화에 대한 고려 없이 차입 경영과 재무적 기법에만 의존한 것이 문제”라고 평가했다. 이어 “MBK가 엑시트를 통해 새로운 인수자를 찾거나 기존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목표겠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유리 기자 yrle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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